폭로 뒤 퉁지대 생명과학기술학원장 면직
연구부정 단속 강화와 맞물려 학계 자정 압박

중국 과학계가 한 인플루언서의 연구부정 폭로로 흔들리고 있다. 연구자 출신 과학 인플루언서 '겅퉁쉐'가 퉁지대학 등 4개 명문대 소속 '걸출청년' 과학자 5명이 네이처 본지와 자매지 논문에서 학술 조작을 저질렀다고 주장하면서다. 앞서 그의 폭로 대상이 된 퉁지대 생명과학·기술학원장은 학교 조사 뒤 면직됐고, 제1 저자는 해고됐다. 중국 당국이 연구부정 단속을 강화하는 가운데 이번 논란은 엘리트 과학자 육성 체계 전반의 신뢰 문제로 확산하고 있다.

중국에서 과학 분야 인플루언서가 명문대 소속 청년 과학자들의 연구부정 의혹을 잇달아 제기하면서 학계가 술렁이고 있다. 사진은 기사의 특정 내용과 관련 없음. 픽사베이

중국에서 과학 분야 인플루언서가 명문대 소속 청년 과학자들의 연구부정 의혹을 잇달아 제기하면서 학계가 술렁이고 있다. 사진은 기사의 특정 내용과 관련 없음. 픽사베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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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일 연합뉴스는 신경보 등 현지 매체를 인용해 과학 인플루언서 '겅퉁쉐'가 지난 17일 공개한 영상에서 "국가걸출청년과학기금, 이른바 '걸출청년' 관련 조작 자료를 더 갖고 있으며 한 명에 그치지 않는다"고 주장했다고 전했다. 그는 퉁지대학, 화둥사범대학, 후난대학, 중산대학 등 4개 대학 소속 걸출청년 과학자 5명이 국제학술지 네이처 본지와 자매지 논문에서 심각한 학술 조작을 저질렀다고 말했다. 다만 이 주장은 현재 폭로자의 주장 단계이며, 해당 대학이나 학술지 차원의 최종 판단이 내려진 것은 아니다. 겅퉁쉐는 영상 제목을 통해 "걸출청년들에게 자기 점검의 기회를 주겠다"며 "시정하지 않으면 다시 고발하겠다"고 경고했다. 중국 매체 신경보는 이 같은 '예고형 폭로' 자체가 학계 내부 감시 시스템의 취약성을 드러내는 위험 신호라고 지적했다.


겅퉁쉐는 지린대에서 학사와 석사 학위를 받은 뒤 베이징항공항천대에서 생물학 박사과정을 밟았던 연구자 출신으로 알려졌다. 박사과정 5년 차에 학업을 중단한 뒤 과학 대중화 콘텐츠를 만드는 인플루언서로 활동해왔다. 최근에는 '창장학자'와 '걸출청년' 등 중국 과학계 엘리트 직함을 가진 연구자들의 논문을 집중적으로 검증하며 영향력을 키우고 있다.

중국에서 '창장학자'와 '걸출청년'은 최고 과학자급인 원사에 이어 높은 명예와 연구비, 학술적 발언권을 누리는 지위로 평가된다. 이 때문에 이번 폭로는 단순한 개인 연구부정 의혹을 넘어 중국의 엘리트 과학자 육성 체계 전반에 대한 신뢰 문제로 번지는 분위기다. 앞서 겅퉁쉐가 문제를 제기한 인물들 가운데는 왕핑 퉁지대 생명과학·기술학원장, 천취안 난카이대 생명과학학원장, 캉톄방 중산대 종양치료센터 부주임, 콴둥밍 중산대 생명과학학원 부원장, 쑤자찬 상하이대 전환의학연구원장 등이 포함된 것으로 현지 매체들은 전했다. 이 가운데 퉁지대는 왕핑 원장 관련 논문 의혹에 대해 조사한 뒤 논문에 학술부정 문제가 있었다고 판단하고 왕 원장을 면직했다. 논문 제1 저자인 진자리는 학교와의 고용관계가 해지됐다.


문제가 된 퉁지대 논문은 인간 HDAC6 단백질과 발린 결핍, DNA 손상 기전을 다룬 연구로, 2025년 네이처에 게재됐다. 퉁지대는 조사 결과 일부 실험 데이터 처리와 이미지 사용 등에 문제가 있었다고 밝혔다. 경제매체 차이신 글로벌도 퉁지대가 왕핑을 보직 해임하고 제1저자를 해고했다고 보도했다.

이번 논란은 중국 당국이 과학기술 자립과 연구윤리 강화를 동시에 강조하는 시점과 맞물려 있다. 네이처는 올해 중국이 심각한 연구부정으로 철회된 논문 관련 정보를 토대로 대학과 연구기관의 책임을 강화하는 정책을 추진하고 있다고 전했다. 중국 관영매체들도 최근 '무흔 철회' 문제를 비판하고 있다. '무흔 철회'란 학술 데이터베이스에서 문제 논문을 흔적 없이 삭제해 연구부정 이력을 감추는 방식으로, 신화통신 계열 매체는 이런 서비스가 학술 기록의 투명성을 훼손하고 연구 공동체 전체에 비용을 전가한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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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학계 안팎에서는 겅퉁쉐의 폭로 방식이 과도한 여론재판으로 흐를 수 있다는 우려와 함께, 기존 제도권 검증 장치가 제 역할을 하지 못했기 때문에 외부 감시가 힘을 얻게 됐다는 평가가 동시에 나온다. 신경보는 "학술의 핵심 가치는 독창성과 진실성"이라며, 학술 정화가 외부 인플루언서의 폭로에 의존하는 현실 자체가 학계에 던지는 경고라고 평가했다.


방제일 기자 zeilism@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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