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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837 vs 690' 일본에 압도적으로 뒤처지는 복지용구 시장[한일 비교]③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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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인 1000만 시대, 일본을 배우다]③
국내 사업소 90%가 용구 상담관리 '미흡'
건보공단 등록 경쟁만 치열
민간 경쟁 활발한 日, 기술 앞서간다

1만6837 대 690.


올해 2분기 기준 일본과 우리나라의 복지용구 급여(자금 지원)제품 개수 차이다. 복지용구는 보행기나 목욕의자 등 심신 기능이 저하된 65세 이상 노인의 일상생활과 신체활동을 지원하는 기구로, 한국과 일본은 모두 법에 따라 보험 방식의 복지용구 급여제도를 운영하고 있다. 노인장기요양보험 대상자가 전동침대, 휠체어 같은 복지용구를 구매할 때 판매가의 대부분을 정부에서 보조해주는 방식이다. 65세 이상 노인 인구 수의 경우 일본이 3623만명으로 973만명인 우리나라보다 3.7배가량 많은 수준인데, 왜 복지용구는 20배가 넘게 차이가 날까.

요양업계에서는 이 문제의 원인을 현재 국내 복지용구 등록 시스템에서 찾는다. 국민건강보험공단에 등록만 하면 팔리는 것을 걱정하지 않아도 되니 민간 차원의 경쟁이 이뤄지지 않고, 까다로운 등록 기준과 가격 관리 탓에 용구 자체가 발전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한국의 재가급여 보험자는 중앙정부지만, 일본은 각 지자체가 보험자라는 점에도 차이가 있다. 해당 제품을 급여제품으로 받아들이는 권한이 각 지자체에 있어 더 현장밀착적이고 효율적인 관리가 가능한 시스템이다. 그리고 국가고시를 통해 선발된 지자체별 '케어매니저'라는 전문 상담원이 수급자 상황에 맞는 복지용구를 추천해주는 방식으로 운영되고 있다.


이에 일본은 국가 차원에서 기술을 복지용구에 접목하는 시도를 적극적으로 하고 있는 데 반해, 우리나라의 복지용구는 디자인적으로나 기술적으로나 여전히 기초적인 수준에 머무르고 있다.

정부의 지원 제도가 한계를 드러낸 셈이기도 하다. 박영란 저출산·고령사회위원회 민간위원은 “고령화가 가속화되며 고령자를 대상으로 한 산업을 활성화하기 위해 2006년 고령친화산업진흥법이 제정됐는데, 이 과정에서 경쟁력 있는 복지용품도 많이 개발될 것으로 예상됐다"며 "그런데 이듬해 노인장기요양보험법 통과로 한정된 18개 품목에 정부가 파격적인 지원을 하면서 복지용구 시장이 발전하는 길이 막혔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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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싸니까... 맘에 안 들어도 어쩔 수 없죠"

노인장기요양보험법에 따라 복지용구는 요양등급에 따라 대여하거나 구입할 수 있다. 판매가의 최대 85%는 건강보험공단이, 나머지는 수급자 본인이 부담하는 시스템이다. 그래서 장기 요양 등급을 받은 어르신을 모시는 가정 입장에서는 직접 내야 하는 비용 부담이 크게 줄어든다.


다만 그러한 인식 때문에 오히려 수급자는 제품을 잘 모르는 상태에서 구매하고 사용해도 감수해야 한다고 생각하는 게 문제다. 최근 인터넷 복지용구 쇼핑몰에서 80대 노모의 복지용구를 구매한 박지훈씨(61)는 "어머니가 재가급여 수급자라 보행기를 구매하려고 찾아봤는데, 대부분 영세한 업체들이 창고나 가게에 용구를 몇 대 전시해둔 수준이라 다양한 제품의 퀄리티·기능 비교가 쉽지 않더라"라며 "나이 든 어머님을 모시고 직접 개별 매장에 가보기도 힘든 노릇이고, 쓰다가 마음에 들지 않아도 어쩔 수 없다는 생각으로 카탈로그와 리뷰에 의존해서 구매했다"고 말했다. 결국 우리나라에서 복지용구는 실제 소비자가 아닌 정부에 의해 선택받는 구조인 셈이다.


