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혜영 의원, '건강보험 허들에 걸린
희귀·난치성질환 치료제들' 토론회 개최
환우·가족 직접 급여 필요성 호소하기도

한랭응집소병, 사노피 '엔제이모'
신경섬유종증, AZ '코셀루고'
허가됐지만 건보 급여 논의는 지지부진

"제가 죽더라도 이 병을 앓는 환자들을 위해 좋은 신약이 나와서 치료제로 쓰였으면 한다. 제약사나 나라에서 관심을 가져달라."

"(코셀루고의) 건강보험 적용이 논의되고 있어 하루하루 간절히 기다리고 있다. 약이 나와 있고 사람들이 혜택을 보고 있는데 빠르게 급여화돼서 도움이 됐으면 한다."


14일 서울 여의도 국회의원회관에서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소속 최혜영 더불어민주당 의원실 주최로 열린 ‘건강보험 허들에 걸린 희귀·난치성질환 치료제들 한랭응집소병과 신경섬유종증을 중심으로' 토론회에서 참석자들이 기념 촬영을 하고 있다. [사진=이춘희 기자]

14일 서울 여의도 국회의원회관에서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소속 최혜영 더불어민주당 의원실 주최로 열린 ‘건강보험 허들에 걸린 희귀·난치성질환 치료제들 한랭응집소병과 신경섬유종증을 중심으로' 토론회에서 참석자들이 기념 촬영을 하고 있다. [사진=이춘희 기자]

AD
원본보기 아이콘

의학·제약 기술이 발달하면서 과거에는 원인조차 제대로 알지 못했던 희귀·난치성 질환들의 치료제가 계속 나오고 있다. 하지만 치료제가 나오더라도 신약 개발 과정에서 투입된 막대한 연구·개발(R&D) 비용으로 인해 약값이 높게 책정되면서 제대로 약을 쓰지 못하는 환자와 가족들이 여전히 많은 실정이다. 이에 빠른 급여 적용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나왔다.

14일 서울 여의도 국회의원회관에서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소속 최혜영 더불어민주당 의원실 주최로 열린 ‘건강보험 허들에 걸린 희귀·난치성질환 치료제들: 한랭응집소병과 신경섬유종증을 중심으로' 토론회에서는 이름도 생소한 희귀질환인 한랭응집소병(CAD)과 신경섬유종증 치료제에 대한 조속한 급여 적용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연이어 나왔다.


토론회에는 이를 강조하기 위해 환우와 그 가족이 직접 발언에 나서기도 했다. 한랭응집소병을 앓고 있는 환자 윤경숙 씨는 "조금이라도 온도가 낮아지면 증상이 심해져 한여름을 제외하고는 온도 낮아지는 걸 막으려고 온통 둘러싸고 있다"며 "모든 장기가 다 아프고 숨이 차고, 귀에 소리가 나는 증상들이 생기고 심근경색, 담석증 수술 중 패혈증으로 죽을 뻔했다"고 병의 심각성에 대해 토로했다. 윤 씨는 "제가 죽더라도 이 병을 앓는 환자들을 위해 좋은 신약이 나와서 치료제로 쓰였으면 하는 바람"이라며 "제약사나 나라에서 환자들에게 관심을 가져주고 신경 써주셨으면 한다"고 호소했다.

아들이 신경섬유종증을 앓고 있는 임수현씨는 "아이의 목과 코 등 호흡기 부분에 종양이 몰려 있어 위험하다고 국내에서는 수술도 안 되고 아무런 치료법이 없었다"며 "다행히 미국에서 신약이 나와서 한국에서도 임상을 준비한다는 소식을 듣고 현재 4년 조금 넘게 임상 치료를 받고 있다"고 전했다. 임상 참여 후 아이의 상태는 놀랍게 개선됐다. 임씨는 "목에 신경섬유종증이 있다 보니 기도를 눌러 호흡이 많이 문제가 있었고, 잘 때는 무호흡증이 너무 심해 양압기가 없으면 잘 수 없었다"며 "약을 접하고 놀랍게도 6개월 정도 만에 양압기도 없이 잘 수 있게 됐다"고 아이의 상태를 전했다.


14일 서울 여의도 국회의원회관에서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소속 최혜영 더불어민주당 의원실 주최로 열린 ‘건강보험 허들에 걸린 희귀·난치성질환 치료제들 한랭응집소병과 신경섬유종증을 중심으로' 토론회에서 장준호 삼성서울병원 혈액종양내과 교수가 한랭응집소병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사진=이춘희 기자]

14일 서울 여의도 국회의원회관에서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소속 최혜영 더불어민주당 의원실 주최로 열린 ‘건강보험 허들에 걸린 희귀·난치성질환 치료제들 한랭응집소병과 신경섬유종증을 중심으로' 토론회에서 장준호 삼성서울병원 혈액종양내과 교수가 한랭응집소병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사진=이춘희 기자]

원본보기 아이콘

두 사람이 말한 약은 각각 사노피의 한랭응집소병 치료제 '엔제이모(성분명 수팀리맙)'와 아스트라제네카의 신경섬유종증 치료제 '코셀루고(셀루메티닙)'이다.


