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그너, 반란부터 철군까지 24시간
'21세기 차르' 푸틴 리더십에 치명상
구 소련 지도자, 쿠데타 진압해도 몰락의 길로
전쟁 조기 종식 기대감도

"프리고진의 반란은 러시아 대통령의 미래에 대한 불편한 질문을 제기했다"


러시아 용병 기업 바그너의 무장반란에 대한 25일(현지시간) 뉴욕타임스(NYT)는 이렇게 평가했다. 이번 러시아 무장반란은 '일일천하'로 끝났지만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의 리더십은 치명상을 입었다. 전쟁 중 최측근이 일으킨 내전으로 푸틴 대통령의 약점이 고스란히 드러나면서 추가적인 반란 모의와 정치적 불안이 예상된다. 우크라이나 침공 자체가 푸틴 정권을 위협하는 자충수가 되며 전쟁이 조기에 종식될 수 있다는 전망도 조심스럽게 제기된다.

[이미지출처=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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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그너 반란 일일천하로 끝났지만…푸틴 리더십 치명상

이날 NYT는 러시아 현지 언론인을 인용해 "한 때는 상상조차 할 수 없었던 일이 이제는 가능해졌다"며 "이번 반란으로 푸틴 대통령은 러시아 엘리트의 부와 안전을 보장해 온 그의 지위를 결정적으로 상실했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반란을 막지 못한 푸틴의 실패는 그의 안정과 권력 유지에 있어 어떤 의미인지 질문을 남긴다"고 짚었다.


앞서 예브게니 프리고진은 바그너를 이끌고 모스크바로 진격하는 반란을 일으켰다. 프리고진이 23일 러시아 군의 미사일 공격으로 전투원 2000여명이 사망했다며 책임자 처벌을 요구하자, 러시아가 반란 선동 혐의로 프리고진을 조사할 것이란 소식이 나오면서다. 그는 용병 2만5000명을 동원해 하루 만에 모스크바 턱밑까지 진격했다. 알렉산드르 루카셴코 벨라루스 대통령의 중재로 프리고진은 철군을 결정, 벨라루스로 가기로 했지만 푸틴 대통령은 이미 리더십에 큰 타격을 받았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바그너의 반란은 푸틴 정권의 예상치 못한 취약함을 보여줬다"며 "러시아 정권의 권위와 자아상은 지속적인 손상을 입었다"고 평가했다. 블룸버그 통신 역시 "극적으로 끝난 무장봉기는 거의 25년에 가까운 통치를 이어 온 푸틴 정권에 가장 큰 위협이 됐다"며 "당황스러운 24시간 동안 전 세계 관중들은 프리고진에 충성하는 군대가 맹렬한 속도로 모스크바를 향해 수백 마일을 전진하는 것을 지켜봤다"고 보도했다.


특히 푸틴 대통령의 최측근으로 통제 아래에 있어야 할 프리고진이 통제를 벗어나면서 더 이상 진정한 황제가 아님을 증명했다고 외신은 평가했다. 더욱이 프리고진을 처벌하지 못한 채 벨라루스로 보내주기로 한 결정도 푸틴으로선 체면을 구긴 대목이다. 바그너의 진격에 환호하는 러시아인들의 모습은 민심 역시 흔들리고 있다는 징후로 보여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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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 소련 지도자, 쿠데타 진압해도 향후 몰락의 길로

이번 반란을 놓고 서방 언론은 쿠테타 실패 후 몰락했던 구 소련 지도자의 사례들을 소환했다. 푸틴 대통령 역시 리더십에 손상을 입은 만큼 향후 권좌를 잃을 가능성이 있다는 전망이다.


첫 사례는 미하일 고르바초프 전 대통령이다. 1991년 8월 옛소련에서 당시 공산당 보수파들이 쿠데타를 일으켰고, 보리스 옐친 당시 러시아 공화국 대통령이 반쿠데타 시위를 주도하면서 쿠데타는 실패로 끝났다. 이후 고르바초프 전 대통령은 다시 권좌를 잡았지만 대중적 지지는 옐친에 쏠렸고, 소련 해체 요구가 높아지면서 같은 해 12월 사임을 발표했다.


옐친 대통령 역시 집권기에 정권 전복 시도를 겪었다. 1993년 9월 정치적 반대 세력인 러시아 연방 공산당 등은 국회의사당을 점거하고 옐친을 탄핵하려고 했지만 무력 진압을 통해 간신히 정권을 지켰다. 하지만 예친 대통령 역시 지지율 하락을 겪었고 결국 1999년 말 임기를 6개월 남겨두고 전격적으로 사임했다. 이후 대통령 직무를 위임받은 사람이 바로 푸틴 당시 총리였다.


미국 NBC 방송은 푸틴 대통령이 당장은 권좌를 유지하겠지만 러시아의 역사를 되돌아 보면 실패한 쿠데타라도 후폭풍은 있을 수 있다고 전했다.


우크라이나 전쟁 영향은

이번 러시아 반란이 우크라이나 전쟁에 미칠 영향에도 이목이 쏠린다. 전쟁이 조기에 종식될 수 있다는 기대 섞인 전망도 조금씩 나오고 있다.


영국 선데이타임스는 25일(현지시간) 바그너 그룹의 무장반란으로 인한 러시아의 혼란이 우크라이나에 강력한 추진력을 안겨줄 것으로 예상했다. 우크라이나가 최근 개시한 대반격에서 아직 결정적인 승리를 얻어내지 못했지만, 프리고진과 그의 부대 대부분이 일시적으로 우크라이나에서 후퇴한 것은 유용할 수 있다는 분석이다. 영국 국방부 역시 우크라이나가 대반격에서 단계적이지만 지속적인 전략적 진전을 보인다고 평가했다.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은 "러시아가 자멸의 길로 들어서고 있다"고 말했고, 한나 말랴르 우크라이나 국방차관은 "(러시아의 무장반란은) 우리에게 기회의 창이 열렸다는 것"이라고 평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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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면 푸틴 대통령이 반란으로 인한 수모를 만회하기 위해 우크라이나 전쟁에서 강공을 전개, 군사적 우위를 과시하려고 할 수도 있다고는 전망도 나온다. 푸틴 대통령은 이날 공개된 국영TV와의 인터뷰에서 "최우선 순위는 우크라이나 전쟁"이라며 "24시간 내내 관련 보고를 받고 있다"고 밝혔다. 반란 사태가 마무리된 후 푸틴 대통령의 발언이 전해진 건 처음이지만 이는 지난 21일 녹화된 방송이다.


권해영 기자 roguehy@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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