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콤 살벌한 겨울 과일값… 사과·배 이어 귤도 30% 급등
사과·배·단감 등 국산과일 지난해보다 30%가량 비싸
감귤, 대체과일 1순위 수요 많아져 가격 상승
수입과일도 대체수요 증가…파인애플 20%가량 올라
"자연스레 눈이 가고 손이 가더라고요."
#직장인 박소연(35) 씨는 지난 주말 친구들과 새해 모임에 사용할 케이크를 구입하기 위해 베이커리에 들렀다가 과일이 올라간 생크림 케이크를 보고는 고민 없이 구매해 들고나왔다. 박 씨는 “평소 초콜릿이나 치즈 케이크를 좋아하는 편인데 그날은 이상하게 과일에 시선이 꽂혔다”며 “따로 과일을 사 먹기가 쉽지 않아서인지 밖에서 과일 먹을 기회가 생기면 눈이 번쩍이게 되는 것 같다”고 말했다. 그는 “혼자 사는 입장에서 과일은 사치라는 생각이 들 때가 많다”며 “박스째 구입하기도 어렵고 편의점 같은 곳에서 파는 컵과일도 가성비가 떨어지는 것 같아 손이 잘 가지 않는다”고 털어놓았다.
과일값의 고공행진이 해를 넘겨서도 이어지고 있다. 지난해 이상기후로 사과와 단감, 배 등 국산 과일의 출하량이 크게 줄면서 가격이 급등했고, 소비자들이 상대적으로 저렴한 과일을 찾아 나서면서 제철과일과 수입과일까지 가격 오름세가 연쇄적으로 번져가고 있다. 공급물량이 제한적인 상황에서 업계 대목인 설 명절까지 한 달 앞으로 다가와 당분간 과일값 인하를 기대하기는 어려울 전망이다.
10일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aT)의 농수산물유통정보(KAMIS)에 따르면 지난 8일 기준 사과(후지) 10개의 전국 평균 소매가는 2만9097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2만2568원)보다 28.9%, 평년(2만2550원) 대비 29.0% 오른 것으로 집계됐다. 단감과 배 등 다른 과일의 가격도 줄줄이 오르고 있다. 단감은 10개 기준 평균 소매가격이 1만7285원으로 전년 동기(1만2664원) 대비 36.5% 올랐고, 평년(1만2070원)과 비교해선 43.2% 상승했다. 배도 10개 기준 3만3191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2만6326원)보다 26.1% 올랐다.
연초까지 이어지고 있는 과일값 고공행진은 지난해 이상기온 등으로 작황이 부진하면서 출하량이 감소한 게 가장 큰 원인으로 꼽힌다. 생산량 감소로 판매물량이 줄어든 것이 수급 불균형을 야기해 가격 상승으로 이어지고 있다는 것이다. 한국농촌경제연구원에 따르면 지난해 국내 사과 생산량은 전년 대비 24.8%, 배와 단감은 각각 19.1%, 31.9% 감소했고, 이로 인해 저장량은 30% 이상 줄어든 것으로 추정된다.
업계 관계자는 “기본적으로 물량이 적어 가격이 비싼 것”이라며 “곧 설 명절 대목을 앞두고 있는 데다 저장 기간도 충분히 남은 상태이기 때문에 공급자 입장에선 저장물량을 빨리 빼낼 필요가 없다”고 설명했다. 국산 과일은 일반적으로 햇과일을 수확한 후 대형 냉장 시설에서 보관하고 판매자들이 시장 상황에 맞춰 공급물량을 조절하는 방식으로 유통이 이뤄지고 있다. 통상적으로 단감은 4~5개월, 사과·배는 7~8개월 정도 저장이 가능하다.
제철과일도 사정은 다르지 않다. 딸기의 경우 지난해 재배면적이 감소하고 작황도 좋지 않아 공급은 제한적인 상황에서 최근 카페 프랜차이즈 업체들이 제철과일 상품으로 딸기음료를 잇따라 선보이는 등 생식 외에도 수요처가 다양해 가격 인상을 피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감귤 역시 생산량은 예년과 비슷한 수준이지만 대체과일 1순위로 꼽히며 찾는 손길이 많아 작년 이맘때보다 30% 가까이 가격이 오르고 있다.
수입 과일도 마찬가지다. 가격이 급등한 국내산 과일 수요가 수입과일로 대체하려는 수요가 늘면서 파인애플 1개의 가격은 8000원을 넘어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20%가량 오르는 등 가격 상승이 이어지고 있다. 여기에 지난해 이후 연중 원·달러 환율이 1300원을 웃도는 등 고환율 기조가 이어지며 수입 비용이 높아진 것도 수입량 감소와 이로 인한 수입과일의 가격 상승에 영향을 미치고 있다.
과일값 인상이 심화하면서 정부도 수입과일에 대해 역대 최고 수준의 할당관세를 적용하며 대응에 나섰다. 작황 부진으로 가격이 급등한 국내산 과일 수요를 수입과일로 대체해 소비자 부담을 덜겠다는 것이다. 할당관세란 특정 수입품에 대한 관세를 한시적으로 낮추거나 면제하는 것으로 널뛰는 물가를 잡기 위해 수입품 관세를 한시적으로 면제해 먹거리 가격을 안정시키기 위한 조치다.
기획재정부의 '2024년 경제정책방향'에 따르면 구체적으로 바나나(15만t), 파인애플(4만t), 망고(1만4000t), 자몽(8000t), 아보카도(1000t), 오렌지(5000t) 등 신선과일 6개 품목과 딸기(6000t), 기타(1만5000t) 냉동과일 2종, 사과 농축액, 과일퓌레, 토마토페이스트 등 13종의 가공식품 등 총 21종에 대해 상반기까지 관세를 인하·면제한다.
민간업체들도 대량 매입 등을 통해 가격 상승을 최대한 억제한다는 방침이다. 한 대형마트 관계자는 “과일값이 높은 시세를 이어가고 있는 상황에서 협력사들과 사전 기획, 자체 비축, 추가 산지 물량 확보, 농림축산식품부와의 협업 행사 등을 통해 안정적인 가격에 우수 품질 과일들을 선보이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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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현실적으로 단기간 내 과일값 인하를 기대하긴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생육기간이 2~3개월로 짧은 채소류와 달리 과일은 1년 단위로 공급되기 때문에 공급 부족이라는 근본적인 문제를 해결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여기에 설 명절이 한 달 앞으로 다가온 상황인 만큼 설 성수품 과일 등에 대한 수요는 더욱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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