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단]청년세대를 위한 비과세 투자계좌를 만들자
AD
원본보기 아이콘

필자는 부서에 2030세대 직원이 입사하면 습관처럼 지난 90년간의 미국 S&P500 지수 그래프를 출력해 나눠주며 이렇게 말한다. "이 그래프를 책상 위에 붙여 놓고 주식을 팔고 싶을 때마다 들여다보고 참는 연습을 해라. 내가 20대일 때는 투자 교과서에서 S&P500 지수의 장기성과가 좋다는 내용을 읽더라도 미국에 살지 않는 한, 실제 투자할 수 있는 방법이 없었다. 하지만 지금은 그렇지 않다. 주가 변동성을 견디는 훈련을 꼭 해라." 50대 꼰대의 얘기지만 이 말은 진심이다.


청년 세대의 어려움의 이유에 대해 굳이 여기서 보탤 필요는 없을 것이다. 저출산 문제도 경제적 불확실성이 가장 클 것이다. 청년 세대가 장기적으로 자산을 축적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은 굳이 강조할 필요조차 없다. 문제는 방법이다. 정부는 주로 청년세대의 자산축적을 독려하기 위해 저축상품에 인센티브를 주고 있다. 청년도약계좌 같은 상품에 가입해 일정액을 불입하면 매칭해서 일정 수익을 보장해 주는 식이다. 금리가 높아서 매력적인 것은 분명하다. 하지만 장기적으로 저축만으로 자산축적이 가능하지 않다는 것은 이미 상식에 속한다. 지금 시대가 고금리라 하더라도 지금 기성세대의 젊은 시절만큼은 아니다. 2000년대 이전까지만 해도 고금리가 일상적인 시기였다. 연 10% 이상의 고금리 예금에만 넣어두어도 자산을 5~7년 정도면 두 배로 불릴 수 있었다. 하지만 지금은 불가능하다.

게다가 젊은 층이 선호하는 직장 근처의 대도시 아파트 가격은 그야말로 넘사벽이다. 저축을 통해 대도시 아파트를 마련한다는 것은 대다수 젊은 층에는 아예 불가능한 일에 가깝다. 현실적으로 주식과 같은 투자 자산을 장기적으로 축적하는 것 외에 다른 방법을 찾기란 쉽지 않다. 사정이 이런데도 정부 지원책을 보면, 여전히 저축상품 위주이다. 만기가 되면 그때 가서 또 정부 주머니를 꺼내는 식으로 지원해 줄 것인가. 고령화라는 중요한 변수 한 가지만 고려해도 정부 재정이 좋아지기보다는 그렇지 않을 가능성이 높은 상황에서 정부가 계속 쌈짓돈 꺼내는 것은 한계가 있다.


지금이라도 저축상품 위주의 지원책에서 벗어나 투자 자산 쪽으로도 인센티브를 제공하는 게 필요하다. 일정 금액까지 전액 비과세 되도록 하고, 투자 대상도 글로벌 시대에 맞게 국내외 다양한 자산에 투자하도록 해야 한다. 애플 제품을 쓰고, 구글로 검색하며, 유튜브를 보는 시대에 국내 상품에만 투자를 유도하는 세제 인센티브는 너무 폭이 좁고 2030세대의 감수성에도 맞지 않는다. 이미 2030세대는 미국, 중국, 일본 등 여러 국가의 주식이나 상장지수펀드(ETF)에 적극 투자하고 있다. 이들이 한국 현대사에서 가장 글로벌화된 세대라는 점을 반드시 고려해야 한다. 참고로 일본의 경우 파생상품 등 투기적 요소가 있는 투자처를 제외하고 국내외 주식을 가리지 않고 비과세로 소액투자비과세제도(NISA) 계좌에 투자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일각에서는 너무 젊은 세대가 투자를 통해 돈을 벌려는 태도에 대해 우려하지만 이는 낡은 생각일 뿐이다. 투자 없이는 혁신이 일어나지 않을 뿐만 아니라 혁신의 주체는 다름 아닌 2030세대이기 때문이다. 미국 실리콘밸리의 역사를 보더라도 벤처캐피털의 등장과 혁신 기업의 출현은 동전의 양면이다. 자본시장을 통해 부를 축적하는 게 개인적으로나 사회적으로나 순기능이 더 많다.

AD

이상건 미래에셋투자와연금 센터장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함께 보면 좋은 기사

새로보기

내 안의 인사이트 깨우기

취향저격 맞춤뉴스

많이 본 뉴스

당신을 위한 추천 콘텐츠

놓칠 수 없는 이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