항소심서 형량 가중·유무죄 뒤집힌 사례 잇따라

최근 주요 형사 사건 항소심에서 1심보다 형량이 가중되거나 1심 무죄가 유죄로 뒤집힌 경우가 잇따라 나오며 변호사업계가 긴장하고 있다. 1심에서 무죄나 집행유예와 같이 낮은 형량을 받았다고 결코 안심할 수 없다는 분위기가 확산되고 있다. 한동안 법원이 재계나 기업인 총수에 대해 ‘징역 3년, 집행유예 5년’을 잇따라 선고하면서 쏟아진 ‘3.5 정찰제 판결’이라는 비판도 어느 순간 사라졌다. 이에 법조에선 “항소심이 무섭고 독해졌다. 재판은 끝날 때까지 끝난 게 아니다”는 소리가 나온다.


[사진출처=법률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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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체에 유해한 가습기 살균제를 제조·판매한 혐의로 1심에서 무죄가 선고된 안용찬 전 대표 등 애경산업과 SK케미칼의 전직 임직원들은 지난 11일 항소심에서 모두 유죄를 선고받았다. 1심은 CMIT·MIT가 폐 질환 등을 유발했다는 인과관계가 입증됐다고 보기 어렵다며 피고인들 전원에게 무죄를 선고했다. 하지만 항소심은 해당 화학물질과 폐 질환 유발과의 사이에 인과관계를 인정한 뒤 무죄 판단을 뒤집고 유죄를 선고했다. 이날 안 전 대표와 홍 전 대표에게는 금고 4년의 실형이 선고됐다.

미공개 중요 정보를 이용해 11억 원 상당의 부당이득을 챙긴 혐의로 기소된 이동채 에코프로 회장은 항소심에서 1심보다 가중된 징역형의 실형을 선고받고 법정구속됐다.


무서운 항소심 사례는 기업인 형사 사건에만 국한되지 않는다. 이동재 전 채널A 기자의 명예를 훼손한 혐의로 1심에서 무죄를 선고받은 최강욱 전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지난 17일 항소심에서 벌금 1000만 원을 선고받았다.

이에 대해 지방법원의 한 부장판사는 “재판부마다 각기 다른 특성의 사건을 독립적으로 심리, 판단하고 있고 기타 사정변경이나 증거가 새로 제시되는 경우를 감안할 때 3심제를 택하는 재판 시스템상 유무죄가 뒤바뀌거나 형량이 달라지는 것은 당연한 일”이라면서도 “다만 형량이 가중되는 몇몇 주요 사건들의 경우에는 1심의 심리가 부족하다거나 판단누락을 지적하는 목소리가 충분히 나올 수 있다”고 분석했다.


최근 주요 형사 사건 항소심에서 1심 무죄가 유죄로 뒤집히거나 1심보다 형량이 가중되는 사례가 잇따라 나오면서 항소심 판결 선고를 보기가 무섭다는 말이 법조계에서 나온다. 이런 현상에 대해 일각에선 1심의 심리가 그동안 얼마나 부실해졌는지를 드러내는 단적인 사례라고 평가하는 견해가 있는가 하면, ‘법관이 독립해 재판한다는 방증’이라며 긍정적으로 평가하는 견해가 엇갈린다.


무서워진 항소심 판결


[사진출처=법률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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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체에 유해한 가습기 살균제를 제조·판매한 혐의로 기소돼 1심 무죄에서 2심 유죄(지난 11일)로 바뀐 안용찬 전 대표 등 애경산업과 SK케미칼의 전직 임직원들은 적잖이 충격을 받은 모습이었다.


특히 항소심은 1심의 인과관계 오해를 지적하기도 했다. 재판부는 “원심 판단은 인과관계를 증명하는 여러 수단 중 하나인 동물실험결과의 간접적·보충적 성격을 오해해 그 실험결과를 해석함에 있어 해당 실험을 수행하거나 검토한 전문가들이 제시하는 과학적 의미를 간과하고, 실험실 환경과 실제 사용환경 간의 차이, 실험대상이었던 쥐와 사람 사이에 존재하는 종간 차이 등을 제대로 반영하지 못한 채 각 실험의 계량적 평가수치에만 지나치게 높은 비중을 둔 것으로 보인다”고 판시했다.


이동채 에코프로 회장은 항소심에서 법정구속됐다. 1심은 2022년 10월 이 회장의 혐의 대부분을 인정하면서도 부당이득을 환원한 점 등을 이유로 이 회장에게 징역 3년에 집행유예 5년, 벌금 35억 원을 선고했다. 하지만 항소심은 “선의의 투자자를 고려하지 않고 개인의 이익을 위해 범행한 점에서 죄책이 가볍지 않다”며 1심 판단과 달리 징역 2년에 벌금 22억 원, 추징금 11억여 원을 선고했다.


최강욱 전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지난 17일 항소심에서 벌금 1000만 원을 선고받은 것은 “비방 목적이 있고 해당 글로 여론 형성을 왜곡했다”는 항소심 판단때문이었다. 1심은 2022년 10월 “비방 목적이 없고 공적인 관심 사안에 해당한다”며 무죄를 선고했다.


법조에선 “1심 심리 부실” 지적도


1심 결과가 2심에서 뒤집히는 이유는 뭘까.


한 고법판사는 “삼성이나 금호 등 기업 형사 사건에 대한 법원 판결을 기점으로, 최근 몇 년 사이에 ‘정찰제 판결’이라는 비판이 사라질 만큼 기업인들에 대한 집행유예가 상당히 사라진 편”이라며 “게다가 하급심을 중심으로 워라밸 분위기가 퍼지면서 심리가 부실해진 탓도 작용했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고등법원의 한 부장판사는 “형사 사건뿐만 아니라 민사, 행정 사건 등 1심에서 올라오는 판결들이 과거보다 충실한 심리를 했다고 볼 수 없는 케이스가 요새 들어 자주 보인다”며 “고등부장 승진 제도가 폐지되면서 판사들이 일하려는 의지가 저하된 것도 한 가지 원인일 수 있다”고 평가했다. 그는 “지금처럼 법관 인사 이원화 제도가 유지되면 이 같은 현상은 나아지지 않을 것”이라며 “1심 판사들도 2심에서 경험을 쌓아야 하는데, 그렇지 못한 상황이 안타까울 뿐”이라고 말했다.


반면 1심 재판장 출신의 한 변호사는 “기본적으로 기업과 경제 현실에 대한 판사의 가치관이나 관점에 따라 형량이 달라질 여지가 있다”며 “항소심은 사실심의 마지막 절차이기 때문에 유무죄 판단을 신중하게 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1심이 불충실한 심리를 한다’는 일부 견해에 대해선 일부 동의하면서도 1심 재판부가 처한 어려움을 설명하기도 했다. 그는 “형사합의부 1심은 굵직한 기업 사건 변호인들이 증거를 모두 부동의하면 모든 관련자를 증인으로 불러야 해 증인신문만으로도 쉽게 지치게 된다”며 “사실관계 정리만으로도 벅차 법리와 양형 부분들에 대해 소홀해질 수 있는 상황”이라고 토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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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용경 법률신문 기자


※이 기사는 법률신문에서 제공받은 콘텐츠로 작성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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