韓 대통령 첫 미파병 전시국 방문… 자유·연대 메시지 세계에 알려
"대통령 서울가도 상황 못바꿔" … 대통령실 관계자 설명 부적절

[초동시각]대통령의 선택, 대통령의 책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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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대통령이 비상 상황에서 자국 군대로부터 보호받을 수 없는 미파병 전시국을 방문했다. 과거 박정희 전 대통령이 1966년 10월 베트남을 방문해 월남전에 참전한 맹호부대 장병들을 격려했고, 노무현 전 대통령도 2014년 12월 이라크에 파병된 자이툰 부대를 찾은 적이 있지만 공식 방문이나 정상회담 등의 일정이 아닌 만큼 윤석열 대통령의 이번 방문과는 차이가 있다.


우크라이나 방문은 수개월 전부터 조심스레 추진했던 것으로 전해진다.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와 폴란드 순방에 동행한 현장 취재진도 윤 대통령이 우크라이나로 이동하는 시점에서 방문 사실을 알았다. 수행원도 최소화한 만큼 경호상 극도의 보안이 필요했던 것이다. 지난 5월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의 부인인 올레나 젤렌스카 여사의 방문, 일본 히로시마 G7(주요 7개국) 정상회의를 계기로 성사된 첫 정상회담이 결정적 변수였다는 점만 알려졌을 뿐이다.

"최종 판단은 대통령이 했다." 당연한 것이지만 의미는 남다르다. 한 나라의 국정운영을 총괄하는 군통수권자가 최소의 인원만 데리고 전시 국가에 들어가 학살과 미사일 피해 현장까지 찾았다는 점은 윤 대통령이 취임 직후부터 강조한 자유와 연대의 기치 아래에서 국제 사회의 규범을 준수하겠다는 메시지를 보여주기에 충분했다.


무엇보다 우크라이나 재건사업 참여에 대한 적극적인 의지를 보이며 '대한민국 영업사원 1호'로서 임무까지 달성했다. 대중국 무역 적자, 글로벌 경기 침체 등으로 신시장 확보에 사활을 걸어야 하는 우리로서는 우크라이나 재건사업 전체에서 쏟아질 2000조원 이상의 공사와 경제 사업은 놓칠 수 없다. 전후 복구 과정과 국민들의 피해를 조속히 수습해야 할 시스템의 필요성을 감안하면 우리 정부의 발 빠른 움직임도 우크라이나에게 큰 도움이 될 것이 분명하다. 윤 대통령의 우크라이나 전격 방문 소식이 알려진 지 반나절도 되지 않아 확산한 '보수층을 끌어모으기 위한 무리한 총선 행보', '살상무기 제공을 위한 퍼주기식 마중물'이라는 비판이 다소 아쉬운 이유다.

그럼에도 '전국적인 호우 피해에도 대통령이 외교 성과 만들기에만 치중한다'는 지적은 윤 대통령이 감수해야 할 부분이다. 이번 순방 현장에서 '국내 호우피해 상황을 감안해 우크라이나 방문 취소를 검토하지 않았나'라는 기자들의 질문에 "지금 당장 한국 대통령이 서울로 뛰어간다 해도 그 상황을 크게 바꿀 수는 없기 때문"이라는 대통령실 관계자의 설명이, 윤 대통령의 생각이라 믿고 싶지 않다.


귀국 직후 호우피해를 점검하고 나섰지만 12년 만에 가장 많은 호우 사망·실종자가 나온 만큼 지금까지와는 다른 대책과 빠른 대응이 필요하다. 순방 전 대통령이 나서 수차례 당부했음에도 사전 조치가 이뤄지지 않아 발생한 피해에 대한 점검 역시 조속히 이뤄져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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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대통령 최초로 미파병 전쟁터를 찾은 만큼, 이제는 그만큼의 책임감으로 국민들의 마음을 보듬어야 한다는 얘기다. 윤 대통령이 대선 후보 시절부터 존경을 표해온 노 전 대통령도 "아홉 시 뉴스를 보고 있으면 어느 것 하나 대통령 책임 아닌 것이 없었다"고 했다. 지금, 윤 대통령 책상에도 'The BUCK STOPS here(모든 책임은 내가 진다)'라는 팻말이 놓여 있다. / 정치부 배경환 차장


배경환 기자 khbae@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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