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체포특권 포기' 어쩌다 선심성 공약이 됐나?
체포동의안 총 70건 중 17건만 가결
이번에도 '선언적 의미'에만 그칠까
여야, 불체포특권 내려놓기 외치지만…
여야 대표가 나란히 '국회의원 불체포특권 포기'를 주장, 실현 가능성에 이목이 쏠린다. 불체포특권은 국회의원이 현행범인이 아닌 한 회기 중 국회의 동의없이 체포나 구금되지 않을 권리로, 헌법에 명시됐다. 하지만 문자 그대로 '특별한 권리'인만큼 스스로 권리 행사를 포기할 수 있다. 그동안 불체권특권을 활용한 '방탄 국회'가 반복된데다, 폐지를 위해선 헙법 개정이 필요한만큼 이번에도 '요란한 빈수레'가 될 공산이 크다는 비판적인 시각이 우세하다.
권력이 총구에서 나올 때… 국회 기능 수호
26일 정치권에 따르면 더불어민주당 혁신기구인 '김은경 혁신위원회'는 지난 23일 민주당 국회의원 전원이 불체포특권을 포기하는 서약서를 제출하고, 향후 체포안 가결을 당론으로 채택할 것을 당에 요구했다.
윤형중 혁신위 대변인은 "불체포특권은 의원에게 보장된 헌법적 권리지만, 민주당이 선제적으로 내려놓고 체포와 구속 심사에 대한 사법부의 판단을 신뢰하되 문제가 발생하면 당내 조사를 통해 법률 지원을 하는 방식으로 당내 절차를 만들어야 한다"고 설명했다. 최근 잇단 도덕성 논란으로 당내 위기감이 극도로 고조된 만큼 당이 선제적으로 나서서 특권을 내려놓는 결단을 보여야 한다는 판단으로 풀이된다.
불체포특권은 현행범이 아닌 국회의원이 회기 중 국회의 동의 없이 체포나 구금되지 않는 권리다. 회기 전에 체포 또는 구금된 경우라도, 국회의 요청이 있으면 석방될 수 있다. 1603년 영국에서 '국회의원특권법(Privilege of Parliament Act)'에 의해 처음 법제화됐다. 당초 취지는 행정부의 부당한 탄압으로부터 국회 기능을 수호하기 위해 만들어졌다. 권력이 총구에서 나올 때, 정부의 폭력으로부터 국회의원의 활동이 제약받지 않도록 하고 정상적인 의회 활동이 가능하도록 한 것이다.
그러나 국내에서는 '순기능'보다 '역기능'이 부각된 불체포특권은 반성의 대상으로 전락했다. 1948년 제헌헌법 이래 국회 본회의에 상정된 70건의 체포동의안 중 20건은 부결됐고 33건이 임기 만료 폐기 또는 철회됐다. 국회의원 체포동의안이 올라오면 10건 중 2건(24.2%)만 가결된 셈이다. 특히 2003년에는 국회의원의 불체포특권이 국회의원 '개인 비리의 방패'로 인식되는 사건이 발생했다. SK그룹 비자금 100억원을 지하 주차장에서 현금으로 넘겨받는 등 비리 혐의 의원 7명에 대한 체포동의안을 무더기로 처리하지 않은 것이다. 여론이 크게 악화됐고, 당시 여야는 떠밀리듯 본회의에 체포동의안이 일괄 상정됐지만, 모두 부결됐다. 불체포특권을 폐지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더욱 커졌다.
불체포특권 포기선언에도… '토끼굴이 있겠지' 불신
불체포특권을 포기한 사례도 있었다. 2018년 강원랜드 취업 청탁 의혹을 받았던 권성동 의원은 당시 불체포특권을 포기한다고 발표했다. 권 의원은 "불체포 특권을 포기하고 즉각 영장실질심사를 받겠다"면서 국회 회기가 열리기 전 구속 전 피의자심문(영장실질검사)를 받았다. 하지만 법원이 영장을 기각하면서 화살은 사법부를 향했고, 또 다른 불신을 낳았다. 구속영장을 기각한 판사를 겨냥해 '법꾸라지''적폐판사'라는 질타가 나온 것이다.
이 때문에 이재명 민주당 대표가 지난 19일 국회 교섭단체 대표연설에서 불체포특권 포기를 선언한 것과 국민의힘 의원들이 '불체포특권 포기 서약서'를 작성한 것이 '정치쇼'라며 진정성을 의심받고 있다. 국민의힘은 22일까지 의원 총 112명 중 101명이 국회의원 불체포특권 포기 서약에 동참했다. 해외 출장을 간 의원을 제외하면 사실상 전원 참여다. 그러나 안민석 민주당 의원은 "일종의 정치공세"라고 했다.
반대로 이 대표의 불체포특권 포기 선언에 대해 김성태 전 국민의힘 의원은 이 대표가 이미 법원의 영장실질심사가 기각될 것을 계산한 것이라는 해석을 내놨다. 김 전 의원은 "이 대표 입장에선 국회로 넘어올 쌍방울 대북 송금 의혹은 대장동보다 상대적으로 중요하지 않기 때문에 설사 영장실질심사를 받더라도 기각될 것이라는 계산"이라며 "국회로 체포동의안이 넘어와 의원들이 가결(찬성)하더라도 법원 영장실질심사에서 기각되지 않겠느냐"고 설명했다.
정치권, 스스로 불체포특권 포기할 수 있나?
불체포특권 포기를 둘러싼 민주당내 이견이 큰 만큼 실제 포기로 이어질 가능성은 낮다는 것이 정치권의 중론이다. 비명계에 속하는 이원욱 민주당 의원은 지난 23일 라디오에서 "이 대표의 불체포특권 포기를 100% 당론으로 정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 의원은 "이 대표의 대통령 후보 공약"이라며 "결국 이 공약을 뒤집고 방탄만 만들다 보니까 민주당에 대한 신뢰와 지지도가 떨어지게 됐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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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같은 날 송영길 전 대표는 "검찰 독재정권과 싸우기 위해서 불체포특권을 포기해서는 안 된다"고 반대했다. 여당인 국민의힘과 야당인 민주당의 처지가 서로 다르다는 점이 큰 이유다. 송 전 대표는 불체포특권 포기 서명을 강조하는 국민의힘을 향해 "자신들이 여당이기 때문에 불체포특권 포기 서약서를 제안할 수 있었던 것"이라며 "야당이 되더라도 꼭 이것을 제출해 주시기를 바란다"고 날을 세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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