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새마을금고법시행령 일부개정안 재입법예고
설립 출자액 5억→50억원 대폭 늘린다더니
20억원으로 낮추고 5년 뒤 시행하기로 조정

정부가 새마을금고 난립을 막기 위해 만든 규제법안이 업계 반발과 일부 부처의 반대에 부딪히면서 대폭 후퇴했다. 건전성 강화 종합대책으로 발표한 법안을 정부가 스스로 물리면서 법안의 원래 취지가 퇴색됐다는 비판이 나온다.


13일 관련 부처에 따르면, 행정안전부는 전날 새마을금고법 시행령 일부개정령안을 재입법예고한다고 밝혔다. 지난 3월 입법예고 때 발표했던 법안을 3개월 만에 바꾼 것으로, 엄격하게 제시했던 설립요건을 다시 낮추고 시행시기를 미루는 게 골자다.

지난해 8월 정부는 새마을금고에서 연이은 금융 사고가 발생하자 ‘건전성 강화 종합대책’을 내놨다. 당시 정부는 새마을금고 창립 조건이 지나치게 쉽다 보니 소규모 금고가 난립했고 감시와 견제여력이 모자라 횡령이나 부실대출 등 내부통제 사고가 벌어진다고 봤다. 이에 부실 가능성이 큰 새마을금고의 난립을 막고 회원 재산을 보호하기 위해 설립 기준을 상향하겠다고 발표했다.


정부는 새마을금고를 만들 때 필요한 출자액을 10배 늘릴 방침이었다. 5억원만 있어도 가능했던 광역시·특별시 내 새마을금고 설립조건을 50억원으로 올리는 식이다. 시의 경우 3억원에서 30억원, 읍·면은 1억원에서 10억원으로 상향하겠다고도 밝혔다. 하지만 이번 재입법예고안에서는 광역시 20억원, 시 10억원, 읍·면 5억원으로 당초 방침보다 느슨해졌다.

이마저도 2025년까지는 현행 기준을 그대로 유지하기로 결정했다. 또 2025~2028년에는 출자액 기준을 각 10억, 6억, 2억원 이상으로 정해 과도기를 거치게끔 했다. 실제 규제법안은 2028년 7월 1일부터 시행된다는 단서도 새로 달면서 규제법안은 5년 뒤에야 적용될 것으로 보인다. 새마을금고 설립 시 확보해야 하는 동의자 수는 100명에서 1000명으로 늘릴 계획이었지만 아예 삭제했다. 정부가 건전성 대책이라며 내놓은 규제법안을 1년여 만에 스스로 대폭 손질한 셈이다.


출자액 한도 '50억' 합리적이라더니…20억원으로 훅 낮췄다

애초 행안부는 설립비용과 타 업권과의 형평성을 고려하면 5억~50억원의 출자금 한도가 합리적이라는 입장이었다. 통상 금고 설립에 필요한 인적·물적 자원을 마련하려면 최소한 약 12억6000만원이 든다. 같은 2금융권인 저축은행의 경우 1995년 자본금 기준을 1500만~6000만원에서 20억~60억원으로 100배 넘게 높인 바 있다. 2001년에는 이를 40억~120억원으로 재차 높였다.


설립요건을 다시 풀어준 배경에는 업계의 우려가 있다. 새마을금고중앙회 내부에서는 이번 법안으로 금고 설립이 어려워질 거라는 목소리가 있었다. 새마을금고중앙회 관계자는 “자율적 협동조합이라는 새마을금고의 특성을 고려한 결정이 아닐까 싶다”면서도 “결과적으로는 기존 5억원에서 20억원으로 4배 수준으로 오른 거니 난립 방지 효과는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최소한의 자본금으로 설립해보려는 시도 자체가 어려워지게 된다”고 말했다.

AD

다른 정부 부처에서도 이견이 나왔다. 특히 국무조정실이 법안을 수정해야 한다는 의견을 낸 것으로 알려졌다. 설립인가 기준을 높이는 건 건전성을 강화하기보다는 경쟁을 제한하는 측면이 더 크다는 이유에서다. 출자액 한도를 높이면 진입장벽이 높아져 새로운 시장참여자가 줄어들게 되고, 이에 따른 부작용이 발생할 수 있다는 뜻이다.


행안부는 개정안의 취지가 퇴색됐다는 지적에 대해 “난립을 막겠다는 표현이 무조건 (시장에) 들어오는 걸 막겠다는 게 아니었다”라면서 “어느 정도 요건을 갖춘 사람이 들어와야 한다는 의미였다”고 설명했다.

[이미지출처=연합뉴스]

[이미지출처=연합뉴스]

AD
원본보기 아이콘

세종=송승섭 기자 tmdtjq8506@asiae.co.kr
권현지 기자 hjk@asiae.co.kr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함께 보면 좋은 기사

새로보기

내 안의 인사이트 깨우기

취향저격 맞춤뉴스

많이 본 뉴스

당신을 위한 추천 콘텐츠

놓칠 수 없는 이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