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스쿨 15년, 길을 묻다]
"학교 서열화 멈추고 로스쿨별 특성화 고민해야"
2008년 1월 수도권 15곳·지방 10곳 총 25곳의 대학이 로스쿨 예비인가를 받았다. 강원대는 인하대·아주대 등과 함께 수도권으로 편제되면서 정원 40명을 배정받았다. 서울에서 지하철로 1시간이면 도착하는 춘천은 점차 수도권 생활영역으로 들어오고 있다. 지난달 춘천시가 발표한 설문조사에 따르면 서울·수도권 시민 중 72.7%는 ‘춘천을 가깝게 느끼고 있다’고 답변했다. 59.3%는 출·퇴근(통학)이 가능하다고 답했다.
문병효 강원대 로스쿨 원장은 “강원대는 로스쿨 도입 당시 수도권으로 편제됐는데도 불구하고 지방에 있다는 이유로 실력을 갖춘 졸업생들이 정당한 평가를 받지 못하고 있다”며 “서열화를 멈추고 도입 취지대로 로스쿨별 특성화를 고민해야 한다”고 말했다.
다음은 일문일답.
Q. 로스쿨 도입 15년 어떻게 평가하나.
A. 아직 성공 여부를 단정하기는 어렵지만 안정적으로 정착해 나가고 있다고 생각한다. 다른 체제로 가기는 어려울 것 같고 제기되는 비판을 겸허히 받아들이고 개선해 나가야 한다. 로스쿨 도입으로 과거 사법시험 때보다 법조인이 될 수 있는 기회가 많아졌다고 하지만 정보 접근이 용이하고 조기교육 혜택을 받은 중산층 이상의 학생에게 유리한 측면이 분명히 있다. 직장 생활을 하다 3년을 쉬고 수천만 원이 드는 로스쿨에 입학하기도 쉽지 않다. 자연스레 나이는 점점 어려진다. 사회·경제적 약자에게 더 많은 기회가 돌아갈 수 있도록 제도 보완이 필요하다. 일부 저소득 학생들은 등록금을 전액 면제받지만, 생활비도 문제다. 방학 기간에 아르바이트를 뛰는 학생들도 있다. 당연히 초시에 합격할 가능성이 그만큼 떨어질 수밖에 없다. 생활비 장학금까지 확대 지원이 필요하다. 등록금 면제를 받지 못하는 서민층을 위한 초저금리 대출 등 지원도 필요하다.
Q. 지방 국립대로서 어려운 점은.
A. 지방 국립대로서 예산 등 어려운 점이 없지 않다. 예산이 늘기는커녕 삭감되는 상황에서 학생들에게 필요한 지원을 해주기에 부족한 면이 있다. 교수, 졸업생 등이 어려운 상황 속에서도 기부를 이어 나가는 등 노력하고 있지만 한 단계 더 도약하기 위해선 지원이 절실하다. 한편 학생들 입장에서 보면, 강원대는 서울에서 1시간이면 올 수 있고 도서관이나 열람실, 기숙사 등 시설이 잘 갖춰져 있어 공부에만 집중할 수 있는 환경이다. 그래서 로스쿨 도입 당시에도 수도권으로 편제가 됐는데, 지방에 있다는 이유로 과소평가 받는 부분이 있어 상당히 안타깝다. 우리 졸업생 중에는 대법원이 주최하는 ‘가인법정변론대회’에서 최우수상을 받는 학생이 있는가 하면 적은 정원이지만 재판연구원, 검사 임용에 합격하는 학생이 꾸준히 나온다. 그런데 이런 뛰어난 학생들도 대형 로펌 취업이 쉽지 않다. 왜곡된 취업 구조하에서 불이익을 받고 있는 것이다. 로펌에서도 무조건 학교만 보고 입도선매할 게 아니라 다양한 요소를 고려했으면 좋겠다.
Q. 제도 개선이 필요한 부분은.
A. 정량 요소가 강조되다 보니 리트(LEET, 법학적성시험) 점수가 입시를 결정하는 구조가 됐다. 결국 리트 점수로 서열화가 진행됐는데, 리트 점수와 변호사시험 합격의 상관관계가 잘 보이지 않는다. 리트 자체를 부정하지는 않지만, 이 점수가 법률가로서 전문성이나 업무수행 능력을 보장하지는 않는다고 본다. 오히려 변호사시험 합격은 로스쿨 성적과 거의 비슷하게 간다. 학사 관리가 얼마나 잘 됐느냐가 변호사 자격을 갖췄는지 가늠할 수 있는 중요한 기준이 되는 것이다. 무조건 변호사시험 합격률을 올리자는 것이 아니다. 엄격한 학사관리를 전제로 합격률을 올릴 필요가 있다. 3년 안에 이론과 실무를 모두 다뤄야 하므로 무리는 있지만, 로스쿨 교과과정은 상당히 수준이 높다. 그런데 학생들은 낮은 변시 합격률로 시험 과목 외에는 관심을 둘 겨를이 없다. 법철학, 법사상사와 같은 기초법 과목은 대가 끊길 위기다. 변호사시험 등 제도 개선이 필요하다. 컴퓨터 기반 시험(CBT, Computer Based Test)도 도입되긴 했지만, 손으로 쓰는 대신 타자를 친다는 것뿐이다. 판례 등을 찾아볼 수 있도록 자료를 제공하는 게 실무와도 어울린다.
Q. 로스쿨 발전을 위해 필요한 지원은.
A. 예산이 가장 큰 문제다. 해외 대학 교류도 예산이 줄어 못하고 있다. 물론 학교 본부, 지자체, 기업 등의 지원이 있었기에 지금까지 잘 유지해 왔다. 다만 저출산, 지방 인구 감소 등으로 수도권 집중과 불균형이 더 심화할 것으로 예상된다. 지역 균형 발전을 위해 지방 거점 국립대가 제대로 역할 할 수 있도록 국가적 차원의 지원이 필요하다. 지역 인재 할당 제도만 하더라도 수도권 대학은 의무가 없다. 강원대는 편제는 수도권이면서 지역 인재 할당 의무를 지고 있다. 지방 대학들이 더 많은 의무와 책임을 지고 있다는 점을 알아주었으면 좋겠다. 또 25개 로스쿨이 당초 특성화를 내걸었지만 지금 지켜지고 있지 않다. 서열화할 게 아니라 특성화를 해 각자의 장점을 가질 수 있도록 지원해야 한다. 강원대는 서울과 가까운 거리 덕분에 우수한 학생들이 많이 지원한다. 실력대로 평가받는다면 동부의 명문이 될 수 있을 만큼 학생들이 잘해주고 있다. 학교 서열을 매겨 졸업생들을 차별하지 않았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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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재명 법률신문 기자
※이 기사는 법률신문에서 제공받은 콘텐츠로 작성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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