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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동시각]세수펑크 시대, 예산 심사의 원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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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수 부족 사태 속에서 편성된 내년 예산
예산 각축전이 불가피한 상황
원칙 있는 예산 심사가 요구되는 시점

[초동시각]세수펑크 시대, 예산 심사의 원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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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당 실세 의원도 예산결산특별위원회 결산 현안질의에서 지역 사업을 언급하는 것을 보니, 확실히 심각하긴 하네요."


국회 예결위 한 관계자의 전언이다. 내년 예산안이 빠듯하게 짜이다 보니 정부 예산안 편성 단계에서 영향력 행사가 가능한 여당의원마저 결산 심사에서부터 지역 예산을 따내기 위한 다툼에 적극적으로 참전하게 됐다는 것이다.

정부는 총지출 656조9000억원 규모의 내년 예산안을 편성했다. 올해와 비교해 2.8% 늘어난 수준인데, 이는 예년 증가율에 크게 못 미친다. 올해 예산의 총지출 증가율이 5.1%였고, 문재인정부 때 총지출 증가율은 7~9%에 달했다. 예산 증가율이 낮아진 것은 건전재정을 내세운 정부 기조도 있겠지만, 세수 부족 탓이 결정적이다. 올해에도 이미 50조~60조 규모의 세수 펑크(당초 정부 예상보다 세금이 덜 걷히는 상황) 상황인데 내년 세수도 크게 줄여 전망한 것이다. 실제 총수입은 총지출보다 45조원가량 부족한 612조1000억원이다. 내년 총수입은 올해 625조7000억원보다 줄어들었다. 자연히 예산안 전반에 고강도 다이어트가 들어갈 수밖에 없고, 여기저기서 예산 문제로 아우성이다.


이런 이유로 국회의 내년 예산 심사가 이전투구가 될 공산이 커졌다. 연구·개발(R&D) 예산처럼 개별사업을 넘어 복수의 상임위 차원에서 다뤄야 할 사안부터 지역 현안 사업 단위까지 예산전쟁의 영역은 복합다단하다. 더욱이 지방정부와 교육청의 주요 재원 가운데 하나인 지방교부세와 지방교육재정교부금이 올해보다 15조4000억원이 삭감되면서, 지방재정은 중앙정부 이상으로 어려움에 처했다. 지역구 의원들은 지역 살림을 위해 ‘돈 가뭄’ 속에서 돈줄 찾기에 혈안일 수밖에 없다.


통상 국회에서 예산을 심의하는 방식은 상임위에서 정부 예산안을 심의하면 이를 토대로 국회 예결위가 정부와 협의를 거쳐 확정한다. 다만 이 방식은 간단하게 표현하면 국회가 정부 예산을 깎아낸 뒤, 그 비슷한 수준으로 국회가 정부의 동의를 얻어 늘리는 방식이다. 이 과정에서 여야 지도부가 정한 우선순위 사업 예산이 차곡차곡 들어가는 식이다. 그래서 예산 심사도 감액심사를 먼저 한 뒤 증액심사를 하는 식이다. 문제는 올해처럼 ‘다이어트’ 된 예산에 대해 감액 사업을 찾기가 어렵다는 것이다. 마른 수건을 다시금 쥐어짜야 하는 상황이기 때문이다.

이런 이유로 올해 예산은 당의 명운을 건 진검승부가 될 가능성이 높다. 나라 곳간이 넉넉했던 예년과 다른 예산심사가 요구될 것이다. 미국 정치학자 데이비드 이스턴은 정치의 정의를 ‘가치의 권위적 배분’이라고 정의했다. 한정된 자원을 어떻게 나눌지를 결정하는 것을 말한다. 이럴 때일수록 예산 심사는 원칙에 따라야 한다. 무엇이 내일을 위한 선택인지, 갖고 있는 재정 역량을 어떻게 배분하는 것이 합리적인지를 고민해야 하기 때문이다. 여야가 예산의 꼬리표를 따지고 있을 때가 아니라는 이야기다. 일례로 R&D 예산을 늘린다거나 기후 위기를 위한 대응 예산을 확보하는 대의를 위해서라면 지역 현안 사업 등을 뒤로 돌릴 수 있는 용기와 원칙이 절실하다.


유권자도 달라져야 한다. 지역구 예산을 얼마나 가져오는지로 국회의원을 평가해서는 안 된다. 아랫돌을 빼 윗돌 괴는 식의 예산은 결과적으로 국민의 삶에 도움이 되지 않기 때문이다. 당장의 지역구 민원보다 나라의 미래를 고민하는 정치인들에게 힘을 실어줘야 한다.





정치부 나주석 차장 gonggam@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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