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이영 중기부 장관, 총선 출마 여부 결정해야
김학도 중소벤처기업진흥공단 이사장과 이재홍 중소기업기술정보진흥원장의 임기가 일찌감치 끝났다. 하지만 두 사람은 자리를 지키고 있다. 그들이 원해서가 아니다. 김 이사장은 이미 충북도청에 자리를 내정 받은 상태다. 하지만 실질적 임명권자인 이영 중소벤처기업부 장관이 아직 새 기관장을 결정하지 못했기 때문에 하릴없이 자리를 지키고 있다.
중기부 사람들은 이 장관이 국회의원 선거 출마를 생각하고 있기 때문에 이런 일이 벌어졌다고 본다. 산하기관장은 장관의 손발 역할을 한다. 대통령이 조각을 하는 것처럼 장관은 자신과 맞는 사람을 기관장에 임명한다. 만약 이 장관이 자기 입맛에 맞는 사람을 기관장으로 앉혀 놓고 출마해버리면 새 장관이나 기관장은 동시에 곤란해진다. 말하자면 이 장관이 출마를 놓고 장고에 들어갔다고 보는 것이다.
이 장관 취임 후 행적은 화려하다. 취임 1년 만에 납품대금 연동제, 복수의결권 등 업계의 숙원사업을 처리했다. 최근에는 챗GPT를 개발한 오픈AI와 국내 스타트업 간의 협업을 정례화하는 성과를 냈다. 중소·벤처업계에선 의욕 넘치고 성과까지 내는 장관을 환영한다. 하지만 중기부 내부에선 다른 평가가 나온다.
최근 중기부 직원들을 만나면 불만이 쌓여 곧 터질 것 같은 느낌을 받는다. 이 장관의 과도한 정책 드라이브에 ‘번아웃 증후군’이 왔다는 공무원들이 적지 않다. 지방 중기청 등 지역에선 중기부가 글로벌 진출에만 초점을 맞춰 지역기업 육성 정책에 소홀하다고 지적한다. 눈에 보이는 화려한 실적만을 추구하면서 국내 투자조차 받기 힘든 지역 스타트업들을 외면하고 있다는 것이다. 이 장관이 반짝반짝 빛나는 공적 쌓기에 골몰하고 있다는 지적이 중기부 안팎에서 들려온다.
총선 채비에 나선 듯한 이 장관의 과욕은 여러 군데에서 엿보인다. 그는 취임 1주년 기자간담회에서 이달 안에 ‘범부처 벤처·스타트업 종합대책’을 내놓겠다고 밝혔지만 감감무소식이고, 노란우산공제 개편안은 브리핑 일정까지 잡았다가 갑자기 취소했다. 이러한 대책들은 중기부 단독으로 내놓을 수 있는 게 아닌, 다른 기관의 협력을 필요로 한다. 의욕만 앞서 성급하게 추진하려 한 건 아닌지 생각해봐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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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5월 취임해 1년여간 이 장관은 눈에 띄는 행보를 보여줬다. 하지만 이 장관이 보여준 모습이 출마를 위해 좋은 이미지를 쌓는 작업이라고 볼 여지가 있다. 권영세 통일부 장관과 전현희 국민권익위원장은 이미 총선 출마 의사를 밝혔다. 이제 이 장관도 거취에 대한 결정을 내릴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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