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업체 탐방기] KDI 구미공장 가보니
미사일 기술의 핵심장치는 신관
조립라인 70% 이상 자동화
3개 공정 거칠 때마다 7개 이상 검사
불발률 3% 기록한 美제품보다 안전
미사일의 어원은 ‘던지다(mittere)’라는 의미의 라틴어다. 돌이나 화살, 총알 등 무언가를 던지거나 날렸을 때 비행하는 물체를 뜻한다. 최초의 미사일은 제2차 세계대전 당시 나치 독일의 로켓 V1과 V2이다. 북한은 러시아와 중국의 기술을 도입해 미사일을 꾸준히 개발했다. 14일에는 동해상으로 중거리급 탄도미사일(IRBM)을 시험 발사했다.
우리 군도 2021년 한미정상회담에서 미사일 지침을 폐지하면서 중량과 거리의 제약이 없어지자 고체연료 기반 발사체까지 성공했다. 천검, 천무, 천궁-Ⅱ 등 다양한 미사일들은 ‘K-방산’ 선두주자로 자리매김했다. 미사일 핵심 기술을 생산하는 중소기업을 찾았다.
지난달 11일 찾아간 코리아디펜스인더스트리(KDI) 구미공장에서는 국산 차세대 다연장로켓인 ‘천무’ 신관 생산이 한창이었다. 신관은 평상시에는 탄이 터지지 않도록 하는 안전장치다. 하지만 발사 시에는 정해진 시간에 탄두가 터지도록 하는 핵심 장치이기도 하다. 천무는 239mm 유도탄과 227mm 무유도탄, 130mm 무유도탄을 발사할 수 있다. 유도탄은 최장 80㎞ 떨어진 표적을 정밀 타격할 수 있다. 무유도탄은 영화 강철비로 인해 명성을 얻었다. 공중에서 터진 무유도탄은 500여 발의 자탄을 뿜어내며 축구장 3배 면적을 단숨에 초토화할 수 있다.
조립동 안은 정전기 관리 구역이다. 전자담배나 라이터를 소지해서는 안 된다. 방문객도 예외가 아니다. 공장 규모와 비교해 직원 수는 적어 보였다. 자동화 덕분이다. KDI에서 생산되는 신관은 70% 이상이 자동화 시설에서 만들어진다. 일부는 사람의 손이 필요했다. 작업 중인 직원을 보니 옆에서 말을 걸기 힘들 정도로 집중했다. 핀셋으로 신관 부품을 조립 중이었는데 부품이 손톱보다 작은 톱니였다. 마치 태엽으로 작동하는 기계식 시계를 조립하는 것처럼 보였다.
옆 방은 신관 표면을 코팅하는 포팅(Potting)실. 신관에 코팅해야 공중에서 중력을 버틸 수 있다. 사람이 일상적인 생활을 할 때는 1G(G는 중력 가속도 단위·중력의 1배), 바이킹을 탈 때는 최고 2G, 전투기 조종사의 경우 7.3G 이상을 느낀다. 신관이 버텨야 하는 중력은 5만G. 이를 버티지 못하면 비행 중에 신관 내부 전자부품이 모두 파손돼 미사일 역할을 하지 못한다. 시험은 여기서 끝이 아니다. 기폭시험도 거쳐야 한다. 전기신호를 주며 전압, 전자기파 등이 정해진 기준에 맞는지 확인했다. 옆 조립동에서는 마치 아기 시험관 같은 유리관이 나란히 서 있었다. 자동화 조립 시스템이다. 신관은 3개 공정을 거치게 되는데 한 공정마다 조립 후 실시간으로 뇌관 검사, 저항 검사, 기폭관 점검 등 7개 이상의 검사를 했다. 박기흠 공장장은 “다양한 시험을 거쳐 1개의 신관이 만들어지는데, 이곳에서만 하루 1만 2000개의 신관을 생산할 수 있다”고 말했다.
신관 공정마다 7개 이상 검사해 내부 부품 보호
완성된 신관은 또 다른 시험동으로 옮겨 추가 시험을 진행했다. 충격 시험이다. 졸트(Jolt)시험기는 마치 물레방아에 설치된 방아 찧는 기계와 비슷하게 생겼다. 신관을 고정하고 바닥에 1700번 이상 내리꽂는다. 이 시험에 통과해야 완성품으로 인정받는다. 회전을 시험하는 점블(Jumble) 시험기도 통과해야 한다. 3600번을 회전시킨다. 물 안에도 넣는다. 강철로 만들어진 상자 안 물속에 신관을 넣고 압력을 높인다. 압력으로 밀어내는 물이 신관에 들어가는지 확인한다.
천무의 무유도탄은 공중에서 터지는데 신관의 자폭 기능 때문에 가능하다. 전자식 신관과 기계식신관이 있는데 최근에는 전자식 신관을 많이 쓰는 추세다. 사람이 손으로 직접 입력하는 기계식신관보다 자동으로 수치를 계산해 입력하는 전자식 신관이 더 정확하고 오차범위도 좁기 때문이다. 기계식 신관은 오래된 무기인 60mm 박격포 등에 사용되고, 전자식 신관은 K-9 자주포 155mm 탄에 사용된다.
천무 무유도탄 전자식 신관으로 자폭… 불발률 0.1%
KDI는 무유도탄의 낮은 불발률을 자랑한다. 국제사회는 무유도탄이 민간인도 살상할 수 있다고 우려한다. 바로 자탄이 터지지 않아 발생하는 불발률 때문이다. KDI는 지난해 9월 이스라엘에서 무유도탄을 시험 발사했다. 자탄의 불발률은 0.1%. 미국의 무유도탄의 불발률이 3%라는 점을 고려하면 안전성은 보장된 셈이다.
KDI 관계자는 “무유도탄의 불발률을 줄임으로써 일반 무기 체계만큼이나 효과적이라는 것을 증명한 셈”이라면서 “‘K-방산’ 수출에도 한몫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양낙규 군사전문기자 if@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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