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올레는 서명숙 이사장이 20여년의 기자 생활을 접고 산티아고 순례길을 걷다가 생각해낸 아이디어에서 출발했다. 순례도보여행 막바지에 그는 영국에서 온 여성과 만나, 각자 자기의 나라에 돌아가면 산티아고 같은 길을 내 자신들이 길 위에서 누렸던 평안과 행복을 다른 사람들에게 나누어 주자고 약속한다.
서 이사장은 고향인 제주도로 돌아와 2007년부터 세계 도보여행자들이 사랑할 만한 트레킹 루트를 만들기 시작했다. 혼자 시작했다가 수많은 자원봉사자와 후원자들이 사단법인 제주올레라는 비영리법인을 만들어 열정과 시간을 보태며 27개 코스 437㎞ 길로 완성했다. 산티아고 순례길은 유럽의 여러 가지의 루트로 출발해 최종 목적지인 스페인의 갈리시아주 산티아고 데 콤포스텔라에 위치한 산티아고 데 콤포스텔라 대성당에 도착하는 도보순례이다. 800㎞에 이른다.
제주올레와 스페인 갈리시아주 및 산티아고순례자협회는 지난해 7월 공동완주인증제를 도입했다. 공동완주인증제란 제주올레 길과 산티아고 순례길을 각각 100㎞ 이상 걷고 양측의 완주 증서를 받으면 제주올레 여행자센터 혹은 갈리시아 관광 안내센터에서 추가로 ‘공동완주증서’와 ‘메달’을 발급받는 제도다. 산티아고 순례길과 교류협약을 맺은 것은 일본 구마노 고도 순례길에 이어 제주올레가 두 번째다. 지난해 9월 1일 이 제도가 도입된 지난 1년 동안 제주도에서 완주 증서와 메달을 받은 이들은 총 258명이다. 이 중에는 미국, 캐나다, 스페인, 일본, 이탈리아, 벨기에, 대만 등 다양한 국적의 도보 여행자들이 포함돼 있다. 산티아고 순례길을 완주했던 사람이 제주올레 길을 찾은 비중은 47%(85명)이고, 반대로 제주올레 길을 완주한 후 산티아고 순례길을 걷게 된 비중은 23%(29명)이다.
지난 12월 6일 공동완주증을 받은 충남 아산시의 이명희 씨는 "두 길을 걷는 것이 나의 버킷리스트였는데 완주증을 받으니 실감이 나지 않는다. 꿈을 이뤘다"고 말했다. 지난 7월 2일 공동완주증을 받은 뉴저지의 스티븐 브룸씨 "공동완주인증제 소식을 듣고 길을 걷기 시작했다. 이와 같은 트레일을 가능하게 해 준 모든 분들께 감사드린다"는 말했다.
양국은 의미 있는 협약을 기념하기 위해 두 길의 우정을 상징하는 설치물도 설치했다. 스페인 산티아고에는 종착지인 산티아고 대성당으로 가기 위해 반드시 통과해야만 하는 길목인 몬테 도 고조(Monte do Gozo)에 제주의 상징인 돌하르방과 올레길의 상징인 간세 표지가 지난해 7월 설치됏고 제주도에는 올레길 1코스 성산일출봉 인근에 지난해 11월 산티아고 순례길의 상징물인 가리비 조개 관련 조형물이 설치됐다. 제주올레는 오는 9월, 산티아고 순례길의 상징물이 있는 제주올레 1코스에서 갈리시아주 산티아고 순례길의 주요 인사들을 초청해서 함께 공동완주인증제를 기념하는 제막행사를 열 계획이다.
이경호 기자 gungho@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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