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험사기는 ‘희생자가 없는 범죄’라고 불리곤 한다. 사람을 해치는 범죄가 아니라 보험사를 상대로 한 보험금 청구를 목적으로 하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보험사기는 엄연한 범죄이지만, 범죄라는 인식이 낮다.


[사사건건]사고 난 김에 병원서 휴양, '보험사기' 입니다
AD
원본보기 아이콘

보험사기는 계획적으로 사고를 조작하거나, 일어나지 않는 사고에 대해 보험금을 청구하는 ‘경성 보험사기’(경성사기)와 손해를 부풀리거나 사실을 왜곡해 보험금을 청구하는 ‘연성 보험사기’(연성사기)로 나뉜다.

특히 연성 보험사기가 문제다. ‘계곡 살인사건’처럼 경성 보험사기는 일반인이 보기에도 범죄라는 인식이 들지만, 연성 보험사기는 그런 의식이 희박하기 때문이다.


보험연구원이 2017년 진행한 ‘보험소비자 설문조사’에 따르면 주변에서 연성 보험사기를 목격한 적이 있냐는 설문에 그렇다고 대답한 소비자가 53.5%에 달했다. 하지만 가벼운 연성 보험사기를 처벌해야 하느냐는 질문에는 ‘그렇다(32%)’보다 ‘아니다(68%)’가 두배 이상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주변에 흔한 범죄지만, 이걸 범죄로 생각하지 않는 사람이 대부분이다.

연성 보험사기는 비교적 진입장벽이 낮기 때문에 흔하게 볼 수 있다. 교통사고를 당한 김에 아프지는 않지만 ‘병원에서 푹 쉬어야겠다’며 며칠 더 입원하거나, 평소 문제가 있었던 차량을 이 기회에 정비하는 것도 보험사기에 속한다.


성형수술이나 미용시술을 받고, 통증 해결을 위한 치료를 받았다고 속이는 사례도 대표적이다. 서울은평경찰서는 지난달 보험사기방지법상 보험사기죄, 의료법위반, 사기 혐의를 받는 피부과 원장과 보험사기방지법상 보험사기 혐의를 받는 환자 185명을 무더기로 불구속 송치했다. 이들은 피부 미용 시술을 무좀 치료로 둔갑시켜 건강보험공단의 요양급여와 보험사의 실손 보험금을 허위로 청구한 혐의를 받고 있다.


애플은 올 초 ‘애플케어 플러스’ 가입자가 기기를 고의로 파손해 수리받는 행위를 ‘보험사기’로 처벌할 수 있다는 취지의 약관을 추가했다. 가입비를 낸 뒤 수리를 받지 않으면 ‘손해’라는 인식이 퍼진 탓이다. 이 때문에 문제가 없음에도 애플케어 플러스 가입 만료일이 다가오면 기기를 고의로 훼손해 수리받는 ‘꿀팁’이 커뮤니티에 돌아다니기도 했다. 일부 사용자는 중고시장에 자신의 물건을 판매하기 직전 고의로 파손해 ‘애플케어 플러스 수리’ 문구를 인증마크처럼 사용하기도 했다. 이 모두 보험사기다.


최근 국회 정무위원회는 법안심사 소위원회를 열어 ‘보험사기방지법 특별법 개정안’을 의결했다. 보험사기방지 특별법이 개정되는 것은 지난 2016년 이 법이 제정된 이후 7년 만에 처음이다. 이제 막 상임위 소위를 통과했지만, 여야는 이 법안에 대해 큰 이견을 보이지 않고 있어 본회의 통과도 유력한 상황이다. 법안에는 보험사기 범죄에 대한 사전 대응을 강화하고 적발 시 처벌 수위를 높이는 내용을 담고 있다. 특히 보험사기로 적발될 경우 처벌은 물론이고 편취보험금 환수 및 보험계약 해지 등 금전적으로 큰 손해를 받을 수 있도록 했다.

AD

보험사기는 금액과 상관없이 엄연히 범죄다. 법 개정이 눈앞에 온 만큼 보험금 청구를 하기 전 한 번쯤 더 생각을 해봐야 한다. 그렇지 않다면 나중에 "몰라서 그랬다", "이게 왜 불법이냐"라고 항변해도 소용없다.


성기호 기자 kihoyeyo@asiae.co.kr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함께 보면 좋은 기사

새로보기

내 안의 인사이트 깨우기

취향저격 맞춤뉴스

많이 본 뉴스

당신을 위한 추천 콘텐츠

놓칠 수 없는 이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