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커법'은 사회적으로 주목받은 사건사고 후 경쟁적으로 발의되는 법안을 말한다.


교통사고가 발생하면 사고차 견인을 위해 잽싸게 현장으로 달려가는 레커(wrecker·견인차)처럼 대중의 관심이 많은 이슈에 법안 발의가 쏠리는 현상을 일컫는 용어다. '사이버 레커'라는 말에서 파생된 단어다. 교통사고 현장의 레커처럼 온라인 공간에서 이슈가 생길 때마다 재빨리 짜깁기를 한 영상을 만들어 조회수를 올리는 이슈 유튜버를 조롱하는 뜻에서 생긴 말이다.

지난 3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국토교통위 소위원회가 열리고 있다. 이날 국토위 소위에서는 전세사기특별법 관련 법안을 심사했다. 사진=김현민 기자 kimhyun81@

지난 3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국토교통위 소위원회가 열리고 있다. 이날 국토위 소위에서는 전세사기특별법 관련 법안을 심사했다. 사진=김현민 기자 kimhyun8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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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가장 이슈화 된 '전세사기' 대책의 경우 지난해부터 현재까지 국회에 제출된 관련 법안은 무려 78건이다. 국회 의안정보시시스템에 따르면 이 가운데 9건은 대안반영폐기 됐다. 대안반영폐기는 제출된 법안의 내용이 이미 발의된 법안에 일부 반영돼 페기됐다는 뜻이지만, 국회 일각에서는 이미 발의된 법안을 재탕한 것으로 판단한다. 또 26건은 인천 미추홀구 전세사기 피해자의 첫 사망 사건이 있었던 지난 2월28일 이후 집중 발의됐다.

지난해 10월 발생한 이태원 참사 후속대책 입법도 최근까지 최소 35건의 법안이 쏟아졌고, 7건은 사고 발생 직후 1주일 사이에 발의됐다. 이미 관련 법을 준비하고 있었다면 모르지만, 그렇지 않다면 분명 '레커법'이다.


입법부인 국회가 사회적 이슈에 발 빠르게 대응했다고 평가할 수 있는 반면, 법안의 속도전식 경쟁 발의는 기존 법들과 내용이 중복·부실화 된다. 이는 법안당 심사시간이 줄어드는 부작용을 낳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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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회미래연구원에 따르면 각 상임위원회 법안심사소위에 상정된 법안당 평균 심사시간은 17대 국회 때 22.7분에서 20대 국회 때는 13.1분으로 줄었다. 이 때문에 법안 심사를 지원하는 입법조사관은 법안의 본질적인 내용을 살피기보다 재탕 법안에 대한 검토보고서 작성에 더 많은 시간을 낭비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김종화 기자 justin@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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