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폭력 부정 다큐 '첫 변론' 논란 격화
정의당·시민단체 등 "개봉 취소하라"

“다큐멘터리는 피해자를 향한 가혹한 2차 가해다.”


고(故) 박원순 전 서울시장의 성폭력을 부정하는 내용의 다큐멘터리 영화 '첫 변론'이 오는 8월 개봉을 앞둔 가운데 시민들이 개봉 철회를 요구하고 나섰다.

정의당과 직장갑질119 등 시민사회 단체 및 정당 46개 단체, 760명의 시민은 27일 서울 마포구 한국성폭력상담소에서 기자회견을 열었다.


'첫 변론'은 박 전 시장 성추행 사건을 다룬 책의 내용을 다큐멘터리로 만들어 ‘2차 가해’라는 비판을 받고 있다.

'첫 변론' 포스터. 개봉은 8월로 연기됐다. [사진출처=박원순을 믿는 사람들]

'첫 변론' 포스터. 개봉은 8월로 연기됐다. [사진출처=박원순을 믿는 사람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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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은하 직장갑질119 젠더폭력특별대응위원회 위원장은 “가해자는 죽었지만 망령이 되어 피해자를 괴롭히고 있다”며 “해당 다큐멘터리는 피해자를 향한 가혹한 2차 가해일 뿐”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박원순이 세상을 변호한 사람이었는지, 살아생전 어떤 사람이었는지는 전혀 궁금하지 않다. 그는 성폭력 가해자이고 피해자의 노동환경을 지옥으로 만든 사람”이라면서 “표현의 자유라는 이름으로 그의 죽음을 변호할 수는 없다”고 강조했다.


김가영 정의당 부대변인 또한 “(다큐 제작자 측은) 진실을 믿고 싶은 것이 아니라, 박원순이라는 이름으로 상징된 그들의 정치적 신념이 무너지는 것을 막으려는 것”이라며 “가해자의 가해 사실은 결코 무엇으로도 덮을 수 없으며, 당신들이 인정하지 않으려는 사실은 변치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김세정 돌꽃 노동법률사무소 노무사는 "국가인권위원회와 사법부는 가해자의 사망으로 피해 사실을 보수적으로 판단했음에도 (고 박원순 전 시장의) 성희롱을 인정했다"면서 "대법원은 성희롱·성폭력 판단에 ‘행위자의 동기나 의도가 무엇인지는 중요치 않으며, 피해자가 처한 상황을 고려하지 않은 채 피해자의 대처와 진술을 배척해서는 안 된다’고 봤다. 다큐멘터리 제작진은 이러한 판단을 무시하며 2차 가해를 일삼고 있다”고 날을 세웠다.


이가현 페미니즘당 창당준비위원회 공동대표는 다큐멘터리의 원작 ‘비극의 탄생’을 손에 들고 발언을 시작했다. 그는 책의 저자인 손병관 오마이뉴스 기자를 향해 "박 전 시장을 두둔하는 측에는 너그럽고 피해자를 지지하는 측에는 의심하는 ‘이중잣대’를 보였다"고 비판했다.


이 대표는 “손 기자는 다른 사람이 목격한 성희롱 사건은 다른 사람이 보고 있었으니 성희롱이 아니라는 의혹을 제기했고, 목격자가 없으면 증거가 없어서 사실로 입증할 수 없다고 주장했다"면서 "그의 세계관에서 피해자는 그 어떤 방법으로도 자신의 피해사실을 입증할 수 없다. 손 기자의 책에는 성폭력 사건을 다루는 기자로서 갖춰야 할 젠더 관점이 하나도 없었다”고 지적했다.


"다큐멘터리를 만드는 행위, 피해자 삶의 의지 꺾는 것"
지난 2021년 3월 열린 '서울시장 위력 성폭력 사건 피해자와 함께 말하기' 기자회견. [사진출처=사진공동취재단]

지난 2021년 3월 열린 '서울시장 위력 성폭력 사건 피해자와 함께 말하기' 기자회견. [사진출처=사진공동취재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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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날 기자회견에는 박은하 직장갑질119 젠더폭력특별대응위원회 위원장, 이가현·이소윤 페미니즘당 창당준비위원회 공동대표, 김세정 돌꽃 노동법률사무소 노무사, 이대호 전 서울특별시 미디어비서관, 김가영 정의당 부대변인 등이 참석했다.


지난 2016년 12월부터 2018년 4월까지 박 전 시장 성폭력 피해자와 함께 비서실에서 일한 이대호 전 서울특별시 미디어비서관도 참석했다.


그는 “사건 이후 피해자에게 가해지는 비난과 신상 유포, 불필요한 관심은 상상 이상이었다. 인권위 조사 결과가 나오면 2차 가해가 매듭지어질 거라 생각했지만, 결과를 받아들이지 않는 사람들에 큰 절망감을 느꼈다”고 말했다.


이어 “다큐멘터리를 만드는 행위는 피해자의 삶의 의지를 꺾는다. 정 하고 싶은 얘기가 있다면 고인의 유족이 진행하고 있는 행정소송에 증거로 제시하라”며 개봉 철회를 촉구했다.


이들은 기자회견 후반부에 ‘첫 변론’이라 써진 손팻말에 리본으로 가위 표시를 하고, ‘반성 없는 2차 가해’라 쓰인 손팻말에는 별 표시를 하는 퍼포먼스를 벌였다. 주최 측은 “(해당 다큐멘터리는) 변론이 아니라 변명이고, 수차례 이어지고 있는 반성 없는 2차가해일 뿐이라는 의미로 퍼포먼스를 준비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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앞서 박지현 전 더불어민주당 공동비상대책위원장이 지난 26일 자신의 페이스북에서 민주당을 향해 "고(故) 박원순 전 서울시장 3주기를 앞두고 박 전 시장의 성폭력 사실을 미화하는 다큐멘터리가 공개된다는 소식이 있었으나, 그 누구도 비판하지 않는다"는 쓴소리했다.


김현정 기자 kimhj2023@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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