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가들이 말하는 걷기 효과

아이리신 호르몬 분비되고
뇌보호물질 분비 증명돼

한 정거장 전후 내리기로
공간 지각력 훈련도

반대로 걷지 않으면
내장지방·혈당 늘기도

아시아경제가 ‘하만하천’ 캠페인을 진행하면서 만난 수많은 전문가는 모두 걷기 운동이 신체 건강은 물론 뇌 건강에도 긍정적 역할을 한다고 입을 모았다. 캠페인을 통해 이 같은 효과가 알려진 가운데 다양한 일상 속 걷기법이 시민들의 생활 속에 전파되는가 하면 각종 기관·단체에서도 적극적으로 걷기를 통한 국민 건강 증진에 나서고 있다.


15일 서울 중구 한옥마을에서 열린 '하만하천 국민운동본부 출범식'에 참석한 오한진 박사, 유인촌 전 문체부 장관, 우병현 아시아경제 대표(왼쪽부터) 등 주요 내빈들이 행사를 마친 후 첫걸음을 의미하는 퍼포먼스를 하고 있다. 사진=윤동주 기자 doso7@

15일 서울 중구 한옥마을에서 열린 '하만하천 국민운동본부 출범식'에 참석한 오한진 박사, 유인촌 전 문체부 장관, 우병현 아시아경제 대표(왼쪽부터) 등 주요 내빈들이 행사를 마친 후 첫걸음을 의미하는 퍼포먼스를 하고 있다. 사진=윤동주 기자 doso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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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치매학회 이사장으로 치매 분야 권위자인 양동원 서울성모병원 신경과 교수는 걷기 운동의 효과에 대해 "운동을 하면 근육에서 분비되는 아이리신 호르몬이 뇌로 올라가 뇌 기능을 향상하고 알츠하이머성 치매를 유발하는 아밀로이드 베타(Aβ) 단백질을 제거하는 역할을 한다는 연구 결과가 있다"며 "뇌로 가는 혈류량이 증가하고 뇌 보호 물질인 뇌유래신경성장인자(BDNF)가 분비돼 뇌의 위축을 막는가 하면 심지어 뇌가 다시 두꺼워지기도 했다"고 운동을 통해 뇌 건강을 지켜나갈 수 있다고 전했다. 이에 대해 "과거에는 단순히 혈류 흐름이 좋아지고, 체중도 줄다 보니 자연스레 노인성 질환들이 감소하는 것으로 봤다면 이제는 운동을 하면 뇌를 보호하는 좋은 물질들이 뇌로 공급되는 효과가 있다는 게 증명된 것"이라고 설명했다.

대표적인 치매 명의인 한설희 건국대병원 신경과 교수도 "약간 숨이 찰 정도로 빠르게 걸으면 뇌 혈류가 증가하고 BDNF가 많이 분비돼 기억 중추 세포를 유지하고 새로운 신경세포가 잘 자라게 도와준다"고 강조했다. 특히 한 교수는 직접 이 같은 방법을 직접 일상생활에서 실천하고 있기도 하다. 한 교수는 일상 속 운동으로 한 정거장 전후로 내리기를 추천하기도 했다. 그는 "걸음 수를 늘리는 효과 외에도 공간지각력을 훈련하는 것"이라며 "매일 같은 길로만 다니는 게 아니라 다른 방향에서 접근하는 훈련을 하면 공간지각력 향상에 도움이 된다"며 실제로 오랫동안 택시 기사를 한 사람의 경우 뇌의 기억 중추가 더 커져 있었다는 연구 결과도 전했다.


반대로 걷지 않을 경우 건강이 악화한다는 연구 결과도 있다. 덴마크의 ‘걷기 전도사’로 알려진 벤테 클라룬드 페데르센 코펜하겐대 릭스왕립병원 교수는 하루 평균 1만보를 걷던 젊고 건강한 사람들을 일부러 게으르게 만들어 하루 1500보가량밖에 걷지 못하도록 제한한 결과 2주 만에 이들의 신체는 급속히 나빠졌다고 설명했다. 전반적인 체력 수준이 감소했고, 식사 후 혈당 수치가 높아지는 등 전 당뇨 증상이 나타났다. 내장지방 수치도 증가했고, 심지어 인지능력도 악화하는 모습을 보였다. 페데르센 교수는 "만약 당신이 덜 움직이기 시작하면 신체·정신적 건강에 즉각적 영향을 미치게 된다는 것"이라며 "건강한 사람들은 기본적으로 가급적 걷는 게 좋다"고 강조했다.

지난해 10월 서울 중구 서울광장에서 열린 건강 한마당 '손목닥터9988 걷기 챌린지' 행사에서 오세훈 서울시장 등 참가자들이  퍼포먼스를 진행하고 있다./김현민 기자 kimhyun81@

지난해 10월 서울 중구 서울광장에서 열린 건강 한마당 '손목닥터9988 걷기 챌린지' 행사에서 오세훈 서울시장 등 참가자들이 퍼포먼스를 진행하고 있다./김현민 기자 kimhyun8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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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같은 걷기의 효과가 알려지면서 다양한 걷기 방법이 공유되고 지자체와 각종 단체도 걷기를 통한 국민 건강 증진에 적극적으로 나서는 모양새다. 경력 38년 차 배우로 대한계단오르기걷기협회장인 최완정 답십리영화미디어아트센터장은 일상 속에서 꾸준히 할 수 있는 계단 오르기를 통해 직접 몸과 마음이 나아짐을 경험했다. 대여섯달간 꾸준히 계단을 오르며 체중은 10㎏이 빠졌고 ‘관리 안 된 배우’라고 자신을 생각하게 되며 빠져들었던 우울감도 쉽게 극복할 수 있었다는 전언이다.


박동창 맨발걷기국민운동본부 회장은 ‘맨발걷기’를 추천한다. 신발을 신고 걷는 것보다 맨발로 걸으면 지압·접지 효과가 극대화돼 몸에 더 좋다는 설명이다. 그는 "근골격계를 싸고 있는 근육들이 신발로 인해 경직돼 생긴 통증을 맨발이 압축과 이완의 과정을 거치며 풀어주는 게 지압 효과"라고 풀이했다. 두 개의 폴(스틱)을 활용해 상·하체 전신 근육을 동시에 쓰는 걷기 방법인 ‘노르딕 워킹’도 젊은 세대에겐 다이어트 운동, 노년 세대에게는 걸을 때 신체에 실리는 부담을 줄여주는 좋은 운동법으로 꼽힌다.


서울시는 비대면 시민 건강관리 사업인 서울형 헬스케어 ‘손목닥터 9988’ 사업을 시행하고 있다. 참여 시민에게 무료로 스마트밴드를 제공하고 ‘하루 8000보 이상 걷기’ 등의 건강목표를 달성하기 위한 미션을 차례차례 수행하면 최대 10만포인트를 지급한다. 올해 2기 사업을 진행 중으로 입소문을 타면서 목표로 한 18만명이 빠르게 채워지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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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양한 길을 소개하기 위한 노력도 이어지고 있다. 문화체육관광부는 최근 한국관광공사와 함께 코리아둘레길을 중심으로 ‘2023년 걷기 여행주간’을 운영했다. 코리아둘레길은 동·서·남해안과 비무장지대(DMZ) 등 한반도 가장자리를 잇는 약 4544㎞의 장거리 걷기 여행길이다. 동해안의 해파랑길, 남해안의 남파랑길, 서해안의 서해랑길, DMZ 평화의 길로 구성됐다.


이춘희 기자 spring@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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