③상도문 돌담마을 생활관광 프로그램 '속초오실'
500년 역사 품은 한옥촌, 대문없는 돌담마을
2박3일 떡만들기·맥주시음·짚풀공예 체험

여행의 목적이 '다니는 것'에서 '머무는 것'으로 변모하면서 최근 여행 문화가 식도락 여행부터 일주일에서 한달 살기 여행이 각광받고 있다.

상도문돌담마을 어느 집 담장 위에  올려진 고양이 그림의 돌. 사진 = 김희윤 기자

상도문돌담마을 어느 집 담장 위에 올려진 고양이 그림의 돌. 사진 = 김희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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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각 지역에서 생활하듯 머무르는 ‘생활관광’이 큰 인기를 얻는 것도 이런 트렌드 변화의 영향이 크다. 현지인과 함께 그 지역 문화와 역사, 먹거리 등을 체험하는 여행은 곧 지역의 경제 이익으로 이어진다. 한국관광공사는 전국 13개 지역을 ‘살아보기 생활관광’으로 지정하고 관광객을 모집해 독자적 프로그램을 개발하고 있다.


속초 상도문 돌담마을은 지난해 생활관광으로 선정돼 2년째 ‘속초오실’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 설악산과 동해, 속초해변과 관광 수산시장 등 인기 관광지로 떠오르는 속초는 자연을 넘어 문화를 전면에 내세운 생활관광 강화에 속도를 내고 있다.

속초시의 한 관계자는 “속초에 연간 2000만 명의 관광객이 방문하는데 설악산과 바다만으로 관광객을 확대하는 것은 한정적이다”라며 “아바이마을에 전시공간을 만들고, 상도문 돌담마을에 2박 3일 머무는 생활관광을 운영하는 것도 문화관광의 일환으로 속초의 관광 저변을 확대하려는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마을투어는 김종근 통장이 직접 원형 그대로 남아 있는 마을 골목길과 매곡 생가, 학무정 등을 둘러보며 설명하는 프로그램이다. 사진은 학무정 앞에서 설명하는 통장. 사진 = 김희윤 기자

마을투어는 김종근 통장이 직접 원형 그대로 남아 있는 마을 골목길과 매곡 생가, 학무정 등을 둘러보며 설명하는 프로그램이다. 사진은 학무정 앞에서 설명하는 통장. 사진 = 김희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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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속초오실'은 속초로 오시라는 뜻을 담은 이 지역만의 독자적 관광 프로그램이다. 상도문돌담마을은 500년 역사를 품은 설악산 자락의 전통 깊은 마을이다. 지도를 따라 마을 어귀에 들어서면 골목 담장이 전부 매끈하고 둥근 돌로 쌓인 담들로 이어져 있다. 대문 없이 이어진 돌담들은 흙이 별로 섞이지 않은 옛 돌담의 모습 그대로를 간직하고 있다. 이웃들 역시 모두 아는 사이라 예로부터 대문이 필요 없었다고 한다. 상도문 마을은 과거부터 강릉 박씨, 해주 오씨, 김해 김씨가 가족처럼 집성촌을 이룬 곳이다.

고즈넉한 돌담 위에는 마을 곳곳에서 볼 수 있는 제비와 참새, 고양이와 강아지 그림이 다정하게 자리 잡고 앉아있다. 담장 아래 넝쿨과 꽃이 화사하게 피어 손님을 맞는 풍경은 동화 속 한 장면처럼 고요하게 반짝인다. 마을 남쪽 소나무 숲을 지나면 이 마을 출신 구한말 성리학자 매곡 오윤환(1872~1946)이 1934년 세운 학무정이라는 정자가 나온다. 두 물줄기가 가로지르는 쌍천 사이 소나무 숲의 정취가 신선과 학이 깃들 만하다는 비유에서 온 이름이다. 정자 뒤로는 200년 이상 된 소나무 군락이 길게 늘어서 오솔길을 만들어 그 정취를 더한다.


'속초오실' 프로그램의 중심이 되는 마을 중앙 문화공간 '돌담'은 옛 정미소 건물을 개조한 장소로 카페를 겸하고 있다. 여행자는 마을에 처음 방문할 때 이곳에 들러 간단히 마을 소개와 프로그램 안내를 받는다. 기본 프로그램(2인 숙박 포함, 16만원)에는 마을 이야기 투어와 막걸리, 돌담떡 만들기, 짚풀공예 체험이 포함돼 인기가 높다.


