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향력, 만드는 것 아닌 깨닫는 것
타인은 생각보다 내게 호의적
대부분 자신의 영향력 과소평가

낯선 사람이 갑자기 나를 칭찬한다면 어떤 기분이 들까. 대다수는 당황스럽고 불쾌함을 느낄 것 같다고 생각하기 마련이다. 과연 실제는 어떠할까. 사회심리학자 바네사 본스가 진행한 실험에 따르면 칭찬을 들은 사람 절대다수는 불쾌보다는 유쾌함을 느꼈다. 길거리에서 동성 아무에게나 "저기요, 셔츠가 멋지네요"라고 말한 뒤 받은 설문에 사람들은 ‘으쓱하고’ ‘행복한’ 느낌이 들었다고 답했다. 그 외 매력적인 부분을 찾아 칭찬하는 실험에서도 대다수가 예상보다 큰 감사를 표했다.


‘당신의 영향력은 생각보다 강하다(세계사)’의 저자인 버네사 본스의 주장은 간단하다. ‘사람들은 자신이 남에게 미치는 영향력을 제대로 인지하지 못하며, 안다고 해도 과소평가하는 경우가 많다.’ 그는 "고마운 마음을 전할 때도 상대가 느낄 기쁨의 정도는 과소평가하면서 어색함의 정도는 과대평가한다"고 강조한다. 같은 맥락에서 부정 언어를 조심할 필요성도 언급한다. 상대가 흘려들을 거란 생각에 배려 없이 내뱉은 말에 상대가 상처를 받을 수 있다는 것이다.

가지고 있지 않은 영향력을 키우기보다는 이미 가지고 있지만 알아채지 못한 영향력을 깨닫게 하기 위해 책을 출간했다는 저자에게 질문을 건넸다.

바네사 본스 [사진제공=세계사]

바네사 본스 [사진제공=세계사]

AD
원본보기 아이콘

-우리의 존재가 알게 모르게 끼치는 영향력이 생각보다 크다고 했다. 다만 많은 사람이 자신의 영향력을 간과하고 있다고 했는데 왜 그렇다고 생각하나.

▲다른 사람에게 미치는 우리의 영향력을 깨닫지 못하게 하는 많은 심리적 편견이 있다. ‘투명 망토 착각’ 같은 편견은 다른 사람들이 우리에게 별로 관심이 없다고 착각하게 만든다. 한편 사람들이 타인이나 그룹의 규칙을 따르는 정도를 낮게 보는 ‘규정 준수에 대한 과소평가’ 같은 편견은 다른 사람들이 우리 요청을 거절할 가능성을 실제보다 더 높게 생각하게 만든다. 이런 개인적인 편견들이 우리의 영향력을 과소평가하도록 유도한다.


-사람들이 개인 능력 면에서는 자신을 긍정평가하기도 하지만, 비교 대상이 있는 사회적 평가에서는 유독 평가절하하는 경우가 많다. 자신감이 떨어지는 이유는.

▲학습력이나 운전 실력과 같은 능력을 평가할 때 대개 우리는 개인적 경험을 고려한다. 중심에는 ‘자신’이 있다. 내가 얼마나 다양한 어휘를 알고 있는지, 평행 주차를 얼마나 잘하는지 등 내가 잘하는 걸 떠올리고 그 능력을 신뢰한다. 하지만 사회적 자질의 경우에는 비교 대상을 떠올리기 마련이다. 힙합 파티나 멋진 외식을 떠올렸을 때 대개 판단 기준은 내가 아닌 사회관계망서비스(SNS) 속 인플루언서다. 마치 ‘사회성이란 바로 이런 것’이라고 정의하는 듯한 사람들과 비교하니 당연히 부족하게 느껴질 수밖에 없다. 결국 자기평가는 ‘나는 생존할 만큼 영리하고 능력이 있는가?’ ‘나는 타인에게 받아들여지는가?’로 귀결된다.

-타인은 내 생각보다 내게 호감을 갖고 있다고 했다. 사실 무관심이 더 많지 않은가.

▲현실에서 나타나는 기본반응은 ‘실제’와 ‘생각’에 차이가 있다. 대다수 사람은 자신과 이야기하거나 자신의 부탁을 받은 사람이 비우호적이거나 불쾌해할 것이라고 생각한다. 그래서 그런 ‘자연스러운 저항’을 극복하기 위해 어떤 조처를 하거나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사람들은 타인의 호의 얻기를 본능적으로 갈망한다. 진화론적으로 그룹을 이룰수록 생존에 유리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대다수는 상대의 친절에 호응하고 타인에게 좋은 일을 하려고 한다. 하지만 자신이 그룹에서 받아들여지는 정도를 과도하게 신경 쓰기 시작하면서 다른 사람도 나와 같이 반응한다는 사실을 망각하는 경우가 많다.


-정치인처럼 영향력이 큰 사람은 대중에게 영향을 주기보다 오히려 대중의 영향을 받기 쉽다고도 했다. 그의 청중이 되는 것만으로도 말 한마디 하지 않고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다고 했는데, 그렇게 생기는 영향력은 어느 정도로 강력한가.

▲예상외로 매우 강력할 수 있다. 대중 앞에 선 사람이라면 누구나 청중의 호의를 얻고 싶어 한다. 청중이 지루해하거나 좋아하지 않는다는 느낌을 받으면 청중을 집중시키기 위해 말하는 내용을 즉석에서 바꾸기도 한다. 중요한 건 ‘말’뿐 아니라 ‘마음’까지도 바꿀 수 있다는 점이다. 대개는 그렇게 바꾼 내용이 처음보다 더 낫다고 생각한다. 흔히 대중 앞에서 발언하는 사람이 권력을 가지고 있다고 생각하지만 실제로 그들은 청중의 호의를 얻는 것에 집중하고, 그로 인해 청중에게 더 많은 권력이 주어진다.


