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 고위 관계자 "하반기 조달비용 부담 가중"
전쟁발 물가상승·정책금리 등 '통제불능' 변수 산재
우량고객 선별·출혈경쟁 지양 등 고강도 경영쇄신
"차기 여신협회장, 당국 상대 협상력 갖춘 인물이어야"

이란 전쟁 장기화에 따른 정부의 물가 안정 정책과 한국은행의 기준금리 인상 가능성이 맞물리며 카드사들의 고심이 깊어지고 있다. 중동 사태 발발 두 달 만에 여신전문금융채(여전채) 금리가 0.5%포인트 가까이 폭등했고 상승세가 꺾이지 않아 하반기 전망도 어둡다.


일각에선 이번 위기가 대외 지정학적 리스크와 통화 정책에 기인한 만큼 금리가 5%대 중반까지 치솟았던 4년 전 '레고랜드 디폴트 사태'보다 훨씬 심각하다는 분석이 나온다.

여전채 금리 두 달 만에 0.5%P 급등

중동 사태 두 달, 카드사 조달금리 0.5%P↑… "레고랜드 사태보다 심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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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일 금융권과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지난 12일 기준 여전채 3년물(신용등급 AA+) 평균 금리는 4.189%를 기록했다. 이는 지난해 연말(3.370%) 대비 0.891%포인트 급등한 수치다. 2023년 12월4일(연 4.210%) 이후 2년5개월 만에 최고치다.


특히 미국 정부가 아야톨라 세예드 알리 하메네이 전 이란 최고지도자의 사망을 발표한 직후인 지난 3월3일(3.713%)과 비교하면, 두 달여 만에 0.476%포인트가 더 올랐다.

카드사는 은행과 달리 수신(예금) 기능이 없는 여신전문금융회사다. 사업 자금의 70% 이상을 채권 발행으로 조달한다. 기준점은 금융채(AA+) 금리가 된다. 카드사가 발행하는 여전채(금융채Ⅱ) 금리는 지표 금리에 가산금리(스프레드)를 더해 결정되는데, 지표 금리 자체가 오르면 이자 비용이 즉각 상승해 수익성에 치명적이다.


"금리·환율 복합변수… 기업 자구책으론 한계"

중동 사태 두 달, 카드사 조달금리 0.5%P↑… "레고랜드 사태보다 심각" 원본보기 아이콘

문제는 금리 상승 폭이 가파를 뿐만 아니라 기업이 통제하기 어려운 외생 변수가 너무 많다는 점이다. 업계는 조달 금리 상승 리스크가 장기화하며 하반기 내내 업권 전체를 압박할 것으로 우려하고 있다. 이에 따라 비용 절감과 건전성 방어에 집중하는 보수적인 '버티기' 전략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특히 한국은행의 기준금리 추가 인상 가능성이 카드사들을 긴장시키고 있다. 국책연구기관인 한국개발연구원(KDI)은 최근 물가 상승 압력이 지속될 경우 기준금리를 인상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정규철 KDI 거시·금융정책연구부장은 '2026년 상반기 경제전망'에서 올해 성장률 전망치를 2.5%로 상향 조정하며 "경기 확장 국면에 따른 물가 압력에 대응하기 위해 금리를 평소보다 높은 수준으로 유지하는 정책 권고가 필요하다"고 밝혔다.


한 카드사 고위 관계자는 "하반기 최대 걱정거리는 금리"라며 "한국은행이 실제로 금리를 올린다면 여전채 조달 비용이 걷잡을 수 없이 늘어나 전 업권에 비상이 걸릴 것"이라고 내다봤다.


"고금리 고착화 시 레고랜드 사태 때보다 더 위협적"

중동 사태 두 달, 카드사 조달금리 0.5%P↑… "레고랜드 사태보다 심각" 원본보기 아이콘

전문가들은 카드사의 근원적 경영 경쟁력이 약화된 시점에 위기가 닥쳤다는 점에서 4년 전 레고랜드 사태보다 현 상황을 더 엄중하게 보고 있다.


근거로 ▲지방자치단체의 보증채무 불이행(레고랜드)보다 지정학적 리스크에 따른 글로벌 인플레이션인 현재가 더 구조적인 위기라는 점 ▲과거에는 가산금리가 오르는 '신용경색'이 문제였으나 현재는 지표 금리인 국채 금리 자체가 우상향하고 있다는 점 ▲피벗(통화정책 전환) 기대감이 있었던 과거와 달리 '고금리 장기화(Higher for Longer)'가 고착화되고 있다는 점 등을 꼽는다.


채상미 이화여대 경영학부 교수는 "과거 위기는 유동성 공급으로 해결 가능했다면 지금은 수익 구조의 근본적인 체질 개선이 요구되는 상황"이라며 "건전성 관리를 위해 우량 고객 위주로 자산을 운용하는 등 대손 비용을 선제적으로 통제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서지용 상명대 경영학부 교수는 "외채 발행 등 조달 다변화는 환율 상승 시 손실이 커지는 한계가 있다"며 "과도한 상품 혜택을 줄여 수익성을 방어하고 국내 장기 채권 비중을 확대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당국 협상력 강화 절실… "강력한 리더십 원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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업계 내부에선 규제 완화와 정책 지원을 이끄는 강력한 리더십에 대한 갈증도 크다. 가맹점 우대 수수료율 정책 등 기존 규제가 완강한 상황에서 업권의 목소리를 대변할 적임자가 필요하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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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르면 다음 달 결정될 차기 여신금융협회장 선거를 앞두고 '관(官) 출신 대망론'이 힘을 얻는 이유도 이와 맥을 같이 한다. 한 관계자는 "당국과 실질적인 협상 결과를 도출할 수 있는 리더가 절실하다"며 "민간 출신보다는 당국과의 소통 창구가 확실한 관 출신 인사를 내심 반기는 분위기"라고 전했다.


문채석 기자 chaeso@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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