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α'로 위기 타파… 유통가 빛나는 여성 리더십
핵심사업 A→A+ 만드는 +α 구축 역량 집중
생활방식 변화 캐치…사업 세분화·신사업 확대
'고객에 대한 집착' 바탕 실적 구원 투수로
올 상반기 유통업계 여성 리더들이 주목을 받고 있다. 올해 각 사 수장 역할을 맡은 이들은 핵심 사업에서 ‘플러스알파’가 될 디테일을 찾아 사업 역량을 극대화하는 한편, 고객 라이프스타일의 변화를 파악해 사업 세분화와 신규 사업 확대에 활용하는 모습이다. 조직 운영 효율화를 위해 격식을 벗은 소통 방식을 도입하는가 하면, ‘고객에 대한 집착’을 바탕으로 실적 개선 면에서도 두각을 나타내고 있다.
성과 몰입·타깃 강화…‘한끝 찾기’ 특명
올 상반기 유통업계 여성 최고경영자(CEO)들은 ‘잘하는 것을 더 잘하게 하도록 하는’ 플러스알파를 각 사 핵심 사업에 적용하는 데 골몰하고 있다.
올 초 11번가 각자대표에 오른 안정은 대표는 업계에서도 손꼽히는 소통 왕으로 통한다. 안 대표는 지난달 말 "회사 방향을 공감하고 의견을 나누는 자리는 횟수가 아무리 많아도 부족하다고 생각한다"며 매달 ‘CEO 레터’를 보내 고객 중심 성장 전략 공유에 나설 것이라고 공언했다. 임원과 직책자 대상 워크숍 역시 여러 차례 진행한 안 대표는 고객에 대한 집착을 11번가 리더십 제1원칙으로 강조했다. 고객 경험을 확대하기 위한 새 버티컬 서비스로 지난 2월 신선 밥상(신선식품 직배송)과 3월 우아럭스(명품 전문관), 4월 리퍼블리(리퍼상품 전문관)를 잇따라 출시, 성과를 내고 있다. 신선 밥상과 우아럭스는 지난 4월 론칭 첫 달 대비 구매 회원 수가 각각 33%, 32% 증가했고 리퍼블리는 연말까지 목표했던 약 1500종 리퍼 상품 입점 계획을 론칭 첫 달에 초과 달성했다. 최근 형식적인 업무 보고를 탈피하고, 효율적인 목표 달성을 위해 리더 한 사람에게 겸임 없이 하나의 목표에만 집중토록 하는 방식을 도입해 내부 호응을 얻고 있다.
지난해 10월 CJ올리브영 최초 여성 CEO이자 CJ그룹 내 최연소 CEO가 된 1977년생 이선정 대표는 올해 올리브영의 라이프스타일 사업 확장에 집중하고 있다. 지난해 11월 선보인 ‘W케어’가 대표적이다. 이 사업은 여성 웰니스에 초점을 맞춰 20·30세대 여성 고객을 대상으로 월경 주기별 알림과 시기별 맞춤 상품 추천 등을 제공, 고객의 애플리케이션(앱) 방문 빈도를 늘리고 충성 고객을 강화하는 역할을 하고 있다. 상품 기획 경험을 살려 클린뷰티를 강화하면서 내면의 건강과 아름다움을 추구하는 이너뷰티 시장의 확대에도 본격적으로 나섰다. 이들 사업의 활약으로 올해 1분기 올리브영 매출은 전년 동기 대비 42.3% 증가한 8291억원을 기록했다.
지난해 말 롯데멤버스 수장에 오른 김혜주 대표는 올해를 ‘롯데멤버스 디지털 트랜스포메이션 원년’으로 선언했다. 금융, 제조, 통신 등에서의 데이터 분석 경험을 활용해 올 상반기에는 ‘엘포인트 서비스 경쟁력 강화를 위한 통합 멤버십 재설계’와 ‘데이터 기반 신규사업 추진’을 제시했다. 이는 이전에 멤버십 서비스 수수료에 의존해 온 사업 포트폴리오를 다각화해 데이터 기반 사업으로 전환하고, 시장 상황이나 외부 환경의 변화에도 지속 가능한 비즈니스 체계를 구축하려는 의지다. 김 대표는 지난 2월 정기 조직개편을 통해 플랫폼사업부문과 로열티마케팅부문을 신설, 롯데그룹 데이터 자산화에도 롯데멤버스 역량을 집중 투입할 계획이다.
