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1분기 기업공개(IPO) 시장은 중·소형주 전성시대였다. 증시 여건이 나빠 IPO 시장도 죽을 쑤나 싶었지만 그나마 선방했다. 그러나 대어급 공모주는 찾기 어려웠다. 상장을 준비 중인 기업의 경영진뿐만 아니라 상장 주관 업무를 맡은 증권사 실무진도 '제값'을 받기에는 시장 에너지가 부족하다고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


경영진이나 최대주주가 공들여 키운 회사의 기업가치를 높여 받으려는 것은 이해할 수 있지만 과욕을 부리면 오히려 직원들이 손해를 볼 수 있다. 기업이 성장하는 데 초기 재무적 투자자(FI)도 중요하지만 직원들의 공로 또한 빼놓을 수 없는데 말이다.

IPO 시장에 참여하는 이들마다 '제값'에 대한 생각은 제각각이다. IPO로 대규모 자금을 조달하고 싶은 대다수 경영진은 공모가가 비쌀 수록 좋다고 생각한다. 상장 후에도 주가가 올라야 수익을 낼 수 있는 공모주 투자자는 공모가가 쌀수록 좋아한다. 우리사주를 받아야 하는 직원들은 경영진보다는 투자자의 시각으로 공모가를 바라볼 수밖에 없다. 우리사주조합은 1년이라는 보호예수 기간을 기다려야 공모주를 팔 수 있다. 그런데 공모가 너무 높으면 당장 팔 수 없는 우리사주조합이 손실을 볼 가능성이 크고, 실제로 수많은 피해 사례가 있다.


예컨대 지난해 기업공개(IPO) 시장에서 '마지막 대어'라며 주목을 받은 바이오노트를 보자. 지난해 12월 상장한 지 닷새 만에 주가가 공모가 아래로 떨어진 이후 줄곧 내리막길이다.

바이오노트는 올해 1분기에 매출액 212억원, 영업손실 7억원을 기록했다.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매출액이 92.3% 감소했고, 영업이익은 적자 전환했다. 올해 들어 엔데믹(감염병 주기적 유행) 전환으로 코로나19 진단기 매출이 급감했다.


매출 감소 우려와 당시 IPO 시장 분위기가 좋지 않았다는 점을 고려해 주관사는 바이오노트 주당 가치를 3만4979원으로 산출한 후 할인율을 37~48%로 적용했다. 최종 공모가인 9000원은 주관사가 제시한 주당 평가액의 30%에도 미치지 못했지만 상장한 지 5개월이 지난 현재 주가는 공모가 절반 수준에 머물고 있다.


보호예수가 풀리는 올해 12월 이후 주가가 지금보다 오를 수도 있겠지만, 현재 평가손실을 기록 중인 직원들은 마음 고생을 할 수밖에 없다. 상장 당시 우리사주조합은 공모가 기준으로 71억원어치 주식을 받았다. 우리사주 가치는 25억원 이상 감소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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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업 성장 단계에서 주식시장 상장은 끝이 아닌 과정일 뿐이다. 기업이 성장하면서 맺는 결실을 직원, 투자자들과 함께 나눌 수 있도록 기업을 공개하는 과정이다. 경영진은 우리사주를 보유한 직원들이 자부심과 애사심을 갖고 재산을 형성할 수 있도록 힘써야 한다. 공모가를 높이려는 목적으로만 비교 기업을 선정하거나 상장 시기에 맞춰서 실적을 무리하게 끌어올리려는 노력은 지양해야 한다. 주관사를 선정할 때도 기업가치를 높게 부르는 증권사에만 가산점을 줄 필요도 없다. 공모가를 잘 받을 수 있는 시기보다 성장을 위해 과감한 투자가 필요한 시기에 IPO 나서는 것도 방법이다. 상장하고 나면 자금을 조달할 때 금융비용을 줄일 수 있는 다양한 선택지가 생긴다. 상장한 후 꾸준하게 성장하고 주가에도 이게 반영된다면 오너·경영진뿐만 아니라 임직원과 투자자가 모두 윈윈할 수 있다.


박형수 기자 parkhs@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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