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48년 일본에서 출간된 <인간실격>은 다자이 오사무의 자전적 이야기가 담긴 소설이다. 주인공 요조는 허위와 가식, 기만, 불신이 지배하는 사회, 그렇지만 그런 사회와의 어긋남을 감내하고 억누르며 거짓말하고 교활해져야 하는 사회에 적응하지 못한다. 그래서 더 삐딱해지기로 결심한다. 남들은 하나도 안 웃긴데 혼자 실성한 듯 박장대소하고 웃고 떠들며 과장된 행동을 한다. 광대가 되기로 한 것이다.
'미친 사회'에 사회화되느니 반사회화되는 길을 택했다는 것이 그의 항변이다. 요조는 철저히 소외되고 배격당하다가 방탕과 향락에 빠지기도 한다. 폐인 그 자체다. 요조는 술, 담배, 매춘, 자살미수, 불륜, 자살방조, 가출, 각혈을 거쳐 결국 정신병원에 입원한다. 그리고 그는 스스로를 '인간 실격'임을 확신한다.
술독에 빠진 듯 알코올에 쩔어 있는 그의 내면을 '수기' 형태로 옮긴 글이라, 주사를 활자로 읽는 듯한 느낌 마저 든다. '요조'가 억지로 과장된 웃음을 만들어내, 광대를 연기하면서 익살꾼을 자처할 때, 그 부서진 내면에 대해 생각한다. 돌출된 말과 몸짓, 그 속에서 파멸되어가는 인간의 모습을 생각한다.
카를 구스타프 융의 '분석심리학'의 틀로 바라보면, 요조는 '페르조나'를 썼다 벗었다 하지 못하는 인간이다. 페르조나는 집단으로부터 특정 역할, 규범, 태도를 요구받아 써야 하는 '가면'과 같다. 사회화된 개인이라면 조직에서, 일터에서, 회식 자리에서 마땅히 썼다가 퇴근하면 벗어야 하는 가면이 있다. 그런데 요조는 그 가면 자체에 섬뜩함을 느낀다. 본인이 가면을 쓰지도, 가면을 쓰고 있는 인간을 똑바로 바라보지도 못한다. 웃는 가면 속에 가려졌지만 처참하게 뭉개지고 으깨진 인간의 표정을 인식했기 때문이었을까. 본성을 철저하게 억누른 채 인위적으로 만들어진 가면 그 자체의 잔혹함에 몸서리쳤기 때문이었을까.
-구채은, <출근하는 책들>, 파지트, 1만6800원
조인경 기자 ikjo@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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