이런 현실이기에 기업 입장에서는 공단에 제품을 등록하는 게 가장 중요한 과제가 될 수밖에 없고, 이후에 제품을 고도화할 유인이 부족하다. 아직 전반적으로 우리나라 제품보다 일본 등 외국에서 사 온 수입품의 퀄리티가 더 높은 이유다. 임기준 한국장기요양학회 이사는 "법에 따라 복지용구가 건보공단에 등록만 되면 수가 적용을 받아 시장에서 가격 경쟁력이 확 높아지는 시스템이기 때문에, 안 팔릴 걱정은 할 필요가 거의 없는 게 오히려 문제"라고 부연했다.


수급자가 이용하는 복지용구에 대한 관리도 제대로 이뤄지지 않는 것으로 나타났다. 수급자는 복지용구사업소를 통해 복지용구를 사거나 대여하는데, 사업소에서는 수급자들이 용구를 제대로 쓰고 있는지, 만족도는 어떤지 정기적으로 상담·조사해야 한다. 그러나 건강보험공단의 2020년 장기요양기관 평가결과보고에 따르면 국내 복지용구사업소 989곳 중 약 90%에 달하는 882곳이 이러한 관리 영역에서 '미흡' 수준의 평가를 받은 것으로 나타났다. 공단은 "복지용구는 타 재가급여에 비해 상담관리 미흡비율이 89.2%로 매우 높은 편"이라며 "방문상담업무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음을 알 수 있다"고 평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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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간 경쟁 촉진하는 日…개발 없이는 시장에서 도태

일본 후생노동성 산하 재단인 테크노에이드협회(ATA)에 따르면 현재 일본에서 취급되고 있는 복지용구는 약 1만7000개다. ATA는 복지용품 정보 시스템을 따로 운영하며 매일 실시간으로 이 수치와 제품 자료를 갱신하고 있다. 관련 정보를 월마다 업데이트하고 있는 우리나라와는 비교되는 지점이다.


또, 각 지자체 차원에서 어르신들이 복지용구를 비교·체험할 수 있는 전시장을 운영하고 있고, 후생노동성이 해마다 개최하는 HCR(국제 복지기기 박람회)에는 연간 10만명 이상의 방문객이 들러 일본의 혁신적인 제품을 본다. 임기웅 전 경희대 동서의학대학원 교수는 "매년 일본에서 실시하는 복지·의료기기 전시회에 가보는데, 로봇이나 인공지능(AI) 등 여러 첨단 기술이 접목된 복지용구가 개호보험(일본의 노인장기요양보험) 시장에 더 많이 유통되고 있다는 걸 느낀다"며 "이에 비해서 우리나라는 신기술을 적용한 복지용구가 개발돼도 18개 품목에 해당하지 않으면 급여제품으로 등록하기가 힘들고, 그 때문에 전반적으로 제품 수준이 하향 평준화돼있다"고 지적했다.

일본 도쿄 현지에서 열린 복지·의료기기 박람회 '케어텍스(CareTEX) 2024'에서 복지용구 회사가 환자용 침대를 선보이고 있다. 사진=박유진 기자

일본 도쿄 현지에서 열린 복지·의료기기 박람회 '케어텍스(CareTEX) 2024'에서 복지용구 회사가 환자용 침대를 선보이고 있다. 사진=박유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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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가들은 우리나라도 일본처럼 정부가 아닌 소비자가 선택하는 복지용구 시장을 만들어야 한다고 입 모아 말한다. 임 전 교수는 "예를 들어 중요한 첨단 소프트웨어에 장착된 복지용구라고 해도, 수가와 연결돼있는 지점이다 보니 기술에 대해 가격산정을 하기가 어렵다"며 "정부가 모든 걸 관리·통제하고 기준을 만들려고 하니 제도가 기술을 따라가지 못하는 것"이라고 꼬집었다.


일본의 경우 우리나라와 달리 시장의 가격 경쟁을 통해 급여가 이뤄지게 한다. 제품의 공식 가격을 정부가 정하는 우리나라와는 다른 점이다. 임 이사는 "우리나라는 예방 차원에서 정부가 나서서 제품 규격에 대한 여러 까다로운 기준을 두는데, 일본 같은 경우 가장 최소한의 기준만 두고 시장에서 평가받게 하는 시스템"이라며 "상대적으로 더 많은 제품이 등록될 수 있어야 건전한 경쟁이 일어날 수 있을 것"이라고 제언했다.





박유진 기자 genie@asiae.co.kr
박재현 기자 now@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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