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스카가 주목한 셀린 송 "인연이 인생을 바꿀 때"
'패스트 라이브즈'로 작품·각본상 후보
"모든 관객이 인연이란 개념 알았으면
관계를 생각하면 인생의 깊이 깊어진다"
"한국에서는 '인연'이란 단어를 누구나 알지만, 세상 대부분 사람은 모른다. 그걸 이해하고 느끼게 해주고 싶었다."
미국 아카데미 시상식 입성을 앞둔 한국계 셀린 송 감독이 영화 '패스트 라이브즈'를 연출한 의도다. 관객이 사람들 사이에 맺어지는 관계를 생각하며 인생의 깊이가 깊어지길 바랐다.
소탈한 바람은 지난달 23일 탄력을 받았다. '패스트 라이브즈'가 제96회 아카데미상 최종 후보 명단에서 작품·각본상(셀린 송) 부문에 가세했다. 송 감독은 6일 국내 언론과의 화상 인터뷰에서 "첫 영화이자 데뷔작이라 영광이라고밖에 할 말이 없다. 정말 감사할 따름"이라고 말했다. "한국적 요소로 채워진 영화로 사랑받아 더 뜻깊은 것 같다"며 미소도 보였다.
'패스트 라이브즈'는 서울에서 어린 시절을 보낸 첫사랑 나영과 해성이 24년 만에 뉴욕에서 재회해 서로 인연을 돌아보는 이야기다. 유태오와 그레타 리, 존 마가로 등이 출연한다. 지난해 1월 선댄스영화제에서 처음 공개되고 한국적 세계관과 풍경을 유려하게 담았다는 극찬이 잇따랐다.
뼈대는 열두 살까지 한국에서 자란 송 감독의 자전적 이야기다. 그는 "뉴욕의 어느 바에서 어린 시절 한국 친구를 재회한 적이 있다. 미국인 남편도 함께했는데 중간에서 두 사람의 언어와 문화를 해석해 전달하며 제 개인적 역사의 일부를 함께 해석한다는 느낌을 받았다"고 회고했다. "그걸 영화로 풀어내면 흥미로울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어 글을 쓰기 시작했다"고 말했다.
'패스트 라이브즈'에서 인연은 같은 장소 같은 시간에 존재함으로써 느끼는 기적적 연결과 사랑의 감정을 가리킨다. 송 감독은 천착한 이유에 대해 "가볍게 볼 수도 있지만 조금 더 고찰하면 인생의 깊이가 달라질 수 있다고 봤다"고 밝혔다. "스쳐 지나가는 인연도 특별한 관계가 될 수 있다"며 "그렇게 의미를 부여하다 보면 자기 삶을 더 잘 살아갈 수 있을 듯했다"고 말했다.
인연은 지극히 아시아적 관념이다. 보편적 정서로 풀어내기 어려울 수 있다. 송 감독은 한국 출신 배역들이 미국인에게 직접 설명하는 장면을 넣어 공감의 폭을 넓혔다. 그는 "모든 관객이 인연이란 개념을 알게 된다"며 "한국인이 아닌 사람들이 인연이라는 단어를 쓰고, 내게 찾아와 많은 생각을 하게 됐다고 말해줄 때 너무나 기분이 좋았다"고 밝혔다.
그는 "사실 제가 가진 이민자라는 정체성은 많은 사람에게도 있다. 예컨대 이사로 새로운 곳에서 삶을 시작하는 건 누구나 할 수 있는 경험"이라며 "평범한 사람도 여러 시공간을 지나며 신기한 순간이나 특별한 인연이 있다는 걸 얘기하고 싶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나 또한 촬영을 위해 찾은 한국에서 과거를 돌아보고, 내가 한국에 두고 온 것들을 많이 생각할 수 있어 행복했다"고 털어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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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 감독은 한석규·최민식이 주연한 영화 '넘버 3(1997)'를 연출한 송능한 감독의 딸이다. 뉴욕에서 약 10년 동안 극작가로 활동하며 다양한 작품에 참여했다. 대표작으로는 '엔들링스'가 손꼽힌다. 만재도 해녀들의 이야기와 이민 1.5세대라는 정체성에 대한 고민을 담아낸 연극이다. 그는 '패스트 라이브즈'에서도 한국적 정서를 이어가 데뷔작으로 오스카에서 작품상과 각본상 후보로 모두 지명된 네 번째 주인공이 됐다. 아시아계 여성 감독으로는 처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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