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동시각]금융위가 새마을금고를 맡아야 하는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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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공이 많아서 배가 산으로 가는 것보다 더 나쁜 경우가 있다. 사공이 노를 저을 생각을 안 해서 허구한 날 같은 자리에 배가 꿈쩍도 하지 않는 거다. 새마을금고 형편이 지금 딱 이렇다. '지역에서 방귀깨나 뀌는' 인사들이 주축이라 누구의 간섭도 거부하고 본다. 사고가 터져도 쉴드 쳐 줄 지역구 국회의원들까지 있다 보니 "달라져야 한다"는 지적 따위는 한 귀로 듣고 한 귀로 흘려버린다. 새마을금고가 지금까지 관리 사각지대에 놓여있던 이유도 여기에 있다.


뱅크런 위기까지 맞닥뜨리자 으레 새마을금고를 감독 주체를 금융위원회로 넘기자는 법안을 일부 국회의원이 내놨다. 금융 전문성이 떨어지는 행정안전부 대신 금융위가 맡아야 평소에도 위기관리를 할 수 있다는 취지다. 그러나 '새마을금고 감독을 누가 하느냐'를 정하는 데에는 법안보다 이사장 마음이 우선인 게 현실이다. 정부 고위 관계자는 기자에게 "석 달만 지나 봐라. 총선이 코 앞이다. 감독기관 이관 논의는 또 없던 일이 될 게 뻔하다"고 말했다. 이번 사태가 잊혀질 때쯤 되면 새마을금고 이사장들이 나설 거란 이야기다. 지역구 국회의원실에 '금융위에 감독 권한을 넘기면 안 된다'는 민원을 넣는 식이다. 이런 반대 전화 몇 통이면 개정안쯤은 쉽사리 물 건너갈 거라는 게 오랜 경험에 기반한 예측이다.

행안부 홈페이지에 있는 전국 새마을금고 수(2021년 4월 기준)는 1229개다. 시·군·구 기초자치단체마다 없는 곳이 없다. 창원시 30개, 포항시 29개, 청주시 26개처럼, 총선 지역구 한 개 당 열 개 남짓의 새마을금고가 있는 경우도 다수다. 새마을금고 이사장을 뽑는 건 해당 지역의 새마을금고 대의원들이다. 100명 정도 되는 대의원은 곧 이사장의 우군이며, 이사장이 거느린 선거조직이나 마찬가지다. 이사장에게 밉보이면 표가 생명인 국회의원들도 큰 손해일 수밖에 없다. 국회의원들이 정부로부터 새마을금고 관련 자료를 받아 언론에 전달할 때 "기사는 써도 되지만 의원 이름은 빼달라"고 부탁하는 일도 있었다. 본인 이름이 거론되는 순간 손해란 걸 알고 있기 때문이다. 이것만 봐도 힘의 저울추가 어느 쪽으로 기울어져 있는지 짐작할 수 있다.


이런 정치적 배경들을 들춰보면 금융위가 더 새마을금고 감독을 맡아야 한다는 확신이 든다. 돈을 다루지만 통제는 거부하다 보니 상호금융사들의 건전성 규제가 제각각인 게 가장 큰 문제다. 내부통제를 맡는 상임감사부터 그렇다. 신협은 자산규모 2000억원 이상이면 선임해야 하지만 새마을금고는 뽑아도 안 뽑아도 그만이다. 회계를 살펴보는 외부감사도 마찬가지다. 새마을금고는 500억원 이상인 지점만 2년마다 받으면 되지만, 신협은 자산 300억원 이상이면 해마다 받아야 한다. 상대적으로 새마을금고의 건전성 규제가 헐거운 편이다. 올해 초 금융위가 이 차이를 없애보려고 상호금융 정책협의회를 열었지만 진도는 한 발자국도 못 나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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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마을금고 이사장들은 금융당국을 무서워하는 게 아니라 무시한다"는 공무원들의 자조 속에서 새마을금고는 위기 상황으로 치달았다. 배가 어디로 갈지 몰라도 사공들이 노부터 젓게 하려면 금융위가 감독을 맡는 게 맞다.


심나영 기자 sny@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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