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건희 전 회장의 각별한 반려견 사랑..30주년 맞은 '안내견사업'
1993년 설립된 삼성화재 안내견학교 30주년
이건희 회장의 반려견 사랑, 사회공헌 사업으로
"안내견은 국가의 장애인 복지 수준 결정체"
고(故)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이 추진한 삼성 안내견 사업이 올해로 30주년을 맞았다. 반려견 애호가였던 이 회장은 안내견 사업이 기업의 이윤을 사회로 환원하는 모델이 될 것으로 내다보고 1993년 9월 안내견 학교를 설립했다.
이건희 회장은 반려견을 각별하게 생각했다. 1990년대 기르던 반려견 중 유독 애정을 쏟던 포메라니안 '벤지'가 죽자 같은 종의 반려견을 데려와 똑같은 이름을 붙인 일화가 유명하다. 두 번째 벤지가 죽은 후에는 아예 벤지의 체세포를 채취해 복제견까지 만들었다.
두 번째 줄 왼쪽 다섯번 째부터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과 홍라희 여사가 삼성화재 안내견학교 30주년 기념식에서 참석자, 안내견들과 기념사진을 촬영하고 있다. / [사진=김평화 기자]
우리나라 대표 토종견인 진돗개가 세계적으로 인정받도록 힘쓰기도 했다. 1960년대 당시 진돗개는 순종 여부를 확인할 수 없다 보니 세계견종협회 등록이 불가능했다. 이 회장은 이에 1969년 진도로 찾아가 진돗개 30마리를 구입한 뒤 10년 동안 연구진과 교배 작업을 진행, 1979년 순종 한 쌍을 협회에 등록시켰다.
이 과정에서 1975년 진돗개애호가협회장을 맡았다. 한남동 자택에서 반려견과 진돗개를 포함해 수백 마리를 키우며 주변에서 민원이 빗발치자 개들을 에버랜드로 옮긴 적도 있다. 이후 에버랜드는 진돗개를 국제 사회에 알리는 데 힘썼다. 그 결과 2005년 까다롭기로 정평이 난 '영국 켄넬 클럽' 명견 목록에 진돗개 이름을 올렸다.
유별났던 이 회장의 반려견 사랑은 1993년 새 기점을 맞았다. 삼성은 그해 9월 시각장애인을 위한 안내견 양성 기관인 '삼성화재 안내견학교'를 설립했다. 이 회장이 1993년 6월 독일 프랑크푸르트 인근 켐핀스키 호텔에서 임원들을 긴급 소집해 "마누라와 자식 빼고 다 바꾸라"며 강도 높은 혁신을 요구한 신경영 선언 직후다.
이 회장은 당시 삼성이 글로벌 기업으로 도약하려면 개발도상국식 양적 팽창에서 벗어나 질적 성장을 추구해야 한다고 봤다. 인류 사회에 공헌하는 초일류 기업이 돼야 한다는 목표도 제시했다. 이 과정에서 세계에서 유일하게 기업이 운영하는 안내견 학교를 선보였다.
그는 "삼성이 개를 길러 장애인 복지를 개선하거나 사람들의 심성을 바꿔보려 하는 이유는, 이런 노력이 사회 전체로 퍼져나감으로써 국민 인식이 한 수준 높아질 수 있도록 하기 위해서"라고 말했다. 당시 삼성 행보를 부정적으로 보는 시선도 있었지만 "안내견 사업이 우리 사회의 복지 마인드를 한 수준 높이는 데 기여하리라는 점은 분명하다"고 믿었다.
삼성은 이후 이 회장의 철학을 실현하기 위해 노력했다. 삼성화재 안내견학교는 1994년 안내견 '바다'를 처음 분양한 뒤 매년 12~15마리의 안내견을 양성, 총 280마리를 사회로 보냈다. 안내견 훈련사와 예비 안내견들이 30년간 훈련하며 걸은 길만 약 81만km로, 지구에서 달까지 왕복 거리(약 76만km)를 뛰어넘는다. 안내견학교는 또 시각 장애 체험 행사 등을 통해 장애인과 안내견을 바라보는 사회 인식을 개선하는 데도 힘썼다.
정부와 국회, 지자체 등 관련 기관뿐 아니라 시각장애인과 여러 자원봉사자 협력도 이어졌다. 안내견을 동반한 장애인이 대중교통이나 공공장소에 탑승, 출입할 때 이를 막으면 처벌하는 법안이 나왔고 안내견 양성과 은퇴 과정에서 필요한 봉사를 하는 가정이 2000가구를 넘겼다.
배진교 정의당 원내대표는 이를 두고 "안내견은 한 나라의 장애인 복지 수준을 가늠할 수 있는 결정체"라며 "삼성의 시각장애인 안내견 무상 지원 사업은 안내견 인식이 전무했던 국내 현실을 뒤바꾸는 첫발을 내디딘 것으로 기업 사회공헌 활동의 모범"이라고 평가했다.
삼성화재 안내견학교는 최근 견사를 기존의 2배 크기로 늘리면서 내부 공간을 안락하게 꾸미는 공사를 진행했다. 안내견과 함께하는 시각장애인을 위한 교육 워크숍 횟수를 늘리고 청각 교육 자료 비중을 확대하는 등 교육의 양과 질도 개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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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태진 삼성화재 안내견학교 교장은 19일 열린 30주년 기념식에서 "이 회장의 혜안과 신념, 그리고 모든 이들의 사랑과 헌신이 삼성 안내견 사업을 가능하게 했다"며 "아름다운 동행을 위해 앞으로도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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