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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기현 "기득권 내려놓겠다"…사퇴·불출마 요구에는 묵묵부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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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일 최고위원회의, 혁신위 최종 보고
金 "당 기구에서 혁신안 반영되도록 추진"
'희생' 수용 여부 두고는 지도부 내 이견

김기현 국민의힘 대표가 지도부 및 '친윤' 사퇴 및 불출마를 담은 인요한 혁신위원회의 최종 혁신안을 보고받은 11일 "당 구성원 모두가 기득권을 내려놓겠다"고만 답했다. 지난 주말새 불거진 '김 대표 사퇴론'에는 직접적인 언급을 삼갔다. 최고위원 사이에서는 '물타기 하지 말라'는 주장과 '희생에 제대로 답한 사람이 없다'는 의견이 충돌하기도 했다.


김 대표는 이날 오후 최고위원회의 모두발언에서 "(혁신안이) 일부 현실 정치에 그대로 적용하기에 까다로운 의제도 있지만, 그 방향성과 본질적 취지에는 적극적으로 공감한다"며 "혁신위의 소중한 결과물이 당헌·당규에 따라 조만간 구성 예정인 공천관리위를 포함한 당 여러 공식기구에서 질서 있게 반영되고 추진될 수 있도록 적극적 관심과 지원을 아끼지 않겠다"고 말했다.

지도부가 혁신안을 공식 의결하는 형태가 아닌, 차후 총선 준비 기구로 넘겨 혁신위 의견을 반영하겠다는 것으로 읽힌다. 당 혁신위는 이날 최고위에 1~6호 혁신안을 종합해 보고하고 활동을 조기 종료했다.


그간 혁신위의 화두였던 '희생' 요구에는 정확한 답을 내놓지 않았다. 김 대표는 "저를 비롯한 우리 당 구성원 모두는 국민 눈높이에 맞지 않는 모든 기득권을 내려놓고 사즉생의 각오와 민생과 경제를 살리라는 국민의 목소리에 답해나갈 것"이라며 "말뿐만이 아닌 행동으로 보여드리겠다"고 언급했다. 이날 최고위원회의 뒷배경을 '낮은 자세로 더 치열하게'라고 바꾼 것 역시 김 대표 체제를 유지하되 더욱 쇄신하겠다는 의지를 전한 것으로 보인다.


김기현 국민의힘 대표가 11일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사진=김현민 기자 kimhyun81@

김기현 국민의힘 대표가 11일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사진=김현민 기자 kimhyun8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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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 대표 희생 vs 지도부 흔들기…지도부 안에서도 이견

앞서 지난 7일 혁신위가 최종 보고 및 종료를 예고한 뒤 당 안팎에서는 김 대표의 자진 사퇴를 촉구하는 목소리와 이를 '지도부 흔들기'로 치부하는 주장이 충돌했다. 전날 부산 중진인 하태경·서병수 의원이 페이스북을 통해 김 대표의 책임과 결단을 촉구하는 의견을 개진하자, 당내 초선 의원 일부는 국민의힘 의원 단체 대화방에 '지도부를 흔들지 말라'는 취지의 메시지를 올린 것으로 알려졌다.

이날 최고위원회의에서도 지도부의 의견은 갈렸다. 김석기 최고위원은 "김기현 대표가 물러나고 누가 당대표가 되어야 반드시 총선에서 이긴다는 것이냐. 대안 없는 지도부 흔들기를 멈춰야 한다"며 "이기는 길은 김 대표가 당장 물러나는 것이 답이 아니고, 결국 지금부터 시작되는 공천을 잘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 대표의 사퇴를 주장하는 이들에 대해서는 "당 지도부 흔들기 발언을 당내에서 자꾸 하니까 국민들께서 당 지도부를 불신하게 되는 것이고, 당에 대한 지지가 떨어지는 원인이 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김가람 최고위원 또한 당 대표 사퇴 주장이 합리적 대안 제시가 아니라며 비판했다. 그는 "도대체 당 대표가 물러나는 것에 어떤 혁신과 전략이 있느냐"며 "특히 그런 비판은 주로 우리 당의 가장 따뜻하고 편한 곳에서 시작되고 있다. 부산에서 5선을 채우고 부산시장을 지낸 분이나, 해운대에서 3선을 하고 호기롭게 서울에 오더니, 우리 당 현역 의원의 지역을 탐하는 분들"이라고 직격했다. 부산 5선 서 의원과 해운대 불출마를 선언한 뒤 최재형 의원이 버티고 있는 종로에 출사표를 던진 하 의원을 겨냥한 것이다.


하지만 김 대표를 비롯한 지도부가 희생에 적극적이지 않았다는 자성의 목소리도 나왔다. 김기현 1기 지도부였던 배현진 의원은 이날 페이스북에 "총선을 불과 121일 앞뒀다. 무리 서울 수도권 선거를 1도 모르는 영남 지도부라 할지라도 이제는 움직여야만 한다"며 "지금이라도 명분 없이 떠드는 무실력 인사들을 과감히 정리하고 수도권에 활기를 불어넣어 줄 수 있는 새로운 인사들과 새로운 전략으로 수도권 총선의 큰 수레바퀴를 굴려야만 한다"고 주장했다.


김병민 최고위원도 지도부의 혁신안 수용 태도에 날을 세웠다. 그는 이날 최고위원회의에서 "인 위원장은 과거 혁신이라는 것이 100점 아니면 0(빵)점밖에 없다고 이야기한 바가 있다. 총선을 앞둔 우리 당의 혁신 성적표는 100점과 빵점 중 대체 어디에 속해 있느냐. 우리에게 주어진 시간이 정말 얼마 남지 않았다"며 "지금 이 자리에 있는 지도부 중 어느 누가 혁신위의 희생에 대한 요구에 대체 답을 내어놓았다는 말이냐"고 되물었다.


그는 이날 오전 SBS 라디오에서 김 대표의 사퇴에 선을 그으면서도 "김기현 대표의 육성으로 어떻게 희생 의지를 확인했는지, 그리고 내가 어떤 리더십으로 이 당을 끌고 갈 것인지를 국민 앞에 보여줘야 한다"며 "이번 주가 골든타임이라고 본다"고 말하기도 했다. 김 최고위원 회의 후 기자들과 만나 "불과 120여일 앞으로 총선이 다가온 상태에서 단 하루도 허투루 쓸 수가 없다"며 "국민의힘을 향해서 민심이 더 멀어지지 않도록 가능하다면 더 빠르게 이 희생과 혁신 의지를 가져가야 한다고 주장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김 대표를 향한 희생 요구를 '지도부 흔들기'라고 칭하는 것에 대해서는 비판적 의견을 내비쳤다. 김 최고위원은 "우리가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 체제에서 일어나는 극단적 상황과 우리 정당이 다르다고 얘기하는 것은 민주적 다양성"이라며 "저마다의 충정을 갖고 얘기하는 것을 또 다른 정치 분열의 언어로, 다른 사람을 비방하는 데 쓰이는 정치 용어가 되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했다.





김영원 기자 forever@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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