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업 표방한 코인 발행…고점 매도로 수익
대량 덤핑 가능한 유통량 정보 비대칭 문제

‘청담동 주식부자’라는 별명으로 알려진 경제사범 이희진(37)이 이번에는 ‘스캠 코인’ 사기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이씨는 전기차, 미술품 조각투자, 반려동물 사업 등을 표방해 발행한 코인을 시세조종해 가격을 올린 다음 고점에 매도하는 방식으로 900억원의 부당이익을 얻은 혐의를 받는다. 사업의 실현 가능성을 투자자 입장에서 판단하기는 쉽지 않을뿐더러 구체적인 실체가 있더라도 물량을 대량으로 쥔 발행업체가 매도해버리면 그만이기 때문에 ‘스캠 코인’ 피해를 줄이기 위해 ‘유통량’ 정보의 비대칭성을 해소할 장치가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과거 이씨는 금융투자업 인가를 받지 않고 투자 매매회사를 세워 130억원의 시세차익을 챙긴 혐의로 징역 3년6개월을 선고받고 2020년 3월 만기 출소했다.


지난달 15일 '청담동 주식부자' 이희진씨가 구속 전 피의자심문을 받기 위해 서울남부지법에 출석하고 있다. [이미지출처=연합뉴스]

지난달 15일 '청담동 주식부자' 이희진씨가 구속 전 피의자심문을 받기 위해 서울남부지법에 출석하고 있다. [이미지출처=연합뉴스]

AD
원본보기 아이콘
그럴듯한 사업 내세우고 시세조종

스캠은 신용사기 혹은 도박판에서 상대방을 속이는 행위를 뜻한다. 가상자산 업계에서의 스캠은 사실과 다른 내용으로 투자자를 속여 시세를 끌어올린 후 고가매도해 범죄수익을 얻는 것을 말한다. 스캠 코인은 이런 범죄에 활용하는 코인이다. 스캠 코인 조직은 코인을 팔아 이득을 챙길 목적으로 사업을 표방해 사업체를 설립·운영하고 이와 연계된 코인을 발행한다. 이후 거짓으로 호재성 정보를 뿌리거나 투자자를 현혹하는 내용의 백서로 코인을 상장한다. 불법 상장 브로커를 이용해 거래소에 코인을 상장하기도 한다. 이후 가장·통정거래, 허위·과장홍보, 리딩방 운영 등으로 코인 가격을 조작한 후 고가매도한다. 코인 발행 이후 소규모 혹은 유명하지 않은 거래소에 이를 상장하고 잠적하거나 코인 상장 이후 코인과 연계된 서비스 개발을 중단하는 경우, 투자자들에게 말없이 코인량을 늘리거나 ‘락업’(일정 기간 가상자산을 거래하지 못하도록 하는 약정) 기간을 어기고 판매하는 경우도 있다.

"이희진 형제, 스캠 코인 3종 사기"

서울남부지검 가상자산범죄 합동수사단(단장 이정렬)은 지난 4일 이씨와 동생 이희문씨(35)가 스캠 코인 3종을 발행, 유통하면서 범행을 저질렀다고 보고 특경법상 배임, 사기 혐의를 적용해 구속기소했다. 검찰에 따르면 이씨 형제와 이들의 코인 발행업체 직원 김모씨(34) 등은 2020년 3월부터 2022년 9월까지 코인 3종을 발행, 상장한 후 허위 과장 홍보 및 시세조종을 하고, 이 코인을 매도해 897억원을 편취한 혐의를 받는다. 이씨는 앞서 주식 사기로 수감된 상황에서도 2019년 G코인 발행업체를 차명으로 설립하고 동생 김모씨를 통해 회사를 경영했다. 출소한 2020년 3월부터는 스캠코인을 직접 혹은 위탁받아 발행·유통하거나 블록딜로 스캠코인을 저가 매수해 유통하며 시세조종했다고 검찰은 전했다.


