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언대]아파트 화재, 무조건 대피보다 살펴서 대피하라
갑진년 새해, 주거 안전은 '불나면 살펴서 대피' 실천에서부터
경북 영주에 가면 신라 문무왕 때 창건한 천년고찰 부석사가 있다. 한국 전통 건축의 특성을 고스란히 간직한 부석사에는 창건 당시부터 내려오는 용에 관한 전설이 있다.
의상대사가 당나라에서 유학을 마치고 귀국할 때 그를 흠모한 여인 선묘가 바다에 몸을 던져 의상대사가 탄 배를 보호하는 용이 됐고, 용으로 변한 선묘는 의상대사가 신라에 도착한 뒤에도 계속 그를 지켜주었다는 것이 그 내용이다.
부석사 무량수전 뒤에는 부석(浮石)이라는 바위가 있는데, 이 바위가 선묘용이 변화했던 바위라 전해진다. 이와 같은 전설에서도 엿볼 수 있듯이 동양에서 용은 국가를 수호하고 인간을 지켜주는 신성한 존재로 여겨진다. 올해가 바로 그 용의 해인 갑진년(甲辰年)이다.
서울소방은 푸른 용의 기운과 함께 시작한 갑진년이 안전한 한 해가 될 수 있도록 소방안전대책 추진 및 재난대응체계 구축에 시민의 생명과 안전을 보호하기 위한 세부 대책을 빈틈없이 반영할 것이다.
시민 여러분에게도 아파트 화재 시 안전을 도모하기 위한 몇 가지 행동 요령의 숙지를 꼭 당부드린다. 먼저 ‘불나면 살펴서 대피하기’ ‘화재 시 문 닫고 대피하기’의 실천이다. 그동안은 화재가 발생하면 화재지점으로부터 멀리 떨어진 외부로 대피하도록 권고했지만, 무조건적 ‘대피’보다는 화재발생 장소와 불길·연기의 영향 여부 등 대피 여건을 판단해 상황에 맞는 대피를 부탁드린다.
우선 우리 집에서 화재가 발생했거나 이웃집 화재로 우리 집에 연기나 불길이 들어 온다면 현관문을 닫은 후 계단을 이용해 낮은 자세로 지상이나 옥상 등으로 신속히 대피해야 한다.
그리고 현관 밖으로 대피가 어려운 경우엔 경량 칸막이 등이 설치된 곳으로 이동하고 화염이나 연기로부터 멀리 피한다. 만약 우리 집에 연기나 불길이 들어오지 않을 때는 무조건적인 대피보다는 실내에 대기하면서 창문과 문틈 등 연기 유입통로를 막고 안내방송에 따라 행동하는 편이 더 안전하다.
특히 화재 시 방화문이 제대로 닫히지 않은 경우 아파트 피난계단은 굴뚝효과로 인해 연기와 불길이 상층으로 빠르게 확산하게 하는 특성이 있다. 이에 대피 시엔 반드시 현관문을 닫음으로써 이러한 연기나 불길의 확산을 막고 가족과 이웃이 안전한 구역으로 대피할 수 있도록 도와준다.
또한 평소에 아파트 관리사무소에서는 화재 피난행동요령에 대한 정기적인 안내방송을 통해 입주민들이 대피요령을 잘 숙지할 수 있도록 하고, 실제 화재 발생 시엔 입주민들에게 화재 상황에 맞는 적절한 대피 방법을 전달해야 한다.
이와 함께 소방시설이나 방화시설이 제대로 작동하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 이를 위해 연 1회 실시하는 작동점검 및 종합점검이 실효성 있게 진행되도록 아파트 소방안전관리자와 입주민의 자율적인 참여와 점검이 필요하다.
그리고 아파트는 다수의 입주민이 한 건물에 모여 사는 공간인 만큼 작은 화재로도 피해자가 많아질 우려가 있다. 화재로 인한 인명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해 화재 발견 즉시 119로 신고해 주기 바란다.
며칠 후면 우리 민족의 대명절인 ‘설’이 다가온다. ‘설’의 여러 어원 중 하나인 ‘섧다’에는 ‘삼가다’ 또는 ‘조심하다’라는 의미가 내포돼 있다. 안전에 대한 국민의 작은 관심과 참여가 새해와 함께 빛이 날 수 있도록 우리 소방은 조금의 방심하는 행위도 ‘삼가고’ 마음가짐을 ‘조심하여’ 안전한 새해 첫날을 맞이하도록 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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