한랭응집소병은 신체의 면역 체계가 자신의 적혈구를 공격해 적혈구 파괴가 지속·반복되는 질환이다. 적혈구 파괴로 인해 환자는 극심한 빈혈과 피로, 호흡곤란, 혈색소뇨증, 말단 청색증, 혈전성 합병증을 겪게 된다. 하지만 아직 국내에는 질병코드조차 제대로 만들어지지 않아 정확한 환자 수 집계도 어려운 상태다. 다만 연구를 통해 추산했을 때 약 100여명의 국내 환자가 있는 것으로 추정된다.


장준호 삼성서울병원 혈액종양내과 교수는 "환자들이 피부가 변화고 손발이 저려서 손끝이 하얘지고 황달이 생기고 한다"며 "너무 괴로운데 환자들도 정확한 기전을 모르는 병"이라고 설명했다. 한랭응집소병은 환자 10명 중 4명이 진단 후 5년 이내 사망하고, 진단 후 생존 여명도 평균 8.5년에 그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장 교수는 "환자들이 왜 사망하는지도 모르고 돌아가시는 질환"이라며 "이미 약제가 나와 있고, 이를 맞으면 조금 나빠지는 게 아니고 삶 자체가 바뀐다"고 빠른 치료제의 급여화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엔제이모는 지난해 2월 미국 식품의약국(FDA)을 시작으로 해외에서 잇따라 허가받은 데 이어 지난 7월에는 국내에서도 허가받은 상태다.

엔제이모는 고전적 보체 경로를 활성화하는 C1 단백질을 타깃하는 계열 내 최초(first-in-class) 인간화 단일클론 항체다. 임상에서 투약 환자 중 73%가 헤모글로빈 수치가 증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한랭응집소병으로 인한 피로감도 감소했다. 하지만 앞으로의 길은 지난하다. 희귀질환 치료제로 인정받아야 빠른 급여 적용이 가능해지는데 아직 희귀질환 자체도 지정되지 못한 상태이기 때문이다. 엔제이모의 허가와 맞물려 최근 질병관리청에 희귀질환 지정 신청이 이뤄졌고, 사노피에서도 최근 건강보험심사평가원에 급여 신청을 낸 상태다.


사노피의 한랭응집소병 치료제 '엔제이모(성분명 수팀리맙)'(왼쪽)와 아스트라제네카의 신경섬유종증 치료제 '코셀루고(셀루메티닙)' [사진제공=각 사]

사노피의 한랭응집소병 치료제 '엔제이모(성분명 수팀리맙)'(왼쪽)와 아스트라제네카의 신경섬유종증 치료제 '코셀루고(셀루메티닙)' [사진제공=각 사]

원본보기 아이콘

신경섬유종증 1형은 전신에 걸쳐 비정상적으로 세포가 증식하는 희귀질환이다. 보통 10세 이전에 진단되며 신체 성장에 따라 병변도 계속 커져 언어장애나 척추측만증, 심각한 통증 등 합병증을 동반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2020년 기준 국내 환자 수는 약 4000명으로 추산된다.


증상이 있고 수술이 불가능한 총상 신경섬유종을 동반한 만 3세 이상 소아 신경섬유종증 1형 환자에 대한 치료제인 아스트라제네카(AZ)의 코셀루고가 2021년 5월 허가된 바 있지만 이 역시 급여가 적용되지 못하고 있다. 다만 지난 7일 드디어 약제급여평가위원회를 넘어서면서 급여 논의가 다시 물살을 타기 시작한 상태다.


이날 토론회에는 임상시험 참여 등을 통해 직접 코셀루고를 환자들에게 처방하고 있는 이범희 서울아산병원 소아청소년과 교수가 영상으로 코셀루고 급여의 필요성을 강조하기도 했다. 그는 "신경섬유종증 1형 환자의 약 30~50%에서 발생할 수 있는 총상 신경섬유종증은 점점 크기가 커지면서 다른 주변 조직을 파괴하고, 통증이 동반되고, 가장 나쁘게는 악성화가 진행할 수 있다"며 "코셀루고는 종양의 크기를 줄게 하고, 통증 완화에 있어서 뚜렷한 효과를 확인할 수가 있었다"고 효과를 설명했다. 이 교수는 "아직 급여화가 되지 않은 게 안타깝다'며 "어서 코셀루고가 급여화 작업이 진행돼 많은 환자분에게 치료 기회가 주어지기를 기대한다"고 전했다.


이 같은 요구에 대해 급여화의 첫 관문을 맡은 건강보험심사평가원에서는 "환자들의 어려움도 충분히 알고 있다"며 "더 검토해 조속히 급여가 될 수 있도록 노력해보겠다"고 전했다. 김국희 심평원 신약등재부장은 "재정도 유한하고 국민을 대리해 제약사와 협상하는 과정에서 저희도 원치 않지만 시간이 걸렸다"며 "저희도 똑같은 입장으로 (희귀질환 신약을) 등재시켜야하는 입장"으로 "희귀질환 접근성 강화를 위해 많은 노력을 해오고 있다"고 전했다.

AD

최혜영 의원도 "중요한 건 환자의 정보·알 권리 등 환자의 입장"이라며 "그 입장에서 생각해준다면 빨리 진행될 것"이라고 의견을 밝혔다. 최 의원은 "환자 당사자들의 요구에 맞는 정책을 만들도록 노력하겠다"며 "환자라는 꼬리표를 뗄 때까지 노력하겠다"고 전했다.


이춘희 기자 spring@asiae.co.kr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함께 보면 좋은 기사

새로보기

내 안의 인사이트 깨우기

취향저격 맞춤뉴스

많이 본 뉴스

당신을 위한 추천 콘텐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