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산부족으로 사업중단…"밤엔 아프면 안 되나"
약사회 "공공성 없는 민간약국, 야간운영 안하면?"
서울시 "야간휴일 의료체계 구축 및 모니터링"

야간에 문을 여는 서울 시내 공공야간약국이 예산 부족을 이유로 내년부터 운영을 중단하기로 하면서 야간 의료 공백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서울시는 야간에도 문을 여는 민간 약국들을 안내하며 큰 불편이 없을 것이라는 입장이지만 민간 야간 약국들이 개인적인 사정으로 밤에 문을 닫는 곳들이 많아 불편과 피해는 고스란히 시민들에게 돌아갈 것이란 우려가 크다.


권영희 서울시약사회장은 21일 MBC 라디오 '김종배의 시선집중'과 인터뷰에서 "공공보건의료에 대한 개념이 없는 시정"이라며 "밤에 아이들이 아프면 어떻게 해야 하나"라고 비판했다.

2020년 9월부터 시작된 공공야간약국 사업은 밤 10시부터 다음날 오전 1시까지 공공약국의 문을 열어 시민들이 평일, 주말, 공휴일 야간에도 안전하고 올바르게 의약품을 구입할 수 있도록 한다. 현재 운영 중인 서울지역 공공야간약국은 총 33곳이다.


하지만 서울시는 내년도 예산이 감소함에 따라 공공야간약국 사업을 중단하기로 했다.

마포구 공공야간약국. [이미지제공=마포구]

마포구 공공야간약국. [이미지제공=마포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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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민들은 야간 의료공백을 우려하고 있다. 온라인 커뮤니티 등에선 "밤 10시 이후에는 아프지도 말아야 하나", "국민 건강에 중요한 곳에 세금을 줄이는 게 맞느냐"는 비판이 나왔다.

서울시는 해당 사업이 중단돼도 의료 공백은 없을 것이라고 반박한다. 시는 전날 해명자료를 통해 "서울 시내에서 밤 10시 이후까지 운영 중인 (공공야간약국 포함) 약국이 총 177곳"이라며 "공공야간약국이 연초부터 중단돼도 시민들이 불편함 없이 야간 운영 약국을 찾을 수 있도록 응급의료 포털을 통해 안내하고 있다"고 해명했다.


하지만 민간 운영 야간 약국의 경우 공공성이 보장되지 않아 운영을 보장할 수 없다는 지적이 나온다. 권 회장은 "제가 밤 10시부터 11시 이후까지 전화해서 다 확인해봤는데 서울시가 안내한 (177곳) 중 3분의 1 정도는 전화를 안 받거나 문을 안 열고 있더라"며 "공공야간약국은 의무적으로 새벽 1시까지 열어야 하지만 민간 약국은 공공성이 보장돼있지 않으니 개인적으로 사정이 있으면 문을 안 열 수 있다"고 지적했다.


특히 현재는 독감 등 호흡기감염 병이 유행하고 있는 시기다. 질병관리청은 12월 2주차(12월 3~9일·올해 49주차) 외래환자 1000명당 인플루엔자 의심 증상을 보이는 환자 수(인플루엔자 의사환자 천분율)는 61.3명으로, 2019년 이후 가장 높은 수치를 기록했다고 밝혔다. 새해부터 공공야간약국이 운영되지 않으면 심야 시간 약 처방이 필요한 시민들은 불편을 겪을 수밖에 없다는 얘기다.

서울시내 야간 운영 약국수. [이미지제공=서울시]

서울시내 야간 운영 약국수. [이미지제공=서울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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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공야간약국 사업 운영 배경은 '예산 부족'이다. 내년 서울시 예산은 올해보다 약 1조4000억원이 줄어든 45조7405억원으로 확정되면서 공공야간약국을 비롯한 일부 사업의 예산이 삭감됐다.


하지만 이에 대해서도 권 회장은 "한해 14억 정도면 33개의 공공야간약국 운영을 지원할 수 있다"며 "서울시에서 1년에 쓰는 비용은 45조지만 전체 운용기금 등을 포함하면 총 64조5000억원 정도 된다. 그런데 거기서 14억 아끼려고 중단하는 건데 지금 공공보건의료에 대한 개념이 없는 그런 시정"이라고 비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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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편 서울시는 야간·휴일 진료를 위한 '서울형 야간·휴일 소아 의료체계'를 구축해 인근에 약국이 있는 30개 의료기관을 지정했다. 또 야간 의료공백이 발생하지 않도록 지속해서 모니터링하고 약사회 등 관계 전문기관과 지속 협의하겠다고 밝혔다. 일부 지역에서는 자체적으로 공공야간약국을 운영하기로 했다. 마포구는 내년부터 구비로 지원하는 '마포형 공공야간약국'을 운영할 계획이다. 접근성 편의를 위해 지하철역 인근 약국 두 곳을 선정해 운영한다.


박현주 기자 phj0325@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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