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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n Stage] 묵직하고 처연한 아름다움…연극 '연안지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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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75년 발발 '레바논 내전' 소재
원작자 무아와드 7살때 내전 겪어
달·물결 이미지로 극적인 무대미학

연극 '연안지대'의 무대는 단순하지만 아름답다. 배경을 가득 채우는 커다란 달에 눈길이 간다. 억척스러운 달이 지독하게도 예쁘다. 휘영청 떠올랐다 이지러지고 다시 차오르기를 반복한다. 극은 그 예쁜 달을 보며 욕을 쏟아냈을 사람들의 이야기다. "세상은 지옥인데 달은 XX 맞게도 예쁘네"라며….


연안지대는 1975년부터 1990년까지 이어진 레바논 내전을 소재로 한다. 연안지대의 김정 연출은 전쟁의 참상을 보여주는 연극이기에 이에 대비되는 아름다운 요소가 반드시 필요하다고 생각했다고 했다.

"어떤 것이 파괴되었는지가 전쟁을 소재로 한 연극에서 가장 다뤄야 할 주제라고 생각한다. 이전에 어떤 아름다움이 있었는지를 알아야 그것이 파괴되고 상실됐을 때, 그 낙차로 인해 우리는 고통을 느끼고 (전쟁의 아픔에) 공감한다고 생각한다. 전쟁이라는 묵직하고 거친 소재와 반대되는 것들이 필요하다고 생각했다. 아름다운 표현을 반드시 가져 가고 싶었다."

연극 '연안지대' 공연 장면  [사진 제공= 세종문화회관]

연극 '연안지대' 공연 장면 [사진 제공= 세종문화회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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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작 희곡을 쓴 와즈디 무아와드는 1968년 레바논에서 태어났다. 무아와드가 7살일 때 내전이 발발했다. 무아와드의 부모는 어린 아들을 데리고 조국을 등졌다. 무아와드는 프랑스에서 5년을 보낸 뒤 1983년 캐나다에 정착했다. 무아와드는 어린 시절 끔찍했던 기억을 바탕으로 전쟁 4부작 희곡을 썼다. 연안지대는 그 첫 번째 작품이다. 대중적으로 가장 잘 알려진 작품은 두 번째 '화염'이다. 화염은 드니 빌뇌브 감독이 '그을린 사랑'이라는 제목의 영화로 제작해 2010년 개봉해 호평받았다. 또한 국내에서 신유청 연출이 연극 '그을린 사랑'을 제작해 2019년 한국연극평론가협회 선정 '올해의 연극 베스트3', 2020년 제56회 백상예술대상 '백상연극상' 등의 영예를 안았다.


달과 함께 조명과 홀로그램 필름을 이용해 만들어내는 물결의 이미지도 무척 아름다운 느낌을 준다. 물결은 무대 전면을 채워 공간의 구분을 모호하게 만들며 이 극이 지닌 환상성을 극대화하기도 한다. 무대는 이렇다 할 장치 없이 어찌 보면 텅 비어있는 느낌을 주지만 배경을 채우는 물결과 달의 이미지로 극적인 무대 미학을 보여준다. 무아와드의 시적인 표현과 라이브로 계속 연주되는 클로드 드뷔시의 '몽상'도 극의 아름다움을 더한다. 김정 연출은 희곡을 받았을 때 드뷔시의 몽상을 떠올렸다고 했다.


극은 레바논 태생의 청년 윌프리드가 아버지 이스마일의 시신을 묻기 위해 떠나는 여정을 그린다. 아버지의 고향에 아버지의 시신을 묻으려 하지만 친척들은 반대한다. 어머니 잔이 아버지 이스마일 때문에 죽었다는 이유 때문이다.

연극 '연안지대' 공연 장면  [사진 제공= 세종문화회관]

연극 '연안지대' 공연 장면 [사진 제공= 세종문화회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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잔은 아이를 낳을 수 없을 정도로 몸이 약했다. 하지만 이스마일과의 사랑으로 윌프리드를 잉태하고 끝까지 아들을 낳으려는 의지를 보인다. 이스마일은 처음에 아내를 살리려 하지만 잔은 끝까지 자신 대신 아이를 선택해달라고 설득한다. 그렇게 윌프리드는 엄마의 죽음 속에서 태어났고, 아버지는 그런 아들을 보지 못하고 고향을 떠나 세상을 떠돈다. 윌프리드는 시신이 된 아버지를 처음으로 대면한다. 윌프리드는 아버지의 시신을 묻을 곳을 찾아 돌아다니는 중에 내전으로 부모를 잃은 또래의 친구들을 만난다. 친구들의 이야기를 통해 끔직한 내전의 참상이 드러난다. 윌프리드가 힘들어할 때마다 아버지를 좋은 곳에 묻어드려야 한다며 윌프리드에게 버티는 힘이 돼준다.

김정 연출은 윌프레드의 어머니 잔이 말하는 "생명은 소중하다"는 한 마디가 연극이 전하고자 하는 메시지라고 했다. 그러면서 "생명은 소중하다는 메시지는 돌아가신 아버지를 고향에 묻어드리려고 하는 그런 윌프리드의 행위와 맞닿아 있다"고 설명했다.


묵직하고 아픈 이야기를 다루지만 공연 시간 2시간이 길게 느껴지지 않는다. 아름다운 무대 미학과 환상적인 요소를 더해 풀어내는 이야기의 힘 때문으로 보인다. 극에서 아버지 이스마일은 시신이지만 살아 움직이며 아들 윌프리드와 이야기를 나눈다. 이스마일은 윌프리드의 친구들과도 대화를 나누며 서로의 아픔을 공유한다. 삶과 죽음의 경계가 모호한 전쟁의 참화를 다루기에 이 같은 설정은 충분히 설득력을 얻는다. 다만 관객들이 무거운 주제 때문에 짓눌리지 않도록 조금 가볍게 놀이하듯이 연출을 했다고 김정 연출이 밝힌 초반 20~30분가량은 다소 이질적인 느낌을 준다.


연안지대는 세종문화회관 S씨어터에서 오는 30일까지 공연한다.





박병희 기자 nut@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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