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징 왜 어렵나]②전담부서 서울중앙지검 전국 유일… 민사 승소 사례 늘어
#부산지검은 지난달 변호사법 위반 혐의로 지난해 2월 3억9000여만원의 추징금을 확정받고도 추징금을 납부하지 않고 있던 A씨로부터 추징금 전액을 납부받았다. 검찰은 재판이 시작되기 전인 2019년 9월 A씨의 사실혼 배우자 B씨를 상대로 B씨 소유 부동산의 지분 절반에 대한 추징보전을 법원에 청구해 추징보전명령을 받아냈다. 그러자 B씨는 대한민국을 상대로 제3자이의소송을 냈다. 재판에서 검찰은 해당 부동산이 A씨가 B씨의 명의로 회사를 운영해서 번 돈으로 매입한 부동산으로, 실질적으로 두 사람의 공유재산이라는 점을 입증해 승소했다.
제3자이의소송에서 이겼지만 부동산 명의가 B씨 명의로 돼 있는 상태였기 때문에 추징금 집행을 위해 검찰은 지난 3월 또 다시 부동산의 2분의 1지분에 대한 명의를 A씨로 바꾸는 채권자대위소송을 냈다. 이미 앞선 소송에서 부동산의 공유자임이 드러난 A씨는 소장을 송달받은지 채 한달이 안 된 지난 5월 17일 미납 추징금 전액을 납부했다.
어려운 채권자대위소송·사해행위취소소송… 응소도 부담
채권자대위소송은 명의신탁처럼 타인 명의로 돌려놓은 재산에 대한 반환청구권을 행사하지 않고 있는 채권자(범죄인)를 대신해 국가가 추징금을 거둬들일 제3채권자의 지위에서 명의자를 상대로 등기 이전이나 등기 말소를 청구하는 소송이고, 사해행위취소소송은 범죄인이 국가의 추징금 채권을 해칠 것을 알면서도 의도적으로 제3자에게 증여하거나 매도한 행위의 취소를 구하는 소송이다.
문제는 민사소송 중에서도 까다롭다고 알려진 채권자대위소송이나 사해행위취소소송을 대신 수행해줄 전담 기구가 없다는 점이다. 국가 상대 소송을 대리하는 정부법무공단 소속 변호사가 일부 지원을 해주는 경우가 있지만, 예산 등 문제 때문에 대부분 사건은 수사를 한 검찰청 소속 검사가 직접 민사소송을 수행해야 하는 상황이다.
물론 검사도 사법시험이나 변호사시험 준비 과정에서 민법이나 민사소송법을 공부했고, 사법연수원이나 변호사시험 합격 후 실무연수 과정에서 민사소송에 관한 수업을 받았지만, 수 년간 형사사건만 취급하며 손을 놓았던 민사와 관련된 재판을 직접 수행한다는 게 생각처럼 쉬운 일은 아니다.
특히 사해행위취소소송의 경우 범죄인으로부터 재산을 이전받은 수익자나 수익자로부터 다시 권리를 취득한 전득자가 거래행위 당시에 다른 채권자를 해치는 행위라는 점을 알고 있을 때에만 인용되는데 입증하기가 쉽지 않다. 더군다나 채권자인 국가(검사)가 그 같은 사실을 안 때로부터 1년, 사해행위가 있었던 날로부터 5년이 지나면 행사할 수 없는 제척기간까지 있다.
대검 범죄수익환수과 관계자는 "소송을 제기해도 어려운 것이 일단 채권자대위소송은 범죄인과 재산 명의자와의 명의신탁 관계를 전제로 하는 소송이기 때문에 실질적으로는 범죄인 재산인데 명의만 다른 사람 명의로 돌려놓았다는 걸 검사가 입증해야 한다"며 "입증을 못 해 패소하면 상대방 소송비용까지 다 물어줘야 한다. 그래서 쉽게 채권자대위소송을 제기할 수도 없다"고 말했다.
이어 "그래서 방법을 찾은 게 사해행위취소소송인데 명의신탁 관계를 입증 못 해도 자금의 흐름만 추적이 되면 제기할 수 있다는 장점은 있지만, 다른 채권자를 해친다는 점에 대한 악의 입증과 제척기간 내에 제기하지 않으면 각하당한다는 한계가 있다"고 말했다.
이게 다가 아니다. 검찰이 이런 까다로운 요건을 갖춰 소송을 내더라도 범죄인으로부터 차명재산을 넘겨받은 제3자는 추징금 집행을 막기 위해 민사집행법상의 집행에 관한 이의나 제3자이의의 소, 압류처분 무효소송 등 다양한 형태의 소를 제기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이 경우 검사가 피고로서 소송에 응해서 승소해야 추징금 집행이 가능하다. 검찰이 일찌감치 추징보전절차를 해놓고도 수 년이 지나도록 범죄수익을 환수하기 어려운 이유다.
범죄수익환수부 서울중앙지검이 유일… 나머지 청 환수팀 운영
현재 전국 검찰청 중에서 범죄수익 환수를 위한 전담부서를 둔 곳은 서울중앙지검이 유일하다. 고(故) 전두환 전 대통령과 박근혜 정부 비선실세 최서원씨 등의 불법적인 범죄수익 환수에 대한 국민적 요청이 커졌던 2018년 초 기존 수사관 2명 수준이었던 환수반을 격상해 부장검사 1명과 검사 2명, 수사관 3명으로 신설됐다.
