짠한 청춘. 청년 문제를 심각하게 여기지 않는 사람은 아무도 없다. 편의점 도시락으로 점심을 때우며 공부든 아르바이트든 생존하려 저항하는 이들. 오늘의 나보다 내일의 내가 나을 것이란 기대조차 하기 힘든 세대. 존재만으로 아름다운 이름이었던 청년은 어느샌가 주요 복지 계층이 돼버렸다.
그래서 만들어진 것 중 하나가 청년도약계좌다. 19~24세 청년들이 월 70만원 안에서 5년 동안 적금을 부으면 이자와 비과세 혜택을 합쳐 5000만원까지 손에 쥘 수 있다. 금리는 최대 6%다. 요즘 예·적금 금리가 3% 수준인걸 감안하면 두 배 정도 높다.
출시 엿새(6월 15~22일)만에 62만명이 신청할 만큼 인기도 있다. 지난해 초 나왔던 청년희망적금은 처음 일주일 동안 신청자가 170만명에 달했다. 거기에 비하면 다소 못 미치는 성적이긴 하다. 그래도 만기가 훨씬 긴 청년도약계좌에 이 정도 인원이 몰렸다는 건 청년들이 목돈 마련에 관심이 높다는 걸 보여준다.
취지도 좋고 결과도 바람직하다. 하지만 여기서 간과해선 안 될 부분도 있다. 정치 논리에 망가진 시장 논리다. 상품 출시는 시중은행 11곳이 맡았다. 그런데 상품을 설계한 곳은 금융위원회다. 만든 곳 따로, 파는 곳 따로. 여기서부터 엇박자가 났다. 청년도약계좌가 국정과제라 대놓고 말은 못 하지만 금융위 내부에서도 왈가왈부 중이다. "정부는 은행이 파는 예·적금 상품을 대신 만들어주는 곳이 아니다." "어떤 정책이든 금융 자(字)만 붙으면 전부 우리한테 온다." "대선 공약이니 하라면 하는 거다."
원래 할 일이 아닌 일을 '해내야' 하다 보니 무리수가 나왔다. 현재 은행 대출금리 4%대다. 청년도약계좌 금리가 이보다 높으면 팔수록 역마진이 난다. 이를 알면서도 당국은 은행에 시장 논리와 정반대로 적금 금리를 올리라고 압박했다. 예대금리차로 떼돈을 번 은행들이 불쌍한 청년들 돕겠다는데 금리 좀 못 올려주냐. 이미 선악이 정해진 프레임이었다. 은행들도 별수 없이 백기를 들었다.
처음엔 6%까지 못 주겠다던 5대 은행은 기본금리를 올렸다. 애초 6%보다 더 주겠다던 기업은행은 기본금리를 내렸다. 금리가 다른 곳보다 0.1%포인트라도 높았다간 자칫 가입자 쏠림이 일어나는 걸 우려해서였다. 그렇게 되면 특정은행만 막심한 손해를 볼 수 있어서 울며 겨자먹기로 서로 짜고 칠 수밖에 없었던 거다. 경쟁을 해야 하는 은행들이 오히려 정부 정책 탓에 담합하는 모양새가 된 셈이다.
배부른 은행들의 사회공헌은 의무에 가깝다. 청년들의 목돈 마련을 도와 끼니 걱정, 살 집 걱정을 덜어주는 것도 중요하다. 그러나 이 역시 시장 논리를 해쳐도 된다는 명분이 될 순 없다. '밑지고 판다'는 게 빈말이 아니라 팩트라면 심각해진다. 기업에게 실적은 물론 대내외 인식 측면에서 운영 리스크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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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행 지원이 투입될 경우 기금이나 펀드 마련 같은 다른 방법도 있다. 저신용자에게 100만원씩 빌려주는 소액생계비대출이 그랬다. 금융당국은 거기에 쓰이는 재원 중 500억원을 은행 기부금으로 조달했다. 운용의 묘를 살리면서 관치 논란을 피한 사례다. 청년도약계좌처럼 필요한 제도일수록 불필요한 논쟁거리는 처음부터 안 만드는 게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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