최초 타이틀 달고 실적 악화 속 구원투수
뷰티와 식품업계에서는 ‘최초의 여성 CEO’ 등 최초 타이틀을 달고 출발한 이들이 대내외 악화한 경영 환경을 딛고 실적 개선을 이끌어야 하는 중책을 맡았다. 대표 주자는 이정애 LG생활건강 대표다. 지난해 말 인사에서 LG그룹 최초의 여성 CEO로 임명된 그는 코로나19 이후 찾아온 글로벌 경기 침체와 중국 봉쇄라는 녹록지 않은 상황에 직면했다. 이 대표는 조직 쇄신과 글로벌 시장을 재편하는 전략으로 돌파구를 모색하고 있다. 지난 2일부터는 50세 이상 부문장·팀장 또는 만 7년 이상의 부문장 직급, 만 10년 이상 팀장 직급 직원을 대상으로 창사 이래 처음으로 희망퇴직을 받고 있다. 중국 의존도를 낮추기 위해 글로벌 최대 뷰티 시장인 북미 지역에서 사업 역량을 강화하는 한편 유럽과 중동·아프리카, 아세안, 일본 등으로 해외사업을 다변화하고 있다. 이에 따라 올해 1분기 기준 북미 매출이 1361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21% 증가하는 성과를 올렸다.
배스킨라빈스와 던킨을 운영하는 SPC그룹 계열 비알코리아의 이주연 대표도 지난 2월 식품 대기업 최초의 여성 CEO로 임명됐다. 비알코리아는 2021년 영업이익 792억원으로 역대 최대 실적을 냈으나 지난해에는 인플레이션과 원자재 상승 등의 영향으로 영업이익이 전년 대비 57.2% 감소한 339억원에 그쳤다. 이 대표는 제품의 품질과 경쟁력을 강화하고, 캐릭터 등 다양한 산업 분야와 협업해온 회사의 장점을 극대화해 데이터와 로열티 기반의 고객 마케팅으로 신성장 동력을 확보하겠다는 전략을 내세웠다. 이 대표는 올해 구성원들의 육아휴직과 시차출퇴근 제도 등을 장려해 가족 친화적인 기업 문화도 강화한다는 방침이다.
송미선 하나투어 대표도 메이저 여행업계 최초 여성 CEO로 통한다. 그는 보스턴컨설팅그룹(BCG) 출신의 컨설팅 전문가로 2020년 하나투어 수장에 오른 뒤 공동대표를 역임하다가 지난해 말부터 단독 대표로 회사를 이끌고 있다. 하나투어는 올해 1분기 영업이익 56억원으로 2019년 3분기 이후 3년 6개월 만에 흑자전환하며 코로나19 암흑에서 벗어나고 있다. 송 대표 취임 후 호텔·면세 사업에서 철수하고 본사 사옥을 매각하는 등 유동성 확보를 위해 단행한 구조조정이 효과를 냈다는 평가가 뒤따른다. 여기에 쇼핑, 기사 가이드 경비 등 불필요한 추가 비용이 들지 않는 프리미엄 패키지 상품 ‘하나팩 2.0’을 도입하고 온라인 채널을 강화하는 전략으로 소비자 호응을 끌어내고 있다.
꼭 봐야 할 주요 뉴스
삼성 흔들리는 사이 中 치고 올라온다…1년 만에 ...
서용구 숙명여대 경영학부 교수는 "여성 CEO는 일반적으로 남성 CEO에 비해 리스크 관리가 뛰어나고 특정 부문에 묻지마 투자를 하는 이른바 ‘몰빵’을 하지 않는다"면서 "경영환경에 불확실성이 큰 지금 같은 시기에는 위기 대응이 중요하기 때문에 이러한 장점을 발휘하는 데 적합하다"고 평가했다. 그러면서 "소비시장에서 여성들의 구매력이 갈수록 커지고 있다"며 "공감 능력에서 비교 우위에 있는 여성 CEO들이 유통가를 비롯한 경영 일선에서 약진할 기회가 늘어야 한다"고 덧붙였다.
김흥순 기자 sport@asiae.co.kr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