박철우 초대 서울중앙지검 범죄수익환수부장은 기소 없이는 추징보전을 시도하지 않던 관행을 깨고 2018년 9월 당시 국내 최대 음란사이트였던 '소라넷' 운영자의 부동산(1억4000여만원 상당)을 기소 전 단계에서 추징보전하는 등 적극적인 범죄수익 환수에 나서 2017년 대비 10배가량 추징보전가액을 늘리는 성과를 거두기도 했다.
하지만 검찰 조직이나 예산의 확대 편성이 어려운 현실적인 한계 탓에 이후 다른 검찰청에 범죄수익환수부는 한 곳도 설치되지 못했다. 나머지 검찰청에서는 전담부서가 없는 상태에서 비직제 조직인 범죄수익환수팀을 운영 중인데, 2~3명의 검사가 사건 수사 업무나 공판 업무를 하면서 범죄수익 환수 업무도 같이 담당하고 있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범죄수익 환수 업무를 맡은 검사가 범죄인의 차명재산을 찾아내서, 몇 년이 걸릴지 모르는 민사소송을 통해 차명재산을 범죄인 명의로 돌리기가 쉽지 않다.
한 일선 검찰청 관계자는 "청마다 환수 전담 검사라고 지정을 해서 사실 그 청의 환수를 맡으라고 하는 건데, 자기가 소속돼 있는 부서, 가령 형사부 검사면 상대적으로 적게 배당을 받긴 하겠지만 어쨌든 자기가 송치받은 사건을 처리하면서 환수 업무까지 해야 되고, 공판부 검사는 재판을 수행하면서 해야 되다 보니 어려움이 많다"고 토로했다.
심지어 범죄수익환수부 소속 검사가 다른 인지수사 부서에 파견되는 경우도 있었다. 대장동 수사 초기였던 2021년 10월 유진승 당시 서울중앙지검 범죄수익환수부장과 소속 검사 3명이 대장동 개발 의혹 사건 전담수사팀에 투입된 바 있다.
민사소송 통한 범죄수익 환수 성공 사례 늘어나
이런 어려운 여건 속에서도 최근 검찰이 적극적인 소송 대응을 통해 추징금 집행에 성공한 사례들이 늘고 있다.
부산지검은 C씨가 범죄수익으로 7억9000만원의 보험료를 납부한 뒤 보험계약 명의자를 처와 처제로 순차적으로 변경함으로써 보험해지 환급금채권을 은닉한 사실을 확인하고, 2020년 11월 C씨의 처와 처제를 상대로 사해행위취소소송을 제기하는 한편, 보험해지 환급금채권에 대한 가압류를 신청해 인용받았다. 그리고 올해 4월 전부승소 판결을 받아냈다. 항소기간이 지나 판결이 확정된 뒤 검찰은 보험사에 보험계약해지환급금을 청구했고, 지난 8일 7억9000만원 전액을 국고로 귀속시켰다.
10년 동안 집행하지 못한 추징금을 소송을 통해 받아낸 사례도 있다. 대구지검은 지난해 4월 2013년 약 13억원의 추징금에 대한 확정판결을 받고도 집행이 이뤄지지 않았던 사건을 찾아내 채권자대위소송을 냈다.
18개의 불법사행성 오락실을 운영하면서 약 13억원의 영업수익을 낸 대구 폭력조직 두목 김모씨는 2012년 4월 게임산업진흥법 위반 혐의로 기소돼 이듬해 9월 징역 4년과 추징금 약 13억원을 확정받았다. 당시 검찰은 재판 진행 도중 김씨의 처 명의로 돼 있는 아파트에 추징보전명령을 받았지만 추징 판결이 확정된지 10년이 지나도록 실제 집행하지 못하고 있는 상태였다. 검찰은 김씨를 대위해서 김씨의 처를 상대로 명의신탁해지를 원인으로 다시 김씨에게 소유권이전등기를 넘기라는 소송을 냈다. 재판에서 김씨의 처는 자신이 실제 소유자라고 주장했지만, 검찰은 애초 김씨의 처가 아파트를 낙찰받을 당시 낙찰대금이 전부 김씨가 운영하던 불법 오락실 수익금 관리 계좌에서 지급된 사실과 김씨의 처에게 별다른 수입이 없었던 점 등을 밝혀내 해당 부동산의 실제 소유자가 김씨라는 사실을 입증했다. 결국 지난달 17일 법원에서 원고 전부승소 판결을 받아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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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인 가격이 오르면서 뜻밖의 성과를 거둔 경우도 있었다. 부산지검은 2016년 홍콩에서 금괴를 매입해 한국으로 들여온 뒤 다시 운반책을 통해 일본으로 반출하는 방법으로 시가 약 2조원 상당의 금괴(약 40톤)를 밀반출한 일당을 기소해 2019~2020년 유죄 확정판결을 받았다. D씨, E씨, F씨 등 세 명의 일당은 각각 징역 1년 내지 4년과 함께 각 4000억원에서 2조원까지의 추징금을 선고받았다. 그런데 검찰은 이 중 D씨가 보유하고 있던 가상화폐 이더리움에 대한 추징보전을 신청해 2018년 4월 법원에서 추징보전명령을 받아냈다. 법원의 추징보전 인용 당시 가치는 약 5억5000만원이었지만, 이후 이더리움 가격이 계속 상승하면서 2021년 6월 법원에서 매각명령을 인용받고 처분했을 때는 49억8000만원으로 약 9배 가격이 상승했다. 결국 지난해 1월 검찰은 약 50억원을 환수해 국고에 귀속시킬 수 있었다.
허경준 기자 kjune@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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