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감원 증권사 매도 리포트 활성화 주문에 부작용 우려
증권사 자정 능력 중요하지만 시장 조성에 함께 힘써야

금융감독원이 증권가의 '매수 일색 리포트' 관행에 칼을 빼 들었다. 매수 보고서를 악용해 선행매매 부당이득을 챙긴 애널리스트까지 등장하는 등 신뢰가 악화해서다. 하지만 무턱대고 매도 리포트 활성화를 주문하는 것은 자칫 부작용이 더 클 수 있다.

[초동시각]금감원부터 '매도 리포트'에 당당해져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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함용일 금감원 부장원은 지난 5일 '증권사 영업관행 개선을 위한 증권업계 최고경영자(CEO) 간담회'를 열고 리서치보고서 발간 관행 개선을 당부했다. 이복현 금감원장의 주재 회의가 아님에도 불구하고 증권사 CEO가 대리 참석 없이 모두 직접 참석했다. 그만큼 증권사 군기 잡기에 별렀다는 의미다.


리포트의 신뢰도가 추락한 배경에는 매수 일색 관행이 자리 잡고 있다. 지난해 국내 증권사들이 투자의견을 제시한 기업분석 보고서 1만4149개 가운데 매도 의견(비중 축소 포함) 보고서는 6건(0.04%)에 불과했다. 반면 외국계 증권사는 매도 의견에 상대적으로 적극적이며 비중은 평균 10% 이상을 차지한다.

증권사는 시장 환경이 다르다는 이유로 억울함을 호소한다. 국내 리서치센터는 홀세일(기관영업) 및 기업금융(IB)의 지원부서 특성을 지닌다. A증권사의 애널리스트가 영업 부서와 B기업의 눈치를 보지 않고 매도 리포트를 작성할 수 있을까. 쉽지 않다. 더욱이 그 종목을 기관이 대량 보유하고 있다면 기관은 당분간 이 증권사와 거래하지 않을 가능성이 크다. B기업 역시 A증권사에 등을 돌리고 기업금융 일감을 주지 않을 가능성이 농후하다. 애널리스트는 같은 회사의 수익을 벌어오는 부서의 눈치를 볼 수밖에 없다.


문제는 이뿐만이 아니다. 매도 리포트를 반기는 곳은 공매도를 하는 '큰 손' 기관일지 모른다. 이 때문에 매도 리포트를 낸 애널리스트와 기관 간의 모종 결탁이 있었던 것은 아닌지 의혹이 생긴다. 지난 4월 에코프로에 '매도 의견'을 제시한 H 증권사 애널리스트는 '공매도 세력과 결탁했다'는 개인투자자들의 민원 때문에 금감원으로부터 서면질의를 받았다. 이것이 분명한 하나의 사례다. 같은 회사의 영업부서는 물론 감독당국의 눈치까지 봐야 하는 상황에서 과연 '셀'을 외칠 수 있을까. 매도 의견을 내면 투자자들로부터 비난은 물론 금감원에 해명까지 해야 하는 환경을 극복하기 쉽지 않다.

불과 몇개월 만의 금감원의 행동은 모순적이다. 민원은 기각했지만, 서면질의는 해당 애널리스트를 압박하기에 충분했다. 이후에는 증권사 CEO를 불러 매도 리포트가 없다고 엄포를 놓았다. 증권사 리포트 관행 개선 테스크포스(TF) 비공개 자리에서는 매도 리포트 비중을 정하는 방안이 나왔다고 한다. 가령 10%로 정하면, 매년 이 비중에 맞춰서 매도 리포트를 내야 한다. 자칫 관행을 개선하려다 부작용만 커지는 것은 아닌지 우려가 나온다. 매도 보고서의 비중을 끌어올려야 하는 상황이 오면, 오히려 발행 수는 줄어들고 개인투자자들의 리포트 접근은 어려워질 수밖에 없다. 그렇다면 감독당국이 우려한 대로 각종 난무하는 무분별한 정보에 목을 매는 현상이 커질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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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감원은 증권사들이 자성 없이 시장 환경만 탓하는 것은 매우 유감스러운 일이라고 일침을 가했다. 맞는 말이다. 증권사의 자정능력이 가장 중요하다. 다만 무턱대고 압박하기 전에 감독당국부터 시장 환경 조성에 힘을 써줘야 한다. 주식을 보유하고 있는 기관들의 움직임과 매도 리포트에 민감한 개인 투자자들이 바로 변수다. 금감원부터 정면 돌파가 필요하다.


이선애 기자 lsa@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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