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단]수원보다 못한 경기도 인지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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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도와 수원시 중에서 어느 쪽이 국제적으로 더 알려져 있을까? 구글에서 영어로 '경기'와 '경기도'로는 각각 1700만개, 214만개 콘텐츠가 검색된다. '수원'으로는 2120만개로 경기를 앞섰다. 그럼 '서울'은? 5억5100만개다. 국제적 인지도에서 서울이 경기도와 수원을 압도하고 있다.


경기도지사는 대권 주자 반열에 오르지만, 경기도는 세계적 위상이 초라하다. 광역단체는 봉건시대 조선 팔도 행정체계를 계승하다 보니 시대에 안 맞다. 면적이나 자립도에서는 미국 주(洲)나 중국 성(省)에 훨씬 처진다. ‘세계도시’ 개념을 주창한 사스키아 사센에 따르면, 인류가 나아갈 국제화는 '도시'를 중심으로 진행된다. 도시 중심 국제화의 도도한 물결 앞에서 광역단체는 걸림돌일 수밖에 없다.

유명 광고 이론인 ‘포지셔닝’은 상품을 하나의 개념으로 위치 지우라고 말한다. 개념이 많으면 서로 간섭이 일어나 소비자는 아무것도 기억하지 못한다. 대한민국 경기도 수원시이면, 경기도라는 불필요하고 모호한 상위개념의 개입으로 인해 수원은 브랜드 가치가 희미해지고 위상이 오그라든다.


김동연 경기도지사는 김포시와 10개 경기 북부 시군을 엮어 새로운 도를 만들려 한다. 그가 소속된 더불어민주당은 경기북부특별자치도 설치 등에 관한 특별법을 발의했다. 상당수 김포시민은 이에 반대한다. '반(反) 경기북도' 정서는 여권의 서울·김포 메가시티 안을 촉발했다. 경기북도는 도시 중심 국제화도 거스른다. 경기도를 없애는 쪽으로 가야 할 판에 하나 더 만들겠다니 역행이다. 광역단체가 늘수록 기초단체 도시는 가로막히고 위축된다. 나아가, 경기북도 명칭엔 역사적 문화적 기원이 없다. 동질감, 후광, 저명성이 느껴지지 않는다. 국제적 인지도도 없다. 경기북도는 동네 이미지가 좋아지기를 원하는 사람의 본성에도 반한다. 경기도에서 기업과 자본은 남쪽에 집중돼 있다. 경기북도가 등장하는 순간 경기북도와 경기남도는 계층화된다. 여러 김포시민이 경기북도가 아닌 서울에 편입되기 희망하는 이유다.

김동연 지사는 서울-김포 연결에 대해 “세계적 조롱거리” “대국민 사기극” 같은 표현을 써가며 비난했다. 내년 초 경기북도 주민투표를 해야 한다고도 했다. 정책 경쟁 과정에서 광역단체장이 위기감을 느껴 원색적 표현으로 자기보호에 나설 수는 있다. 그러나 국가와 지역민의 이익에 반한다는 합리적 의심이 제기되는 일을 계속 고집스럽게 밀어붙인다면 이야기는 달라진다. 자질과 품성을 의심받게 되고 대선후보군에서도 밀려날 수 있다.


도시가 국가경쟁력이다. 국토가 좁은 우리나라는 기회를 얻을 수 있다. 서울 외에 부산-울산-창원, 인천, 대전-세종, 대구-구미-포항, 광주-여수-광양은 상하이, 광저우, 선전 등 중국 1선 도시처럼 세계적 도시가 될 수 있다. 한중 국토면적 차이는 무의미해진다. 수원-용인-화성은 ‘아시아의 실리콘밸리’가 될 수 있다. 평택, 거제, 강릉-속초 등 국제적 도시로 성장할 잠재력을 가진 기초단체 도시는 많다.


최근 여론조사에서 서울 메가시티에 반대하는 응답이 많았다. 그러나 이 반대에 비난과 혐오의 감정은 없었다. 여당 지지율이 오른 게 그 정황이다. 경기도 분도를 중단하고 지방 살리기 방향으로 행정구역 개조를 논의한다면, 미래를 준비하는 값진 일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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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만섭 국립강릉원주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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