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이 은평 흉기난동범 2시간 넘게 설득한 이유
피의자 소송 시 경찰 개인이 감당할 우려
"유가족 민사소송하면 10억원 감당할 수도"
서울 관악구 신림동과 경기 성남시 분당구 서현역 등 무차별 흉기 난동 사건이 잇따르면 윤희근 경찰청장이 '실탄사격' 카드를 꺼내 들었지만, 실제 현장에서의 적용은 어렵다는 의견이 많다. 흉기 난동범과의 대치 상황에서 테이저건이나 흉기를 사용해 적극적으로 진압할 경우 경찰 개인이 불이익을 받을 수 있다는 우려가 있다는 것이다.
실제로 지난 26일 오후 서울 은평구에서 벌어진 흉기 난동 사건에서도 경찰은 2시간이 넘는 설득 끝에 피의자 A씨를 진압했다. 30대 후반 A씨는 흉기를 소지한 채 주택가를 배회하다 경찰과 대치 끝에 검거됐는데, 이 과정에서 경찰은 위기 협상 복장을 착용한 채 A씨에게 접근해 대화하면서 흉기를 바닥에 내려놓도록 유도했다.
A씨는 경찰과 대치하는 와중에 경찰에게 요청해 받은 치킨과 소주를 먹기도 했다. 상호신뢰 관계 형성을 위해 경찰이 이를 제공했고, A씨는 경찰의 협상에 응했다. 결국 경찰은 2시간이 넘는 대치 끝에 A씨를 제압해 체포했고, 그가 소지한 흉기 8점을 압수했다.
흉기 난동범과의 대치 상황에서 경찰이 테이저건 등을 사용해 적극 진압에 나서지 못한 이유로는 민사소송 등 공권력 행사에 과도한 책임이 주어질 것을 우려했다는 분석이 나온다. 흉기 난동 사건이 잇따르는 상황에서 치안 강화를 위해서라도 면책 규정을 손봐야 한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오윤성 순천향대 경찰행정학과 교수는 "경찰청장이 특별치안활동 실시를 얘기했기 때문에 시민들은 저 정도 되면 경찰이 뭔가 다르게 대응할 것이라고 기대했을 것"이라며 "저도 개인적으로는 공포탄 정도는 쏴도 되지 않았을까 싶은데, 당시 (피의자가) 날카로운 흉기를 자기 몸에 대고 있는 상태였기 때문에 현장에선 추가 인명피해가 날 수 있다고 봤을 수 있다"고 설명했다.
오 교수는 과거 경찰의 강경 진압을 불법으로 본 법원의 몇몇 판례가 소극적 대응의 배경이라고 봤다. 그는 28일 YTN '뉴스라이더'와 인터뷰에서 "2010년에 자해를 하겠다고 하는 피의자에게 테이저건을 쐈는데 그가 쓰러지면서 자기가 가지고 있던 흉기에 찔려서 사망한 사건이 있었다. 당시 법원은 피의자가 70분 동안 난동을 부렸음에도 테이저건을 사용할 만큼 급박한 상황이 아니었다며 불법이라고 판단했다"며 "그런 것들이 경찰관들이 생각 속에 남아있지 않았겠는가"라고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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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어 "형사 입건이 될 수도 있고, 만약 유가족들로부터 민사소송이 들어오면 10억 이상 넘어가는 것을 본인들이 감당해야 하는 상황이 되기 때문에 경찰청장의 (실탄 사격 언급)은 상당히 피상적이고 선언적인 의미(에 불과한 것)로 우리가 볼 수 있다"고 "법원 판결에서 경찰이 개인적인 불이익을 입는 상황이 된다면 '총기는 쏘는 게 아니라 던지는 것'이라고밖에 생각할 수 없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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