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신탕 별곡(別曲)](上)이젠 식육견과 이별할 때?… 새 국면 맞은 '45년 논쟁'
초복(7월11일)까지 아직 두 달 가까이 남은 5월. 예년보다 빨리 찾아온 무더위처럼 '보신탕 논쟁'도 일찍 달아올랐다.
윤석열 대통령의 부인 김건희 여사가 화두를 던졌다. 김 여사는 지난달 13일 청와대 상춘재에서 동물보호단체 관계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이번 정부 임기 중 개 식용을 종식토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발언 하루 만에 국회에선 태영호 국민의힘 의원이 개와 고양이를 도살해 식용으로 사용·판매하는 행위를 금지하는 동물보호법 개정안을 대표로 발의했다. 김민석 더불어민주당 정책위의장도 "개 불법 사육, 도축, 식용을 금지하고 관련 상인의 안정적인 전업을 지원하는 특별법을 발의하고 통과시키겠다"고 예고했다.
국회 밖에서 논쟁은 확전되고 있다. 국내 260개 동물단체는 김 여사의 발언을 지지하며 식용 개 사육 및 도살 관련 사건들에 대한 관심을 높이는 활동들을 이어가고 있다. 반면 대한육견협회는 개 식용 종식을 반대하는 성명을 내고 집회 등 단체행동에 나서면서 맞서고 있다.
달라진 우리 밥상, 논쟁은 새 국면으로
한국인이 개를 식용으로 삼은 건 1만년 전부터다. 신석기시대 유적지인 경남 김해 회현동 조개무지에서 발견된 개의 뼈가 그 근거다. 논쟁은 45년이 됐다. 1978년 우리 국회가 축산물 가공처리법을 개정하면서 개를 축산물에서 제외, 개 도축, 유통 과정이 법의 테두리에서 벗어난 것이 논쟁의 시발점이 됐다.
논쟁은 매년 같은 레퍼토리로 맴돌다 결론을 못 내고 끝났지만, 전문가들은 올해는 조금 다르게 봐야 한다고 말한다. 세대가 바뀌었고 우리 밥상이 크게 변했기 때문이다. '보신탕 논쟁'은 이제 우리가 피할 수 없는 '시대적 과제'라는 것이다.
우리나라의 시대상이 변하면서 한국인의 밥상 위에서 개를 비롯한 고기의 가치가 크게 떨어졌다는 분석이 곳곳에서 나온다.
조미숙 이화여대 식품영양학과 교수팀이 2022년 5월 내놓은 '식물성 식품에 대한 채식주의자 및 잡식주의자의 인식과 선택 속성'에 따르면, 국내 채식주의자는 100만~150만으로 추정되고 이 중 50만명 정도가 비건일 것으로 추산된다.
성인 채식주의자 245명을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에선 약 절반(50.6%)이 비건이었고, '동물보호'를 위해 채식을 시작한 이들이 34.7%로 건강(36.3%) 다음으로 많았다.
이런 상황에서 개의 경우 보호 이슈가 커지면서 소, 돼지와 비교해 고기로 먹지 않은 이들이 크게 늘어났다고 전문가들은 본다. 시중 식당에서 더 이상 '보신탕' 간판을 보기 어려워진 걸 보면 알 수 있다.
언젠가부터 개고기를 파는 식당들은 '보신탕' 대신 '영양탕'으로 간판을 바꿔 염소와 함께 개고기를 판매하고 있다.
이상경 한국 휴메인 소사이어티 인터내셔널(HSI) 팀장은 " 등 육류로 우리가 섭취할 수 있는 단백질 같은 영양소들을 다른 음식으로 대체해 가는 흐름이 있다"며 "지금은 개고기를 두고 논쟁하지만 이후에는 소, 돼지로도 이어질 것이라고 본다"고 전망했다.
보호 인식 높아진 국제사회… "식용도 고통은 최소화"
동물 보호에 대한 인식이 높아진 국제사회의 추세도 개 식용 종식 여론을 키운 것으로 보인다.
불가피하게 식용 목적으로 동물을 죽일 때도 고통을 최소화할 수 있도록 법으로 규제하는 사례가 최근 늘고 있다. 특히 유럽이 두드러진다.
영국 의회는 2021년 7월 동물복지법을 개정해 랍스터(바닷가재), 문어, 오징어 등 무척추동물까지 적용대상을 확대했다. 무척추동물도 고통을 느끼기 때문에 좀 더 인도적인 방식으로 죽도록 해야 한다는 취지다.
이 법에 따라 영국 요리사와 어부는 해산물을 요리하기 전 전기 충격이나 냉동 등의 방식으로 기절시키거나 죽여 인간적으로 요리해야 한다. 산 채로 배송해서도 안 된다. 스위스와 노르웨이, 뉴질랜드 등도 갑각류를 산 채로 삶는 것을 불법으로 규정하고 있다고 한다.
우리도 같은 노력이 진행되고 있다. 법무부는 2021년 '동물은 물건이 아니다'라는 조항을 신설한 민법 개정안을 발의해 현재 국회에 계류돼 있다.
최정호 서울대 빅데이터혁신공유대학사업단 연구교수는 지난해 6월 낸 '개 식용 산업에 대한 헌법적 쟁점과 과제' 논문에서 "동물보호 조항을 헌법에 규정하는 것이 적절하다"고 주장했다.
꼭 봐야 할 주요 뉴스
"월 150만원 견디느니, 美 가서 5억 벌죠" 서울대...
그 이유에 대해 그는 "동물이 일반 물건과 달리 생명체로서 더 보호될 여지가 있다고 하더라도 그것은 다른 공익과의 관계에서 여전히 불안정한 지위에 놓이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