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임위원장 배분 놓고 매번 원구성 지연
소관업무 총괄, 법안상정·회의진행 권한
선수·나이 우선 고려…제18대 때 '경선'도

국회 행정안전위원장을 맡을 예정이었던 정청래 더불어민주당 최고위원이 최근 겸임 논란으로 인해 상임위원장을 포기했다. "정청래가 물러나면 다음 타겟팅은 이재명 대표와 지도부"라는 '순망치한(입술이 없으면 이가 시리다는 말)' 주장을 펴며 행안위원장직 사수에 나섰던 정 최고위원은 "선당후사"라는 발언을 남기고 물러났다. 민주당은 '기득권 내려놓기' 차원에서 상임위원장 선출 기준을 새로 마련했다. 상임위원장은 어떤 자리인데 당내에서 '독식하지 말라'며 배분을 강조하는 것일까.


제21대 후반기 국회 원구성을 두고 여야 협상이 지지부진하면서 국회 공백 상태가 4주째 이어지고 있다. 26일 구조물 속에 갇힌 국회의 모습이 현 상황을 대변해주고 있는듯 하다./윤동주 기자 doso7@

제21대 후반기 국회 원구성을 두고 여야 협상이 지지부진하면서 국회 공백 상태가 4주째 이어지고 있다. 26일 구조물 속에 갇힌 국회의 모습이 현 상황을 대변해주고 있는듯 하다./윤동주 기자 doso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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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임위원장 '자리싸움'

14일 정치권에 따르면 상임위원장 배분은 여야가 원 구성 합의를 할 때마다 최대 난항으로 꼽혀왔다. 더 많은, 더 알짜 상임위를 사수하기 위한 치열한 기싸움이 벌어지기 때문이다.

국회입법조사처 분석을 보면, 제13대 국회부터 제20대 국회까지 원 구성에는 평균 41.4일이 걸렸다. 제21대 국회 원구성에서도 상임위 배분 경쟁으로 공백이 이어진 건 마찬가지였다. 결국 거대여당이 된 민주당이 18개 상임위를 모두 가져 가는 것으로 마무리 됐고, 후반기에는 과학기술방송통신위원회와 행정안전위원회를 놓고 평행선을 달리다가 각각 민주당, 국민의힘이 2023년 5월29일까지 맡은 뒤 교대하기로 했다. 이 때문에 평균 후반기 원구성 소요 기간(35.3일)을 훌쩍 넘어 54일 만에 완료됐다.


이처럼 상임위원장직 배분과 상임위별 위원선임은 국회 원구성의 가장 갈등적인 부분으로, 원구성 지연의 주요 원인으로 지적된다. 그러나 상임위원장직의 배분에 대해선 국회법 등 관련 규정이 정해진 곳이 없어 관행에 의존해 정해져왔다. 국회 운영에 관한 사항들이 원내교섭단체 간 협상으로 정해지듯, 상임위원장 배분 역시 여야 간 협상에 따라왔던 것이다. 다만, 상임위원장 선거와 관련해선 '해당 상임위 위원 중 본회의에서 선출한다(국회법, 제41조제2항)'고만 규정돼 있다.

권성동 국민의힘 대표 직무대행, 박홍근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가 22일 국회 의장실에서 국회의장 주재로 열린 여야 원내대표 회동에서 21대 하반기 국회 원 구성 합의문을 교환하고 있다./윤동주 기자 doso7@

권성동 국민의힘 대표 직무대행, 박홍근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가 22일 국회 의장실에서 국회의장 주재로 열린 여야 원내대표 회동에서 21대 하반기 국회 원 구성 합의문을 교환하고 있다./윤동주 기자 doso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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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회의원의 꽃'…권한은?

상임위원장직을 둘러싼 여야 경쟁이 치열한 이유는 가장 핵심적인 국회의 권력 자원이기 때문이라는 설명이다. 상임위원회는 국회의 주요기능인 입법, 행정부 감독활동이 이뤄지는데 상임위원장은 이런 위원회의 소관업무를 총괄하는 자리다. 정부 각 부처를 소관기관으로 두고 있어 18개 상임위원장을 '국회의원의 꽃'으로 부르기도 한다. 상임위원장은 법안 상정은 물론 회의진행 권한도 쥐고 있다. 특히 지역 예산 책정과 밀접한 상임위의 수장 자리는 지역구 관리 측면에서도 유리하다는 평가다.


