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대 마지막 정기국회 입법 실적
경제활성화 법안 한건도 없어
민생 경제 뒷전 탄핵 놀음만
신미양요가 배경인 드라마 '미스터선샤인'에서 흥선대원군은 미국과 전쟁에서 대패한 뒤 "미리견(미국)의 텅 빈 승리요, 조선의 꽉 찬 패배"라고 했다. 쇄국정책을 폈던 대원군은 조선군이 전멸한 전쟁을 놓고 군사적으로 졌지만, 수교를 막아냈으니 사실상 진 것이 아니라는 궤변을 폈다.
국제금값이 연일 치솟고 있다는 뉴스를 보면서 고구마 100개 쯤 삼킨 것 같은 대원군의 이 대사가 떠오른 것은 연말 국회 상황 때문이다. 금값은 최근 급등해 온스당 2100달러를 넘었고, 조만간 사상 최고치인 2500달러를 돌파할 것이라는 전망도 있다. 안정자산으로 꼽히는 금값은 글로벌 경제위기 때마다 뜀박질을 해왔다. 강남의 고가 아파트가 쏟아졌지만 매수자가 없고, 고가의 외제차는 한국 출시 직후부터 할인 판매에 들어갔다. 자산가들이 지갑을 닫고있다는 의미다. 가뜩이나 팍팍한 민생은 글로벌 경제난까지 직면할 조짐인데, 정치권은 한가롭게 내년도 나라살림을 볼모로 탄핵 놀음에 빠졌다.
더불어민주당은 오는 30일 내년도 예산안을 처리하기 위한 본회의에서 이동관 방송통신위원장과 2명의 현직검사 등에 대한 탄핵소추안을 강행 처리할 태세다. 이에 맞서 국민의힘은 예산안에 대한 여야 합의안이 마련되지 않은 상황에서 탄핵과 같은 정치적 목적의 본회의 개의에 동의할 수 없다는 주장을 펴고있다.
내년도 예산안은 국회 예산결산특별위원장과 여야 간사만 참여하는 소소위에서 '밀실 심사'가 진행 중이다. 지난해에도 비슷한 시기에 소소위로 넘겨진 윤석열 정부의 첫 예산안은 여야 대치로 인해 법정시한(12월2일)을 훌쩍 넘긴 12월24일에 처리됐다. 압도적인 의석수로 탄핵안을 밀어부치는 민주당의 책임이 크지만, 탄핵안을 막겠다며 내년도 예산안의 발목을 잡고있는 것은 집권여당이다.
앞서 국민의힘은 이들 탄핵안의 본회의 상정 저지를 위해 민주당이 노란봉투법과 방송3법을 강행 처리하는 과정에서 필리버스터를 포기했고, 최근에는 자당이 장악한 법사위를 파행시켰다. 이 때문에 100개가 넘는 민생 법안이 법사위에 계류 중이다.
열흘 가량 남은 21대 국회의 마지막 정기국회 입법 성적표는 더욱 처참하다. 국회 의안정보시스템에 따르면 올해 정기국회 회기가 시작된 지난 9월 이후 현재까지 총 68개의 안건이 국회 본회의를 통과했는데, 경제 활성화를 위한 법안은 단 한건도 없다. 중국의 수출 통제로 인해 원자재 확보에 어려움을 겪는 기업들을 도울 공급망안전화지원법과 지난 달 일몰된 기업구조조정촉진법의 재입법은 시급한 경제활성화 법안으로 꼽히지만 아직까지 국회에서 계류 중이다. 여기에 고준위방폐장특별법, 우주산업 육성을 위한 우주항공청법, 드론·로봇 등 무인배송 수단을 허용하는 생활물류서비스발전법 등은 여야 의견차로 국회 문턱을 못넘고 있는데, 내년 총선 이후 21대 국회가 끝나면 자동 폐기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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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미양요 당시 전쟁터에선 목숨을 잃은 이들은 대부분 가난한 민초들이었다. 갈수록 경기 상황이 악화되는데 꼭 필요한 경제활성화 법안 처리가 미뤄지면 가장 타격을 받는 것도 민생일 것이다. 지난달 서울 강서구청장 보궐선거 이후 여야는 일제히 민생을 외치지 않았나. 열흘 남은 이번 정기국회에서 직무유기가 계속된다면, 내년 총선에서 반드시 심판받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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