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라리 179명, 216명이라고 했으면 뭐라도 과학적 근거가 있다고 생각했을 것 같아요. 100명, 200명은 끼워 맞추기 아닌가요? 전체 증원을 2000명이라고 발표했을 때랑 똑같아요."
정부의 의대 증원에 반발해 사직서를 낸 대전 지역 전공의는 지난 20일 증원 배정 발표를 보고 기자와 통화하다가 전화기 너머에서 한숨을 쉬었다.
정부가 의대마다 나눠준 정원에 대해 기계적으로 뿌린 지방 눈치보기용이라는 지적이 의료계에서 쏟아진다. 이번에 증원된 32개 의대의 정원 중 끝자리가 0으로 끝나지 않는 곳은 강원대(132명) 한 곳뿐이다. 전국 지역별 의료 공백 차이와 의대 별 교육 여건을 제대로 반영했다면 딱 떨어지는 숫자를 만들었겠냐는 지적이다. “예쁘게 숫자만 맞추어 주먹구구식으로 배분한 탁상행정(대한의사협회)”이라는 주장을 아주 무시할 수 없다.
정부는 거점국립대 9곳 가운데 강원대·제주대를 뺀 7곳의 정원을 200명으로 똑같이 맞췄다. 그러나 7개 의대가 속한 지역의 인구 차이는 두 배가 넘는다. 가장 많은 부산시는 329만명이고, 가장 적은 충북도는 159만명이다. 부산대와 충북대 의대 최종 정원은 200명으로 동일하다. 총선을 앞두고 어느 지역 의대에 많이 주면 덜 받은 지역에서 나올 반발을 막기 위해 똑같이 맞췄다는 의료계 비판에 설득력이 없지 않다.
200명이라는 숫자를 맞추느라고 현장 교육 여건에 대한 고려가 미흡했다는 우려도 나온다. 이들 대학의 내년 입학 정원은 모두 같지만 현재 정원은 제각각이다. 전북대가 142명으로 가장 많고, 부산대와 전남대가 125명, 경북대와 충남대가 110명으로 뒤를 잇는다. 경상대와 충북대는 각각 76명과 49명이다. 충북대 의대에선 정원이 단번에 4배 넘게 늘어나며 제대로 가르칠 수 없다는 아우성이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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증원된 의대생이 전문의로 배출되는 10여년 뒤 전북이 경남보다 의사가 더 필요할 수도 있고 경북이 전남보다 더 필요할 수도 있다. 정부는 지금이라도 각 지역의 미래 의료 수요를 정밀하게 예측하고, 의대 정원 배분을 '제각각'으로 재조정할 필요가 있다. 이렇게 해야 정부가 이번 정원 배정 기준으로 발표한 '수도권과 비수도권의 의료격차 해소' 및 '지역 필수의료를 뒷받침하는 새로운 의료 생태계 구축'이 제대로 가능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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