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장 기각으로 피의자들의 시간만 계속 벌어주네요."
서울남부지검이 청구한 장하원 디스커버리자산운용 대표의 구속영장이 지난 8일 기각되자 디스커버리 펀드에 투자했다가 큰 손해를 본 피해자가 한숨을 쉬었다. 디스커버리, 라임, 옵티머스 등 '3대 펀드 사기사건' 등을 수사 중인 서울남부지검은 이달 들어 법원에 청구했던 구속영장 3건이 모두 미끄러지면서 연전연패했다.
법원이 기각하면서 단 사유는 각각 이렇다. "혐의에 다툴 여지가 있고 검찰의 소명이 부족하다"(디스커버리 사태의 장 대표 등 3명), "범행과 관련한 피의자의 기능적 행위 지배 및 공모 여부에 대한 검찰 소명이 부족하다"(SG증권발 주가폭락 사태 라덕연측 변호사·회계사), "혐의를 다툴 여지가 있다"(코인 상장 청탁 의혹 빗썸홀딩스 대표와 프로골퍼 안모씨). 쉽게 말해, 모두 "검찰이 수사를 엉성하게 했다"는 말이다. 금융사건에 특화한 서울남부지검이 이달 내내 체면을 단단히 잃었다.
그렇다고 검찰만 탓하는 것도 맞지는 않는다. 금융범죄자들은 숫자를 갖고 놀면서 법망을 빠져나가는 데 특화한 미꾸라지이다. 금융사건 전문 변호사들은 "금융범죄는 혐의 소명이 어려워서, 영장 발부에 확신을 못 갖고 망설이는 판사도 많다"고 말한다. CCTV 증거나 범죄 상황 확인이 가능한 형사사건과 달리, 금융 사건은 '현장'이 없는 상태에서 숫자 뒤에 숨어있는 혐의를 짧은 시간 안에 읽어내야 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충분히 구속될 만한 피의자가 풀려나는 사례도 적지 않다면서 금융사건 영장 발부를 담당하는 판사들은 공부를 열심히 해야 한다고 지적하는 금융 전문가가 많다.
그러나 고차방정식 실타래를 풀어내 법원을 이해시키는 것은 검찰 몫이다. 검찰이 심기일전해서 성공한 사례도 있다. 서울남부지검은 라덕연 사건에 관련된 은행원과 증권사 부장을 지난 13일과 14일 구속하는 데 성공했다. 이들 역시 지난 6월과 7월 각각 첫 영장이 기각됐다가 재도전 끝에 신병이 확보했다. 보통 금융사범 구속영장은 재청구 시 발부가능성이 더 떨어진다는 말이 있지만, 검찰은 보완수사에 크게 공을 들인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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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범죄는 수사가 늦어질수록 다른 범죄에 비해 증거 조작이 더 잘 되는 특성이 있다. 금융사건 수사진은 초동 수사부터 더 치밀하게 연구해서 촘촘한 수사망을 짜야 피해자 눈물을 닦아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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