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원, 사상 첫 해임 사태에 혼란 가중
보수 후보 나올 전망…투표 문턱 넘을지 관건
공화당 내부서 "해임결의안 없애야" 목소리

사상 초유의 미국 하원의장 해임 사태가 발생하면서 공백을 채우기 위한 공화당 내 경쟁이 본격적으로 시작됐다. 내년 대통령 선거 출마를 준비해온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이 하원의장을 맡을 가능성도 제기됐으나 본인이 백악관 도전에만 집중하겠다며 상황은 일단락됐다.


하원의장 선출을 위해서는 전체 의원 중 과반이 찬성해야 하는데 이를 넘길만한 후보가 나오기 쉽지 않다는 평가가 이어져 이번 해임 사태로 인한 하원의 혼란은 당분간 지속될 것으로 예상된다.

[이미지출처=로이터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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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카시보다 더 보수적" 조던, 스컬리스 등 출마 선언

4일(현지시간) 워싱턴포스트(WP) 등에 따르면 공화당 소속의 법사위원장인 짐 조던 의원(오하이오·59)과 스티브 스컬리스 공화당 하원 원내대표(루이지애나·57)는 이날 하원의장 출마를 공식 선언했다.


조던 위원장은 엑스(옛 트위터)에 공개한 동료 의원에게 보낸 서한을 통해 미국 안보, 국경 강화, 정부 지출 통제 등을 거론한 뒤 "미국 국민에 대한 약속을 지키기 위해 공화당이 함께해야 할 때"라고 말했다. 스컬리스 원내대표는 동료 의원들에게 보낸 서한에서 "우리는 미국을 다시 올바른 길에 되돌려 놓기 위해 함께 같은 방향으로 갈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언론에서는 두 사람이 현재 거론되는 여러 후보 중 하원의장 선출 가능성이 가장 높다고 평가하고 있다. 두 사람 모두 매카시 전 의장보다 보수적이라는 평가를 받는다.


공화당 소속의 법사위원장인 짐 조던 의원(오하이오) [이미지출처=AFP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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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던 위원장은 이번 반란을 주도한 강경파 모임 '프리덤 코커스'의 창립 멤버로 공화당 내 강경파의 지지를 받는 인물이다. 그는 올해 초 하원의장 선거 당시 매카시 전 의장에 반대하는 강경파의 지지를 받았다. 특히 매카시 전 의장을 몰아내는 데 앞장선 공화당 강경파 맷 게이츠(플로리다) 하원의원이 조던 위원장을 '멘토'라고 표현하며 그를 지지하고 있다.


일각에서는 이러한 강경파 이미지 때문에 공화당 중도온건파를 중심으로 그가 하원의장에 적합한지에 대한 의문이 있을 수 있다고 우려한다. 이를 염두에 둔 듯 조던 위원장은 이날 기자들을 만나 "나는 우리가 보수적인 중도 우파 정당이라고 생각한다"며 스스로 이러한 세력을 결집할 수 있게끔 돕는 인물이라고 평가했다.


2006년 하원에 입성, 지난 1월 법사위원장 자리를 차지한 그는 친(親)트럼프 성향의 인물이다. 트럼프 전 대통령의 첫 상원 탄핵 심판 당시 트럼프 변호인단에 참여한 하원의원 8인 중 한명이기도 하다. 최근에는 조 바이든 대통령의 차남 헌터 바이든 의혹 등을 파헤치는 데 집중했으며, 매카시 전 의장이 공식화한 바이든 대통령에 대한 하원 차원의 탄핵 조사도 진행하고 있다.


이에 맞서는 스컬리스 원내대표는 매카시 전 의장에 이어 하원 공화당 서열 2위인 인물이다. 2008년 의회에 입성한 그는 이전부터 여러 차례 차기 하원의장 후보로 거론됐을 정도로 당내 선호도가 높다. 정치 성향 면에서는 매카시 전 의장보다 더 보수적이라는 평가를 받고 있다.

스티브 스컬리스 공화당 하원 원내대표(루이지애나) [이미지출처=게티이미지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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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만 그는 2017년 야구 연습장에서 총격 테러를 당한 데 이어 최근에는 혈액암 진단을 받아 투병하고 있어 건강상의 우려가 제기된다.


또 매카시 전 의장이 축출되는 과정에서 별다른 역할을 하지 않았다는 비판도 있다. 강경파 모임인 프리덤 코커스가 스컬리스 원내대표를 두고 '기득권 세력'이라고 평가하고 있어 이들의 지지를 받는 데 어려움을 겪을 수 있다고 WP는 평가했다.


