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인 예치 서비스 입출금 중단에 투자자 패닉
가상자산 이용자 보호법에도 보호장치 미흡
"고파이 사태 때보다 피해 규모가 더 클 수 있다."
최근 가상자산 예치 서비스 업체들이 연쇄적으로 입출금을 막자 업계 관계자가 한 말이다. 지난 13일에는 하루인베스트가, 다음날에는 델리오가 고객이 맡긴 코인을 되돌려줄 수 없다고 공지하면서 국내 가상자산 시장이 패닉에 빠졌다. 하루인베스트와 델리오 측에서 입장문을 내거나 설명회를 진행했지만 언제 코인을 돌려줄지와 관련한 내용은 없었다.
이들 업체는 고수익을 보장한다고 홍보해 예치금을 모으고 펀드를 조성했다. 외부 위탁 운용으로, 수익이 나면 원금과 이자를 고객들에게 돌려주는 방식이다. 하루인베스트는 연 12% 상당의 고수익을 보장한다고 밝혔다.
사실 유사한 사태가 이미 국내에서 발생한 바 있다. 가상자산 거래소 고팍스의 예치 서비스인 고파이에 투자한 이들 대부분은 여전히 투자금을 돌려받지 못하고 있다. 지난해 11월 미국 가상자산 대출업체인 제네시스 트레이딩이 서비스를 중단해 원금과 이자 지급이 지연됐다. 이후 사태는 장기화됐고, 피해 액수는 560억원을 웃도는 것으로 전해졌다. 글로벌 거래소 바이낸스가 고팍스 경영권을 확보하고 유동성을 공급하기로 했다. 그러나 금융당국이 가상자산사업자(VASP) 변경신고서를 수리하지 않으면서 투자자들은 여전히 코인을 돌려받지 못하고 있다. 고파이에 묶인 코인은 변경신고서가 수리돼야만 상환될 수 있어 투자자들은 7개월째 발만 동동거리고 있다.
이처럼 가상자산 예치 서비스를 이용하던 투자자들의 피해가 잇따르고 있다. 그러나 이들을 지킬 법적 테두리는 마련되지 않았다. '가상자산 이용자 보호 등에 관한 법률안'이 국회 정무위원회 문턱을 넘었지만, 법제사법위원회와 본회를 통과해야 한다. 더구나 해당 법률안은 '이용자 자산 보호' '불공정거래의 규제' '감독 및 처분' 등으로만 이뤄졌다. 거래소 중심의 이용자 보호에 방점이 찍혀 운용사에 대한 규제 고리는 헐겁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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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무위에선 가상자산 이용자 보호법을 마련한 후 2단계 입법을 하겠다고 예고했다. 다만 운용사 규제 관련 내용을 담을지, 언제쯤 마련할지 예측하기 어렵다. 투자자들은 하루인베스트와 델리오 측을 검찰에 형사고발했고 손해배상 소송도 진행할 것으로 보인다. 고파이 피해자들은 바이낸스라는 구원 투수 덕에 변경신고서가 수리되면 맡긴 코인을 돌려받을 수 있다는 희망이라도 품을 수 있다. 이번 사태의 피해자들은 다르다. 최악의 경우 험난한 법적 공방 각오해야 한다. 가상자산 시장이 점차 제도권으로 편입되고 있지만 아직도 커다란 규제 공백이 존재한다. 투자자들의 자산을 지키고 그들의 한숨을 덜기 위해선 기본법 마련을 서둘러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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