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무런 방해도 없이, 태양이 어느 위치에 있든
나는 숲속을 거닌다. 안개, 얼어붙은 하늘, 폭염도 날 막지 못하고,
그 누구도 내 즐거움에 끼어들지 않는다.
외출 드문 마을 사람들이 장난치는 아이들을 데리고
밖으로 불러내는 봄이 돌아와,
노란 들판에서 나물을 캐고,
데이지꽃으로 머리를 장식하고, 냇가에서 야채를 뜯곤 하는
한 해 중 가장 놀기 편한 계절에도
그늘진 이곳은 온전히 내 공간이다.
겁 많은 산토끼조차 여기를 자주 오가는 손님과 친해져
아무런 두려움도 없고 날 피하지도 않는다.
소나무 가지에 앉아 있는 분홍가슴비둘기도
내가 가까이 가도 끝없이 사랑 노래를 불러댄다.
세월 때문인지 상처 때문인지 깊게 파인
느릅나무 구멍 속 피신처에서 불려 나온 다람쥐는
깃털과 나뭇잎으로 엮은 둥지 속에서
겨울을 나고는, 잠시 뛰어놀다가 따스한 햇볕을 쬔다.
날쌔고 활달한 다람쥐는 장난을 치다가 나를 보고는
어느새 새처럼 재빨리 옆의 너도밤나무로 오른다.
꼬리를 털며 귀를 쫑긋 세우더니
놀란 척, 매우 화난 척 발을 구르며 크게 울어댄다.
삶을 즐기는 동물을 보고 즐거워할 줄 모르고
행복한 짐승들 모습이
나의 행복감을 높이는 것을 알지 못하는 자는
공감 능력이 없기에 사랑과 우정에도 무감각하고
타고난 차가운 가슴으로 친구와도 어울리지 못한다.
아무도 쫓는 이 없지만, 그저 즐겁고 기쁨에 겨워
숲속 빈터를 가로질러 달리는 새끼 사슴.
제멋대로 쏜살같이 넓은 초원을 냅다 내달리다가
멈춰 헐떡대며 발을 쳐드는 말은
이내 다시 뛸 준비를 한다.
한낮에 뛰어다니는 암소,
한 마리가 정오에 춤을 시작하면
모두가 즐거운 호출에 응해 춤추기 시작한다.
엉뚱하고 이상하고 괴상하기까지 하지만
모두 한마음으로 누를 수 없는 희열감을 울음과 몸짓으로 보여준다.
친절한 자연은 수천 가지 환희의 장면마다 축복을 내려준다.
이러한 자연의 기획을 잔인한 인간이 어찌 감히 꺾을 수 있나.
환희의 장면들은 즐거움을 만끽하길 원하는 자비심 충만한 자들에게는
그 무엇보다도 더 귀한 행복감과
그에 합당한 기쁨으로 안락함을 선사한다.
-<걷기의 즐거움>, 수지 크립스 엮음, 윤교찬·조애리 옮김, 인플루엔셜, 1만6800원
조인경 기자 ikjo@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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