-자칫 포퓰리즘으로 전락할 우려도 있어 보인다. 접점이 큰 다수 쪽으로 기울 우려가 있어 보이는데.

▲단순히 청중이 되는 것만으로도 영향력을 발휘하게 된다는 사실을 이해하고 바로 사용하는 게 중요하다. 누군가의 생각을 바꾸고 우리의 뜻대로 움직이게 할 수 있는 힘에 관해 책임지는 자세가 필요하다. 열심히 지식을 쌓고 현명하게 사용해야 한다. 포퓰리즘은 오히려 사람들이 자신의 영향력을 인지할 수 없고, 변화를 만들지 못한다고 생각할 때 발생하기 쉽다.


-생각보다 많은 사람이 타인의 부탁에 호의를 갖고 있다고 했다. 오히려 개인이 부탁의 허용치를 제한한다고.

▲물론 너무 과한 요구는 거절당하기 쉽다. 다만 중요한 건 그 허용치가 우리 생각보다 훨씬 높다는 점이다. 모든 요구를 들어주지는 못해도 예상보다 훨씬 더 많은 일에 동의해줄 것이다.


-상대가 부탁을 들어줄 수 있는 허용치는 어느 정도일까. 부탁할 때 수락률을 높이는 방법은 무엇인가.

▲부탁 수락률을 높이는 방법은 두 가지다. 1. 직접 마주 보고 2. 직접 물어봐라. 우리는 이메일이나 문자 부탁이 직접 마주 보고 하는 부탁과 비슷한 효과가 있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그렇지 않다. 우리가 진행한 연구에 따르면 이메일 대신 직접 요청한 경우 수락률이 34배나 높았다. 가끔 배려하는 차원에서 바로 요구하기보다 돌려 말하는 경우가 있는데, 단도직입적으로 요청하면서도 충분히 예의를 갖출 수 있다. 돌려 말하면서 알아들어 주길 바라기보다 원하는 걸 확실히 밝히는 편이 낫다.


-부탁을 하는 쪽과 받는 쪽 모두 ‘체면’이나 ‘창피’가 선택에 큰 영향을 끼친다고 했다. 거절하지 못해 심지어 기밀까지 털어놓기도 한다고. 이런 비합리적인 상황이 생각보다 쉽게 발생한다고 생각하나? 만약 그렇다면 이유는 뭔가.

▲창피나 당혹스러움은 우리 생각보다 훨씬 더 강력한 힘을 지닌다. 창피함이 대수롭지 않게 생각되기도 하지만 실제로 이 감정 때문에 놀랄 정도의 일들이 일상에서 벌어진다. 창피함은 대개 타인이 나를 ‘판단’할 것 같은 상황에서 일어난다. 이는 곧 ‘그룹’에서 쫓겨날지도 모른다는 걱정으로 이어진다. 창피함이 전하는 ‘상황에 적절한 규범을 따르지 못했다’는 메시지는 예상보다 고통스러운 사회적 위험으로 자각된다.


-생각대로 행동하기보다 행동하고 나서 유리한 방향으로 생각한다는 주장도 흥미롭다.

▲사람은 신념과 태도가 일치하지 않는 경우 불편함을 느끼는데, 이를 ‘인지부조화’라고 한다. 어떻게든 둘을 일치시키려고 노력하게 돼 있다. 일반적으로 신념에 따라 행동하기 마련이지만, 행동에 따라 신념을 조율할 수도 있다. 하고 싶지 않은 일에 ‘예스’라고 답해야 한다면 ‘나는 이 일이 정말로 하고 싶어’라고 생각할 수 있다는 말이다. 사회심리학들이 매우 오랫동안 연구해온 인간 심리의 기이한 특성이다.


[책으로 만난 사람]"내 안의 편견에 속지 말고…내면의 영향력을 찾으세요" 원본보기 아이콘

-자신의 영향력을 확인하는 방법으로 거절 치료법을 소개했지만, 많은 한계를 지니고 있다고도 했다.

▲거절 치료법은 주변 사람에게 부탁하고 거절당하기를 반복하는 일종의 게임이다. 이를테면 길거리에서 누군가에게 함께 춤을 춰달라고 하거나, 나를 칭찬해달라고 하는 거다. 해보면 의외로 거절당하는 경우가 드물다는 사실을 알 수 있다. 요청을 받은 사람들의 반응을 보면서 내가 타인에게 미치는 영향을 확인할 수 있다. 꼭 대단한 부탁이 아니어도 된다. 어느 곳에 그냥 서 있거나, 사소한 의견을 말하는 것만으로도 영향력이 발휘된다. 다만 타인에게 미치는 영향이 워낙 광범위해 이를 모두 다루는 데에는 한계가 있다.

AD

-자신의 영향력을 확인하고 지녀야 할 바른 태도에 관해 조언을 전한다면.

▲자신의 영향력을 바로 인지해서 ‘자신감’ 있게, 의미 있는 방식으로 영향력을 발휘하길 바란다. 동시에 ‘책임감’을 갖고 영향력을 현명하게 사용했으면 한다.


서믿음 기자 faith@asiae.co.kr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함께 보면 좋은 기사

새로보기

내 안의 인사이트 깨우기

취향저격 맞춤뉴스

많이 본 뉴스

당신을 위한 추천 콘텐츠

놓칠 수 없는 이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