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스앤칩스]'中보다 日 날갯짓 더 크다'…소용돌이 속 韓 반도체
기시다 총리, 세계 반도체 선도 기업과 회동
반도체 산업 키워 과거 영광 찾으려는 일본
"원천 기반 없는 중국보다 일본이 경계 대상"
세계 반도체 산업을 주름잡던 일본이 과거 영광을 되찾으려 분주합니다. 반도체가 국가 경제·안보 자산으로 떠오르자 정부 주도의 반도체 육성책이 쏟아내며 적극적인 행보를 보이고 있습니다.
최근 이같은 의지를 분명하게 드러낸 행사가 있었습니다.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가 18일 도쿄 총리관저에서 삼성전자와 대만 TSMC, 미국 인텔과 마이크론, IBM, 어플라이드 머티어리얼즈, 벨기에 반도체 연구소인 아이멕(IMEC) 등의 경영진 7명과 만난 겁니다.
이번 회동은 세계 반도체 산업을 선도하는 각 분야 사업자를 모두 불러 모았다는 점에서 주목받았습니다. 쉽게 보기 힘든 장면이기에 기시다 총리 발언에 귀 기울일 수밖에 없었죠. 기시다 총리는 이 자리에서 외국 기업의 현지 투자뿐 아니라 일본 기업과의 협력을 지원하겠다고 했답니다.
일본은 이같은 지원을 실행하기 위해 다음 달 마련하는 경제재정운영지침에 관련 방안을 포함하겠다고 예고했는데요, 수조원 규모의 보조금 지원도 검토하는 등 반도체 육성 전략을 점차 속도감 있게 추진하고 있습니다. 이에 따라 일본 반도체 육성 전략을 바라보는 업계 안팎의 시선도 달라지고 있죠.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가운데)는 18일 도쿄 총리관저에서 삼성전자 등 외국 반도체 생산 업체 및 연구 기관 7개사 대표와 면담했다. 기시다 총리와 기업 대표들이 기념 촬영하는 모습. [이미지출처=연합뉴스]
원본보기 아이콘지난해 8월 소니, 키옥시아, 도요타자동차 등 일본 기업 8곳은 반도체 합작 법인 '라피더스'를 선보였습니다. 일본은 우리나라와 대만보단 반도체 제조 경쟁력이 약한데요, 라피더스는 이 한계를 깨겠다고 예고했습니다. 2027년에 2나노미터(㎚·1㎚는 10억분의 1m) 첨단 반도체를 양산하겠다는 목표를 세웠답니다.
파운드리(반도체 위탁생산) 분야에서 2나노는 아직 미지의 영역입니다. 기술력이 뛰어난 시장 1, 2위 사업자인 TSMC, 삼성전자조차 2025년이 돼야 2나노 반도체 양산이 가능하다고 내다본 상황입니다. 그런데 시장 점유율이 미미한 일본에서, 그것도 신생 기업이 2나노를 언급한 겁니다.
반도체 업계는 라피더스 출범 당시 성공 가능성이 높지 않다고 봤습니다. 업계와 학계를 취재해보면 "설령 2나노가 가능하다고 한들 수율(완성품 중 정상품 비율) 등에서 경쟁력을 갖출 수 있겠냐"는 의견이 주를 이뤘죠. 그런데 일본 정부가 작심한 듯 지원책을 쏟으며 보폭을 넓히자 다른 주장도 속속 들리고 있습니다.
전문가들은 일본이 제조 분야에 뒤처져 있더라도 원천 기술력을 무시해선 안 된다고 말합니다. 우리가 그간 중국의 반도체 추격을 경계해왔지만 앞으론 일본 행보를 더 예의주시해야 할 수 있다는 의견도 있죠.
일본은 한때 세계 반도체 시장 과반을 차지할 정도로 영향력이 컸지만 1990년대 미국 제재 등 악재를 만나 현 점유율은 10%대 이하입니다. 하지만 소부장(소재·부품·장비)과 후공정(웨이퍼에서 반도체 생산한 뒤 자르고 포장하는 과정) 분야에선 여전히 경쟁력이 있습니다. 특히 최근 미세 공정 한계로 후공정에 속하는 패키징(여러 반도체 쌓거나 묶어 성능을 높이는 기술) 중요성이 커지고 있어 관련 사업 기회도 늘어날 전망입니다.
임현식 동국대 교수(물리반도체과학과)는 "중국은 다른 요소 기술 등 기반이 완벽하지 않지만 일본은 소부장 기술이 워낙 뛰어나다"며 "일본이 이를 기반으로 제조 공정 노하우까지 더해 수율을 높이고 기술력을 확보한다면 중국보다 훨씬 더 경계해야 할 대상이 될 것"이라고 했답니다.
이는 일본이 반도체 농사를 일구기에 그만큼 좋은 토양을 갖고 있다는 말과 같습니다. 미국과 대만, 중국, 유럽에 이어 일본까지 이 악물고 뛰는 글로벌 반도체 경주에서 우리 기업의 생존 경쟁이 한층 치열해질 수밖에 없겠네요.
이 기사는 아시아경제에서 매주 발간하는 [피스앤칩스] 입니다. 구독하기를 누르시면 무료로 기사를 받아보실 수 있습니다.
꼭 봐야 할 주요 뉴스
"검은 월요일에 줍줍 하세요"…59만전자·400만닉...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