특히 법제사법위원장은 '상왕'으로 불린다. 소관 상임위서 심사를 마친 법안이 본회의에 부의되기 전에 법사위의 체계·자구심사를 거쳐야 통과되기 때문이다.


[이미지출처=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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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021년, 국회법 개정안을 통해 법사위의 체계·자구심사 범위를 명시함으로써 권한을 축소했지만 여전히 여야 쟁점 법안의 경우 법사위원장이 이 권한을 통해 법안을 원점부터 다시 심의하거나 법안처리를 지연시킬 수 있는 여지가 있다. 올초 여야 쟁점 법안이었던 양곡관리법 개정안의 경우, 민주당이 본회의에 직회부했지만 국민의힘 소속 김도읍 법사위원장이 법안심사 소위로 돌려보내는 방법으로 법안 강행처리를 막으면서 여야 갈등이 최고조에 달하기도 했다.


◆'관례'대로 정했던 상임위원장 자리, '바꿔라' 요구

상임위원장 배분과 선출을 놓고 번번이 잡음이 나오면서 권한 축소를 요구하는 목소리가 계속 나온다. 앞서 법사위의 체계·자구심사도 아예 폐지해야 한다는 주장도 있다.


[이미지출처=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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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안정보시스템에 따르면 '법제사법위원회의 체계·자구 심사권을 폐지(안 제86조 삭제)'하도록 하는 국회법 개정안이 발의되어 있지만, 권한 축소로 매듭지은 후에 더 이상의 논의는 나오지 않고있다.


막강한 상임위원장직을 놓고 정당뿐만 아니라 당내에서도 치열한 경쟁이 벌어진다. 일단 각 정당이 상임위원장 자리를 몇 개 확보할 것인지 정해지면 이후부터는 각 정당 지도부에서 상임위원장을 누가 맡을지 결정한다. 보통 각 정당 지도부가 지명하는 것이 관행이다. 하지만 제18대 국회에서 한나라당이 경선을 통해 상임위원장을 선출하면서 이 관행을 깼다. 상임위원장을 놓고 당내 의원 갈등이 표출돼 경선까지 갔던 배경은 지도부의 일방적 지명을 더 이상 수용하지 않겠다는 분위기가 형성됐다는 뜻이기도 하다.


최근 민주당에서도 상임위원장직을 놓고 '관행을 깨라''특권을 버려라'라는 목소리가 나왔다. 민주당도 그동안 상임위원장은 자체 내정한 인사를 본회의에 올려 표결을 통해 최종 인선했다. 이때 내정 기준은 당선 경력(선수)과 나이, 전문성, 지역 특성 등이 고려된다. 민주당에서는 관례적으로 주요 당직이나 장관 이상의 정무직에 있었던 인사는 배제해왔지만, 하반기 원구성 때 과방위와 행안위를 여야가 1년씩 나눠 맡기로 한 후 올해 민주당 몫인 행안위 배분에서 문제가 생겼다. 원구성 협상대로라면, 과방위원장인 정청래 의원이 이번엔 행안위원장을 맡아야하지만 정 의원이 민주당 최고위원직까지 맡고 있는 상황에서 상임위원장까지 맡는 것은 '독식'이라는 지적이 나온 것이다.


결국 민주당은 지난 12일 의원총회를 열고 상임위원장 선출 기준안을 새롭게 정했다. 당내 전·현직 지도부를 포함해 장관 이상의 정무직을 맡았던 인사는 제외하도록 한 것이 골자다. 이소영 원내대변인은 새 기준에 대해 "2개의 큰 권한을 동시에 갖게 되면 하나의 직무에 충실하지 못할 수 있다는 점, 분산과 균형 차원"이라면서 "(향후)선수와 나이, 지역 특성과 전문성 등을 두루 고려해서 상임위원장을 배치하는 것으로 논의했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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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만 여전히 당선 경력과 나이 위주로 상임위원장 자리에 우선 배분되는 것에 대해서는 아쉬움의 목소리가 나온다. 민주당의 한 관계자는 "새로 마련된 선출안에 대해서는 긍정적이지만, 그럼에도 전문성보다 선수에 밀려 초선은 상임위원장이 되기 어렵다는 점 등은 아쉽다"고 전했다.


오주연 기자 moon170@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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