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학연, 수명이 3배 이상 우수한 새로운 복합소재 개발
이차전지 수명 단축의 주원인 해결 기대
과기정통부 '글로벌 TOP 전략단' 사업도 이차전지 지원
한국화학연구원 이차전지 연구팀 김도엽 책임연구원(오른쪽), 정상윤 학생연구원이 새로운 리튬 복합소재를 적용한 배터리 파우치 셀을 들고 환하게 웃고 있다. 사진=화학연구원
국내 연구진이 기존보다 안전하면서도 수명이 3배 이상 우수한 차세대 리튬이차전지 소재 개발에 성공했다. 정부가 이차전지 시장의 주도권을 이어갈 기반을 확보하기 위한 연구를 지원하기로 한 정책과 맞물려 '메이드인 코리아' 이차전지의 쾌속 질주가 기대된다.
한국화학연구원(원장 이영국)은 7일 김도엽 박사 연구팀이 이차전지 내 리튬금속의 제어 불가능한 마구잡이식 성장으로 성능과 안전성을 저해하던 문제를 해결하는 새로운 리튬 복합소재를 개발했다고 밝혔다. 연구팀이 개발한 고 안정성 리튬 복합소재는 향후 후속 연구 및 상업화 연구를 통해 차세대 리튬이차전지로 주목받고 있는 리튬금속전지, 리튬황전지, 리튬공기전지 등에 활용될 수 있다.
리튬이온전지 음극재는 경제성과 안전성을 갖춘 흑연을 주로 사용한다. 다만 흑연은 리튬금속과 비교해 에너지 밀도가 낮은데다 이론 용량이 월등히 적고 상대적으로 큰 부피를 차지한다.
이런 단점을 보완할 수 있는 리튬금속이 차세대 리튬 이차전지의 가장 이상적인 음극재로 부상하고 있지만, 선결과제가 있다. 일반적인 리튬이차전지는 충전 시 양극에서 음극으로 리튬이온이 이동하여 전기에너지를 저장한다. 그런데 리튬이온전지에서는 양극에서 음극으로 이동하는 리튬이온이 흑연의 층상구조 내로 들어가 안정적으로 저장되는 반면, 리튬금속전지에서는 리튬이온이 음극인 리튬금속 표면에 리튬으로 바뀌어 쌓이게 된다.
이때 리튬이 고르게 자라나지 못하고 국소적으로 성장하여 나뭇가지처럼 자라나는 ‘리튬 덴드라이트(dendrite)’가 발생한다. 이는 전해액 분해를 가속하여 전지의 성능을 떨어뜨리거나 심한 경우 분리막을 뚫고 자라나 양극과 접촉하는 합선(short-circuit)을 일으켜 전지의 폭발을 유발할 수 있다.
리튬금속을 음극재로 사용하는 리튬황전지, 리튬공기전지 등의 고성능 차세대 이차전지 개발을 위해서는 이러한 리튬 덴드라이트 성장 억제 기술이 필수다.
대조군인 리튬 호일과 개발 복합소재 표면에 리튬을 쌓고 벗겨내는 과정을 여러 회 반복 후 리튬을 쌓은 다음 쌓인 리튬의 표면과 단면 전자현미경 이미지. 리튬 호일 위에서는 리튬 덴드라이트가 많이 만들어진 반면 개발 복합소재 위에서는 리튬이 안정적으로 비교적 깨끗하게 쌓인 것을 관찰할 수 있다.
원본보기 아이콘이에 연구팀은 이온전도성이 높고 덴드라이트를 억제할 수 있는 소재를 최초로 도입, 리튬을 고르게 잘 성장시키면서 리튬이온도 잘 전달하는 새로운 이차전지 음극 복합소재를 개발하는 데 성공했다.
기존의 복합소재 제조 기술은 고온 등의 조건으로 리튬과의 반응이 필요한 방식이었다면, 이번 연구에서는 리튬이온을 잘 전달하는 소재를 리튬금속과 물리적으로 섞는 매우 손쉬운 방법으로 복합소재를 제조했다.
개발된 리튬 복합소재를 테스트한 결과, 일반 리튬금속에 비해 리튬 덴드라이트 성장이 확연히 줄어들었으며, 이에 따라 전지의 수명이 3배 이상 증가했다.