범행에 사용된 세 코인 중 하나인 피카코인은 피카프로젝트 공동대표 성해중, 송자호씨와 공모해서 발행됐다. 성씨와 송씨는 홍보 및 대외활동을 맡았고 이씨 형제는 발행, 관리, 시세조종, 판매수익 정산 등의 업무를 수행했다. 기소된 성씨와 송씨의 공소장에 따르면 이들은 피카프로젝트의 ‘국내 최초 미술품 NFT 사업’이 성공적인 것처럼 백서, 인터넷 게시물 등에 허위 내용을 유포하고, 가장·통정거래, 고가매수 등 조작행위를 통해 피카코인 매수세가 활발한 것처럼 꾸며 거래소 회원들을 끌어들였다. 이씨 등은 주요 시세조종 수단으로 코인 추천 유튜브 방송을 이용해 호재성 정보를 유포하고 투자자를 유인했다. 검찰 관계자는 "허울뿐인 사업체를 설립·운영하고 코인 상장 후 허위·과장 홍보, 유튜브 허위정보 유포 등을 통한 시세조종, 코인을 매도한 뒤 사업 청산 등 전형적인 스캠 코인 사건"이라고 말했다.

'청담동 주식부자' 이희진, 이번엔 코인 사기…투자자 속이는 '스캠 코인' 해부 원본보기 아이콘
스캠 판단하는 핵심은 ‘유통량’ 파악

스캠 코인을 구별하는 방법은 일차적으로는 사업의 실체 파악이다. 사업 내용이 허무맹랑하거나 백서의 내용이 추상적이고 복잡한 경우 스캠 코인의 가능성이 크다. 그러나 사업이 실현 가능성이 있는지 판단하기 쉽지 않을뿐더러 실체가 있더라도 발행업체 측에서 마음만 먹으면 대량 매도를 통해 이득을 취할 수 있다는 점이 문제다. 가령 지난 3월 말 ‘강남 납치 살인’ 사건으로까지 연결된 코인 ‘퓨리에버’ 역시 현시점에서는 ‘스캠 코인’이라는 의심을 받는다. 퓨리에버 발행업체인 유니네트워크는 블록체인 기술을 이용해 청정공기를 관리하는 서비스를 제공한다고 구체적으로 사업을 소개했다. 2020년 11월 상장 전후로 기업, 사단법인, 교육기관 등과 업무협약을 맺었다는 등 투자자들이 신뢰할 만한 사업 내용을 홍보하기도 했다. 서울남부지검은 현재 퓨리에버 코인 관련 불법 시세조종 등 사기 혐의와 뇌물공여 사건을 수사하고 있다.


이처럼 발행업체의 사기 의도 파악이 어렵기에 ‘유통량’ 정보의 비대칭을 해소하는 것이 차선책으로 꼽힌다. 통상 사기를 목적으로 스캠 코인을 가지고 있다가 가격이 오르면 대량으로 매도(덤핑)하면서 수익을 얻는 구조인 만큼, 코인 유통 정보를 투자자들이 안다면 스캠 코인 여부를 어느 정도 가늠할 수 있다. 그렇지만 현재로선 코인 발행량과 유통량을 발행업체가 쥐고 있어 제재할만한 뾰족한 수단이 없다. 코인 거래소 차원에서 상장 시 발행량이나 유통량에 대한 계획을 받고 이를 지키지 않을 시 유의종목 지정부터 상장폐지까지 단계적 제재를 하고 있으나, 법적으로 규정된 게 아닌 거래소의 자체 조치일 뿐이어서 한계가 명확하다.

AD

예자선 법무법인 광야 변호사는 "사업이 불분명하다는 기준을 마련하기 어렵기 때문에 사업 실체 유무로 스캠 코인을 구별하는 것은 어렵다"며 "이와 관계없이 발행자가 처분권을 다 가지고 있다는 게 문제"라고 말했다. 이어 "가장 큰 위험은 이들이 코인을 언제 얼마큼 어떻게 팔지 감시하거나 좌우할 수 없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박재평 충북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코인을 발행한 사람들이 주도권을 쥐고 있기 때문에 선의에 맡길 수밖에 없는 자유방임의 상황"이라며 "코인도 주식처럼 공시할 수 있는 기관을 마련하거나 법, 그게 안 되면 시행령으로도 규정을 마련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황서율 기자 chestnut@asiae.co.kr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함께 보면 좋은 기사

새로보기

내 안의 인사이트 깨우기

취향저격 맞춤뉴스

많이 본 뉴스

당신을 위한 추천 콘텐츠

놓칠 수 없는 이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