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정위 추가 의견수렴은 후퇴
끼워팔기 등 결국 소비자 부담

최근 공정거래위원회는 '플랫폼 공정경쟁촉진법(플랫폼법)' 제정을 논의하다가 당초 계획한 정부안 발표를 미루고 추가적인 의견 수렴 절차를 거치기로 했다. 법안의 핵심이었던 시장 영향력이 높은 '지배적 사업자'를 사전에 지정하는 사전지정제도와 관련해 업계의 우려와 반발을 이유로 한발 물러선 모양새다. 법안의 구체적 마련 과정도 후퇴의 과정도 제대로 알 수 없어 참으로 아쉬운 상황이다.


이미 국민들은 플랫폼 비즈니스 속에 살고 있다. 아침에 일어나면 플랫폼에서 뉴스를 보고, 택시를 호출해 이동하고 점심을 배달시킨다. 봄에 입을 옷을 주문하기도 하고, 휴가를 위해 항공과 숙박을 예약한다. 한가한 저녁 시간에는 웹툰을 보고 음악을 들으며, 재미있는 영상 시청까지 온종일 플랫폼에서 각종 소비생활을 하고 있다. 플랫폼 노동자라는 직역도 생기고, 관련 사업자들의 규모도 다양하고 거래 규모도 날로 커지고 있다.

그러나 소비자에게 익숙한 플랫폼은 몇 개 안 된다. 시간이 갈수록 어느 한 플랫폼에 종속돼 가는 느낌이다. 그 분야에서 거의 독점적인 플랫폼이어서 대안이 마땅치 않은 경우도 있고, 나름의 혜택, 편의성, 익숙함 등의 이유로 다른 플랫폼으로 옮겨가지 않기도 한다. 문제는 이렇게 거대해진 플랫폼은 더 이상 소비자에게 친절하지 않을뿐더러 필요에 따라 유료화, 끼워팔기로 소비자의 부담을 가중하기도 한다.


그동안 일부 플랫폼은 상당수의 가입자 확보 후 일방적으로 유료화하거나 구독료를 올렸다. 플랫폼 생태계에서 중소 사업자라고 할 수 있는 앱 개발자에게 인앱결제를 강요하고 높은 수수료를 부과하기도 했다. 소규모 판매자, 배달종사자, 택시운전사에게 높은 수수료를 적용해 결과적으로 최종 소비자에게 부담을 전가했다.

[발언대]독과점 규제 '플랫폼법' 하루빨리 발표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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플랫폼 대기업에 대한 규제 움직임은 우리나라만의 현상이 아니다. 유럽연합(EU)에서 올해부터 '디지털서비스법'과 '디지털시장법'을 시행해 지배적 사업자를 사전에 지정하고 불공정거래행위를 규제하기로 했다. 앱 개발자에게 인앱결제를 강요하고 최고 30%의 수수료를 부과하던 애플은 유럽에서만 수수료를 낮추고 대체결제를 허용하는 정책으로 변경했다. 이 사례에서 보듯 소수 독점적 플랫폼에는 규제로 작용할 수 있지만 이를 이용하는 다수의 앱 개발자, 스타트업 등의 사업자나 기업에는 독과점으로 인한 과도한 비용을 낮춰줌으로써 시장 진입과 혁신을 시도해볼 수 있는 기반이 될 수 있을 것이고, 혁신성을 소비자와 공유할 수도 있다.


우리나라는 플랫폼 사업자의 독점적 지위 남용 행위를 공정거래법, 전자상거래법 등 현행법으로 규제하고 있다. 그러나 이들 법으로 플랫폼 특성에 맞는 효과적 규율이 가능한지, 굳어진 플랫폼 생태계에서 어쩔 수 없이 불리하다고 생각되는 조건이라도 받아들일 수밖에 없는 시장의 약자들을 적절히 보호할 수 있는지 의문이다. 소비자 피해를 유발하는 플랫폼 기업들의 다크패턴을 규제하기 위해 전자상거래법이 개정됐지만 이처럼 피해가 발생하면 뒤늦게 법안을 보완하는 땜질식 대책으로 충분하지 않다.


공정위는 플랫폼 기업의 독점적 행위를 효과적으로 규제할 수 있는 제도적 방안을 시급하게 마련하겠다는 대국민 약속을 지켜야 한다. 법안 준비와 발표를 주저할 것이 아니라 이른 시일 내 플랫폼 독과점 규제를 위한 법을 제정해 시장에서 실효성 있게 작동할 수 있도록 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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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정화 한국소비자연맹 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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