수명증가와 함께 안정적인 성능도 확보했다. 일반 리튬금속을 적용하면 70회 충·방전 이후 용량 감소율이 커지지만 개발된 소재를 적용하면 250회 충·방전 후에도 급격한 용량 감소가 나타나지 않았다. 또한 충·방전 속도도 일정 조건에서 20% 이상 증가했다.
연구팀이 개발된 복합소재를 대면적 파우치 셀에 적용해 실험한 결과, 안정적인 충·방전 특성을 나타냈다. 실제 전지에 적용해도 성공할 수 있는 가능성을 확인한 것이다.
대조군인 일반 리튬 음극과 개발 복합소재 음극 표면에 리튬을 쌓으면서 리튬이 자라나는 형상을 관찰한 광학 현미경 사진으로 관찰한 이미지(상). 일반 리튬 음극 위에서는 리튬 덴드라이트가 많이 생겨 크기가 빠르게 커지고 있음(하)고 개발된 복합소재 위에서는 리튬이 훨씬 밀도 높고 안전하게 쌓이는 것을 관찰할 수 있다.
원본보기 아이콘김도엽 박사는 "리튬 성장 안정화를 위한 리튬복합체 관련 연구는 아직 기초 응용 단계로 실용화를 위한 후속 연구가 필요하다"면서 "이번 연구성과를 기반으로 리튬 이차전지 소재 분야 산업계와의 협업을 추진하고 최근 선정된 ‘글로벌TOP 전략연구단’ 사업을 통해 실용화를 위한 핵심기술 개발을 위한 연구를 지속할 예정이다"라고 설명했다. 연구팀은 이번 개발 기술을 ‘글로벌 TOP 전략연구단’ 사업에 연계해 리튬 복합소재의 고성능 및 대면적화를 위한 공정 기술 개발을 지속 추진할 예정이다.
◆이차전지, '글로벌 TOP 전략단' 과제 선정‥정부차원 지원 계속된다=한국화학연구원은 지난달 31일 과학기술정보통신부 국가과학기술연구회(NST)가 국가출연연구소간의 융합 연구를 위해 추진한 '글로벌 TOP 전략단' 사업에 선정된 ‘시장선도형 차세대 이차전지 혁신 전략연구단’을 총괄한다. 1회 충전으로 국내 일주가 가능한 고용량 이차전지, 친환경 소재의 미래 항공교통 수단용 가벼운 이차전지, 불나지 않는 이차전지, 자원고갈 걱정 없는 비리튬계 이차전지 및 세계 1등 공정·장비 기술 등의 성과 창출이 목표다. 한국전기연구원, 한국과학기술연구원, 한국에너지기술연구원, 한국생산기술연구원, 한국전자통신연구원, 한국기계연구원도 힘을 보탤 예정이다.
신 개발 복합소재의 대면적 셀 적용 가능성을 확인하기 위해 가로 3, 세로 4.2 cm 크기의 파우치 셀을 조립하여 충전ㆍ방전 한 결과 오른쪽 그래프와 같이 50 mAh 용량을 나타내어 대면적 셀 적용 가능성을 확인할 수 있었다.
원본보기 아이콘전기차 성장이 주춤해지며 배터리 분야에 대한 우려도 생기고 있지만, 화학연구원은 리튬 이차전지 시장규모가 2030년 517조원 규모에 이를 것이라는 예측이 나오고 있는 만큼 연구에 박차를 가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특히 리튬 이차전지 핵심 소재 개발을 통한 기술 우위를 확보와 차세대 리튬 이차전지 시장 선점이 중요한 포인트다.
이영국 화학연구원장은 “이번 연구를 통해 개발한 기술은 차세대 이차전지 핵심 소재 기술로, 이차전지 시장에서 기술 우위를 확보하고 차세대 이차전지 시장을 선점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라고 말했다.
이번 연구결과는 소재분야 권위있는 국제학술지 ‘어드밴스드 펑셔널 머티리얼즈(Advanced Functional Materials, IF : 19)’ 2024년 1월호 내부 표지 논문으로 게재됐다.
백종민 기자 cinqange@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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