'속초오실' 프로그램의 중심이 되는 마을 중앙 문화공간 '돌담'은 옛 정미소 건물을 개조한 장소로 카페를 겸하고 있다. 사진 = 김희윤 기자

'속초오실' 프로그램의 중심이 되는 마을 중앙 문화공간 '돌담'은 옛 정미소 건물을 개조한 장소로 카페를 겸하고 있다. 사진 = 김희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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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을 토박이인 통장의 안내로 진행하는 마을 투어는 원형 그대로 남아 있는 돌담 골목 곳곳과 매곡 생가, 학무정 등을 둘러보는 코스로 구성돼있다. 돌담떡 만들기는 옛 방앗간에서 진행되는데, 준비된 찹쌀 반죽을 길쭉하게 늘인 뒤 흑임자 가루를 굴리듯 입혀 직사각형 틀에 차곡차곡 쌓은 다음 어느 정도 식혀 먹기 좋은 크기로 자르면 떡의 단면이 꼭 돌담 쌓은 모양처럼 빚어진다. 짚풀공예는 옛 방식대로 짚을 꼬아 계란 꾸러미를 만드는 시간으로 운영된다.


문 닫은 지 오래된 마을 한복판 구멍가게를 아들이 흑백 셀프 사진관으로 리모델링해 운영하는 ‘육모정상점’은 MZ세대를 중심으로 소문난 핫플레이스다. 이곳을 방문하려 일부러 돌담마을을 관광객들이 찾아올 정도다. 셀프 사진관으로 꾸며진 사진관에서 관광객들은 직접 버튼을 누르며 자유롭게 촬영하고 그중 만족하는 사진들을 골라 흑백으로 인화해 소중한 순간을 추억한다.


이 밖에도 로컬 맥주 업체 ‘몽트비어’에서 주조 과정 체험, 속초관광수산시장 방문을 선택해 체험할 수 있다. 이음택시(2만6000원) 신청 시 속초 터미널에서 상도문마을까지, 마을에서 2개 체험장까지 2회 이용할 수 있다.


문화체육관광부와 속초시는 생활관광을 통해 속초 지역의 경제 활성화를 목표로 다양한 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과거 속초시 인구는 8만 2474명으로 2013년 8만 3109명 이후 급감했다가 최근 2~3년 사이 반등하는 추세다. 그럼에도 여전히 속초시는 인구소멸위험지역에 해당된다. 생활관광 프로그램은 결국 정주 인구가 줄어든 데 따른 문제를 이틀 이상 체류하는 관광으로 채우는 것으로 상쇄하는데 있다. 지역 주도로 관련 사업을 추진하는 생활관광은 그에 따른 경제적 수혜를 지역사회가 가져가도록 구현되는 것을 최종 목표로 하고 있다.

최근 전시공간으로 탈바꿈한 '속초시 수산물 공동할복장'에서 진행 중인 ‘속 깊은 마을, 살펴보는 걸음’ 프로젝트 전시 설치 전경. 사진 = 김희윤 기자

최근 전시공간으로 탈바꿈한 '속초시 수산물 공동할복장'에서 진행 중인 ‘속 깊은 마을, 살펴보는 걸음’ 프로젝트 전시 설치 전경. 사진 = 김희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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속초 시내 아바이마을에는 최근 전시공간으로 탈바꿈한 '속초시 수산물 공동할복장'이 명소로 떠오르고 있다. 독특한 명칭은 문자 그대로 이곳이 지역 어민들이 과거 명태와 오징어 내장을 제거하던 작업장인 데서 온 것이다. 현재 ‘속 깊은 마을, 살펴보는 걸음’ 프로젝트 전시가 진행되고 있는데, 11명 작가들의 시선으로 관찰한 아바이 마을의 역사, 그리고 이북에서 내려온 주민들의 지난했던 삶을 재해석한 설치미술 작품을 공간 곳곳을 활용해 전시하고 있다.


뒤로는 설악산 울산바위를, 앞으로는 동해를 마주한 할복장 옥상에 일몰 시각에 오르면 곳곳에 설치된 작품인 벤치에 누워 산등성이로 사라지는 일몰을 파도 소리와 함께 감상할 수 있다. 개발 논리가 도시를 휩쓰는 시대, 시절과 기억을 간직한 공간을 문화를 통해 살려내고 지키려는 속초시의 노력이 엿보이는 장소였다.


한국관광공사에 따르면 속초시 평균 숙박 일수는 올해 7월 기준 1.43일로 전국 기초지방자치단체 평균보다 0.33일 적다. 속초시의 숙박 방문자는 전체 방문자의 20.5%로 이 중 70%가 1박에 그치는 것으로 집계됐다. 속초시로서는 더 많은 관광객이 오래 숙박하도록 다양한 프로그램을 확보하는 것이 과제로 남은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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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다와 산, 여유와 낭만을 한 번에 체험할 수 있는 '속초 오실' 프로그램은 11월 말까지 운영된다. 한국관광공사가 선정한 13개 지역 생활관광 프로그램은 '대한민국 구석구석'에서 확인할 수 있다.


김희윤 기자 film4h@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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