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수보다 민생"…유류세 인하 연장 '물가 잡는다'
정부가 이달 말 종료 예정인 유류세 인하 조치를 올해 연말까지 연장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당초 인하 종료에 힘이 실렸으나 최근 국내 휘발유 평균 가격이 ℓ(리터)당 1700원을 돌파하며 분위기가 급변했다. 정부는 유류세 인하 조치를 연장해 물가 상승에 따른 서민 경제 부담을 최소화한다는 방침이다. 다만 일각에선 세수 부족에 따른 정부 재정 지출 감소가 불가피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16일 정부에 따르면 기획재정부는 이르면 이번 주 휘발유와 경유, 액화석유가스(LPG)에 대한 유류세 인하 조치를 올 연말까지 4개월 연장하는 방안을 발표할 계획이다. 휘발유의 경우 ℓ당 615원의 세금이 현행 그대로 유지하고, 인하 폭이 컸던 경유는 ℓ 당 369원(37%)의 세금을 단계적으로 줄여 세수 부족분을 일부 상쇄하는 방안이 유력한 것으로 알려졌다.
정부가 올 연말까지 유류세 인하 조치를 추가 연장하는 배경에는 급등하는 국제유가 흐름이 결정적으로 작용했다는 분석이다. 미국 뉴욕상업거래소에서 서부 텍사스산 원유(WTI)는 15일(현지 기준) 기준 배럴당 80.99달러로 한 달 전(74.15달러) 대비 9.22% 상승했다. 국내로 들여오는 원유의 기준이 되는 두바이유도 86.39달러로 같은 기간(78.83달러) 대비 9.6% 치솟았다. 이에 따른 국내 휘발유 평균 판매가격은 이날 기준 1729.38원으로 1개월 전(1580원)보다 9.4% 올랐다.
휘발유 가격 변동에 민감한 이유는 유가가 소비자물가 상승에 직접적인 요인으로 작용하기 때문이다. 정부 관계자는 "국제 유가가 상승하면 공산품 등 산업생산 물가에 영향을 미치고, 이는 물류비 등 증가로 소매 판매비 상승으로 이어져 소비자물가가 오를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정부가 유류세 인하 연장 조치를 통해 물가 안정을 강화하려는 이유다. 통계청에 따르면 지난 7월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2.3%를 기록하며 2%대로 안정 추세를 보였으나, 근원물가는 3.9%로 여전히 높은 상황이다. 최근 국제 에너지값 상승세를 반영할 경우 이달 물가상승률은 둔화세가 꺾이면서 오름세로 전환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는 분석도 나온다.
서울의 시내버스 요금 인상이 대표적이다. 서울시는 지난 12일부터 교통카드 기준 시내버스 요금을 기존 1200원에서 1500원으로(25%), 마을버스는 900원에서 1200원(33%)으로 각각 300원씩 인상했다. 농산물의 경우 14일 기준 배추 도매가격은 20㎏에 5만3637원으로 1년 전(4만9470원) 대비 8.4% 올랐고, 생활 속 물가 체감이 큰 외식비 물가 역시 지난달 기준 5.9%로 소비자물가 상승률을 크게 상회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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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만 세수 감소는 유류세 인하 연장의 부담 요인으로 작용한다. 올 상반기 국세 수입은 178조5000억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 대비 39조7000억원 줄었다. 이 가운데 유류세를 포함한 세목인 교통에너지환경세는 5조3000억원으로 전년동기 대비 7000억원(11.9%) 감소한 것으로 집계됐다. 거듭된 유류세 인하 조치가 세수 감소에 일부 영향을 끼쳤다는 판단이다. 성태윤 연세대 경제학과 교수는 "경기 부진 및 물가 압력이 여전한 상황에서 유류세를 다시 인상하는 건 바람직하지 않다"며 "다른 나라와 비교해 한국의 유류세 자체가 높은 편이라 인하 조치를 당분간 지속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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