이밖에 톰 에머 원내 수석부대표(미네소타), 보수 모임인 '공화당 연구위원회' 의장인 케빈 헌 의원(오클라호마) 등도 후보군으로 거명되고 있다고 미국 언론은 전했다.

하원의장 출마 요구에…트럼프 "백악관 도전에 집중"

이날 공화당 내에서는 트럼프 전 대통령이 직접 하원의장에 출마해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마조리 테일러 그린 하원의원(조지아)은 자신의 엑스 계정에 "내가 하원의장으로 지지하는 유일한 후보는 오직 트럼프뿐"이라면서 "우리는 그를 하원의장으로 만들고 대통령으로 선출할 수도 있다"고 적었다.


[이미지출처=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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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이와 관련해 트럼프 전 대통령은 이날 기자들을 만나 직접 "많은 사람이 내게 그와 관련해 물었지만, 공화당에는 연설자(speaker)로서 좋은 일을 할 수 있는 훌륭한 사람들이 있다"며 대통령 출마에만 집중하겠다고 밝혔다. 직접 상황을 일단락 지은 것이다.


트럼프 전 대통령의 이러한 판단은 공화당 내 규정을 염두에 둔 조치라는 언론의 해석이 나온다. 미국 전·현직 대통령 최초로 형사 기소된 그가 하원의장을 맡는 것 자체는 법적으로 문제가 없으나 공화당 내 규정상 2년 이상의 징역형을 받는 중범죄로 기소된 인물이 주요 직책을 맡는 것이 불가능하다고 블룸버그통신은 전했다.


이에 공화당 내에서는 트럼프 전 대통령을 하원의장으로 추대하려는 움직임 자체에 반박하는 목소리도 나왔다. 크리스 크리스티 전 뉴저지 주지사는 CNBC방송에 나와 "정말 유죄 판결을 받을 범죄자가 미국의 대통령이 되길 바라는가"라면서 "그를 하원의장으로 올리자고 말하는 농담을 하는 사람들이 있는 건가"라고 말했다.

'과반 득표' 하원 통과 쉽지 않아…"해임결의안 개혁 필요"

미국 하원의장 선거는 11일 진행될 예정이다. 하루 전날인 10일 공화당은 후보들의 정견 발표 등을 청취, 최종 후보를 확정할 것으로 예상된다. 하원의장은 하원 전체 의원을 대상으로 한 투표에서 과반 득표로 결정된다. 이에 일반적으로 다수당이 하원의장을 배출해왔다.


다만 현재로서는 하원의장이 곧바로 선출되기 어렵다는 전망이 나온다. 공화당(221명)과 민주당(212명) 간 의석 격차가 크지 않고, 공화당 내에서 20명 정도 되는 강경파가 매카시 전 의장이 선출됐던 올해 초처럼 또다시 선거판을 흔들 수 있기 때문이다. 앞서 지난 1월 매카시 전 의장은 15차례 투표 끝에 하원의장에 당선됐으며 이 과정에 강경파에 해임결의안 제출 기준을 낮추는 등 여러 양보를 해야 했다.


[이미지출처=AP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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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와 관련해 공화당 내에서는 하원 대혼란의 원인이 된 하원의장 해임결의안 제도를 변경해야 한다는 요구가 나오고 있다.


켈리 암스트롱 하원의원(공화당·노스다코타)은 WP에 "분위기가 좋지 않다"며 그 어떠한 후보도 선거에서 217표를 확보할 수 없을 거라 생각한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누가 그 자리를 차지하더라도 하원의장 해임이라는 이미 벌어진 일이 또다시 벌어지지 않을 것이라는 보장이 있냐고 되물었다.


카를로스 히메네스 하원의원(공화·플로리다)은 "해임결의안을 개혁하겠다는 약속이 있기 전까지는 누구도 의장 후보로 지지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하원에서 혼란이 이어지자 상원 내 공화당 의원들은 우려를 나타내고 있다. 지난 1월 매카시 전 의장이 선출될 당시 강경파가 요구, 받아들여진 해임결의안 발의 조건(하원의원 1명)을 두고 "극소수에 얼마나 많은 권한을 줬는지 보여주는 사례"라고 비판하기도 했다. 공화당 미치 매코널 상원 원내대표는 "다음 의장이 누가되든 의장 해임결의안을 없애주길 바란다"면서 "그것은 하원의장이 일하는 것을 불가능하게 만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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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편, 바이든 대통령은 해임된 매카시 전 의장의 해임에 대해 "무엇보다도 워싱턴(의회)의 독성 있는 분위기를 바꿔야 한다"며 연방정부가 해야 할 일이 많다고 강조했다. 이어 "서로가 견해차가 심하지만, 적으로 보는 것을 멈추고 대화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정현진 기자 jhj48@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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